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맹점 80개 운영·중국 진출도… 어린이 전용 캠프장 건설 꿈
‘석봉토스트’ 김석봉 사장
토스트 장사로 연봉 1억원의 매출을 올려 화제를 모았던 ‘석봉토스트’(www.sukbong.com) 김석봉(44) 사장은 요즘 휴업 상태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심지어 암에 걸렸을 때에도 장사를 멈추지 않았던 그이지만 구청의 불법 노점 단속으로 며칠째 토스트를 굽지 못하고 있다. 김사장은 “장사를 못하는 것보다 토스트를 먹기 위해 찾았다가 헛걸음을 친 고객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김사장이 불법 노점 단속에 걸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인근 상가 업주나 행인들의 신고로 벌금을 물기도 構?심지어 즉결심판에 회부된 적도 있다. 법정에서 재판장에게 자신의 노점이 불법임을 인정하고, “시청 근처라 외국인이 많이 찾기 때문에 위생관리에 최선을 다한 결과 토스트를 먹기 위해 한국을 찾는 고객도 있다”며 선처를 호소, 판사로부터 벌금 8만원을 부과받고 풀려난 적도 있다.
실제로 일본인 고객이 석봉토스트를 먹기 위해 호텔에 묵었다가 아침에 토스트를 먹고 싸가기도 했다. 김사장은 “일본 가이드북에 석봉토스트가 한 페이지에 걸쳐 소개돼 있다”면서 “한류열풍에는 욘사마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석봉토스트는 일본 가이드북에 ‘무교동의 5대 명물’로 소개돼 있다. 그는 다시 철거되는 한이 있더라도 다음 주부터 거리에서 토스트를 팔 생각이다.
청결·위생·친절로 고객 사로잡다
1997년 트럭 한 대로 시작한 석봉토스트는 이제 대형 쇼핑몰에도 입점하고 전국적으로 80여개의 가맹점을 거느린 어엿한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됐다. 지난해 6월에는 ‘샌토매니아’라는 브랜드로 중국에도 진출했다. 자신의 성공 스토리를 담은 <석봉 토스트, 연봉 1억 신화>라는 책도 펴냈다.
10여명의 직원을 거느린 프랜차이즈 업체의 사장이 됐지만 그는 여전히 흰 가운을 입고 트럭에서 토스트를 구울 때가 가장 행복하다. 사실 프랜차이즈 사업도 돈을 벌려고 시작한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와 체인점을 내달라는 사람들에게 하나 둘 내주다보니 프랜차이즈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김사장은 점주들에게 가맹비도 받지 않고, 인테리어도 거의 실비로 해주고 있다.
그는 “체인점을 내달라고 찾아오는 사람들은 가맹비나 보증금을 내라는 말을 꺼낼 수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었다”면서 “어려운 사람들이 토스트를 팔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큰 보람”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김사장의 마음 씀씀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의 스낵카 한켠에는 작은 모금함이 있다. 불우이웃을 위한 성금함이다. 이따금 손님들에게 커피를 서비스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를 부담스러워했다.
그래서 커피를 마실 경우 원하는 대로 돈을 내도록 하고 그 돈을 불우이웃을 위해 사용하기로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김사장은 “외국인들도 자주 찾기 때문에 모금함에 우리말과 함께 영어·일본어로 ‘커피 값은 어려운 이웃을 위해 사용한다’고 써붙였는데 10만원을 넣고 간 미국인도 있었다”고 말했다.
노숙자가 오면 김사장은 군말 없이 토스트를 구워 준다. 돈을 받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아침에 마련한 재료를 미처 소화하지 못하면 남김 없이 구워 인근 사직공원과 서소문공원의 노숙자들에게 나눠 준다. 일이 끝난 오후에는 고아원이나 어린이집을 찾아가 토스트를 구워 주고 직접 인형극을 공연하며 즐거운 한때를 보내기도 한다. 김사장이 이처럼 남을 돕는 데 열심인 것은 독실한 기독교인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 자신 누구보다 힘들고 어려운 시절을 보낸 까닭이다.
전북 정읍에서 빈농의 6남2녀 중 여섯째로 태어나 가난 때문에 겨우 초등학교만 졸업한 김사장은, 열다섯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해 자동차 정비소 견습공·용접공·과일행상·공사장 막노동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많은 고생을 했다. 주경야독으로 검정고시를 거쳐 신학대학을 졸업한 그는 목사가 될 수 있었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 토스트 장사를 시작했다.
장사가 처음부터 잘됐던 것은 아니다. 사전답사를 통해 유동인구가 많은 녹번 지하철역 근처에서 노점을 시작했지만 매출이 영 신통치 않았다. 트럭을 끌고 홍제역 부근으로 옮겼지만 역시 마찬가지였다. 지하철역 앞이라 유동인구는 많았지만 출근시간에 쫓긴 직장인들이 토스트를 먹고 갈 시간적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판단한 그는 서울시청 앞으로 장소를 옮겼다.
