“사흘만 더 나아가면 육지가 보일 것이다.” 이것은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항해 도중 배를 되돌릴 것을 주장하는 선원들을 모아놓고 했던 말이다. 연안 항해에만 익숙해져 있던 당시 콜럼버스 선단의 선원들은 육지가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의 항해가 두 달 가까이 이어지자 극도의 혼란과 불안에 빠졌고 식량과 물이 떨어지기 전에 되돌아가자는 선원들의 요구는 들어주지 않으면 곧 반란으로 이어질 상황으로까지 악화되었다. 콜럼버스는 사흘만 더 가면 육지가 보일 것이라는 말로 선원들의 분위기를 다시 한번 되돌렸고 마침내 마지막 사흘째 되는 날인 1492년 10월12일 콜럼버스 선단은 극적으로 그들이 만난 첫 번째 신대륙인 바하마제도의 산살바도르 섬에 도달하게 된다.
티켓링크 창업 이후 10년, 수많은 초기 벤처기업 중 살아남은 몇몇에 속하게 된 지금 가끔 벤처가 무엇이냐고 묻는 물음을 대하게 된다. 그때마다 나는 콜럼버스가 생각난다. 콜럼버스의 항해 기록에서 벤처 리더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이 그 자체로서 인류의 역사를 바꾼 거대한 벤처의 성공 신화이기 때문이다.
콜럼버스에게서 배워야 할 벤처 리더의 조건. 그 중 첫번째는 우선 명확한 비전의 설정이다. 그는 “이슬람교도의 땅을 지나지 않고 인도로 가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다”라는 명확한 사업 목표를 수립하고 그에 따르는 경제적 그리고 이념, 종교적 가치를 비전으로 제시했다. 바로 이 명확한 비전이 스페인 여왕 이사벨라 1세의 마음을 움직여 마침내 막대한 투자 조달을 가능하게 했고 처음엔 아무도 믿지 않았던 대 항해의 프로젝트가 시작될 수 있었던 것이다.
두번째 조건은 철저한 준비다. 콜럼버스의 비전은 단순한 꿈과는 달리 경험과 전문지식의 뒷받침이 되어 있었다. 항해를 시작할 당시 그는 이미 바다에서 수많은 현장 경험을 쌓은 숙련된 항해사였으며 지리학에 대해서도 당시의 최신 정보들에 접근한 연구가였다. 실제로 스페인 세비야의 콜럼버스 박물관에 보관된 그의‘마르코 폴로 여행기’에서는 수 없이 되풀이 해 읽은 흔적과 함께 직접 라틴어로 기입한 여러 메모와 주석들을 볼 수 있다.
벤처 리더의 세번째 그리고 가장 중요한 조건. 그것은 신념이다. 나는“혹시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드는 것이 바로 실패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신념은 맹목적인 긍정과는 다르다. 그것은 무작정 믿는 것과는 다르다. 신념은 명확한 사명감과 비전 그리고 철저한 준비의 뒷받침이 되어 형성되는 사고 체계다. 그것은 “반드시 그렇게 되어야만 되며 또 된다는 믿음”이다. 그 믿음이 조직의 동력인 열정을 창출한다.
벤처의 특성은 그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서 찾을 수 있다. ‘미지’이기 때문에 기회이고 벤처의 영역인 것이다. 그리고 ‘미지’는 매력적인 신대륙이지만 그곳에 가는 길은 처음 가기에 두렵다.
“사흘만 더 나아가면 육지가 보일 것이다”라고 선원들 앞에서 단언했던 콜럼버스. 세계사가 달라질 뻔한 그 순간에 회의와 불안을 딛고 선단을 전진하게 한 것은 바로 선장의 신념이었다고 후세의 역사가들은 평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