“시내 중심가다 보니 단속도 심하고, 주위 상인들의 항의가 거셌습니다. 파출소에도 여러 번 끌려갔죠. 시청 주위를 몇 번이나 옮겨다니다 겨우 정착한 곳이 바로 지금의 장소예요.”
시행착오를 겪은 뒤 일단 무교동에 자리를 잡았지만 김사장은 아직 자신이 장사를 할 자세가 되어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자신을 쳐다보는 시선이 부담스러웠고, 아는 사람이라도 마주칠까 두려웠다. 아침 장사를 위해 새벽부터 준비를 시작해야 하는데 일찍 일어나는 습관이 몸에 배지 않아 장사시간을 어기기 일쑤였다. 오랜 번민 끝에 김사장은 ‘과거와의 결별’을 선언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 당당해지기로 했다.
김사장은 가장 먼저 남대문시장으로 달려가 주방장들이 입는 가운을 사고, 모자와 스카프·와이셔츠를 샀다. 요일별로 와이셔츠와 스카프 색을 바꿔 입었다. 고객의 반응은 즉각적으로 왔다. ‘어느 호텔에서 근무했느냐’고 묻는 고객도 있었다.
토스트에 대한 연구도 시작했다. 당시 가판에서 팔고 있는 토스트는 설탕과 케첩 등 조미료 범벅이었다. 김사장은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해 설탕과 조미료 대신 야채로 단맛을 내는 방법을 연구해 이를 자신의 토스트에 적용했다. 계란도 일반란이 아닌 값비싼 영양란만을 고집하고 있다. 야채도 매일 새벽 아내가 준비해준 신선한 재료만 쓴다. 메뉴도 꾸준히 개발해 계란·야채·햄·치즈 등 기본적인 토스트 외에도 김치·버섯 토스트도 선보였다.
또 노점과 같은 ‘로드 비즈니스’는 청결과 위생이 생명이라고 판단, 철제 그릴판을 곰팡이와 녹이 없는 스테인리스로 바꾸고, 두루마리 휴지 대신 보푸라기가 생기지 않는 최고급 티슈 화장지로 손님들이 손을 닦도록 했다. 음식을 다루면서 돈을 만지는 게 불결하다고 생각에 고객들이 직접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받아갈 수 있도록 ‘셀프 계산제’를 도입했다.
김사장의 아이디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바쁜 직장인이 토스트를 먹는 시간에 정보를 얻을 수 있도록 라디오를 틀어주고, 여름에는 비닐포장 대신 모기장을 설치해 고객이 쾌적하게 토스트를 먹을 수 있도록 했다. 외국인 손님을 위해 영어·일어·중국어 메뉴판도 만들었다.
이러한 노력이 있었기에 김사장은 아침 7시부터 11시까지 세 시간이라는 짧은 시간에 300개가 넘는 토스트를 팔아 1억원의 연 수입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이다.
지금은 김사장의 얼굴에서 늘 미소가 떠나질 않지만 원래 그는 웃음이 없는 사람이었다. 장사가 그를 바꿔 놓았다. 구청직원에게 쫓겨다니고, 늘 잠이 부족하다보니 그의 얼굴은 늘 굳어 있었다. 그의 미소는 오랜 연습의 결과다. 그는 고객들을 기쁜 마음으로 대하기 위해 거울을 보며 웃는 모습을 연습했다고 한다. 장사에 나서기 전에 그는 늘 ‘3뻐 구호’를 외친다. ‘나는 기뻐, 나는 예뻐, 나는 바뻐!’라고 말이다. 일을 할 수 있으니 기쁘고, 누구보다 열심히 살아가니 예쁘고, 매일매일 쉴 새 없이 일이 생기니 바쁘다는 의미이다.
그는 이 구호를 자신감을 복돋워주고, 동기를 부여해 주는 ‘환약’이라고 표현했다. 석봉토스트의 성공에는 김사장의 사람 좋은 미소가 한몫했음은 물론이다. “미소를 잃어 버리면 장사는 실패한다. 누군가 와서 건드리면 웃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음식을 팔려고 하지 말고 먼저 자신의 얼굴을 팔아야 한다.” 김사장의 말이다.
“스스로를 이기는 것이 성공”
김사장은 스스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돈을 많이 벌어서가 아니다. 그는 “스스로와 싸움에서 이겼기(克己) 때문에 성공했다”고 말한다.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이 가장 힘든 일이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이를 이겨냈고, 즐거운 마음으로 구운 토스트를 고객들이 맛있게 먹어 주니 스스로를 행복한 사람이라고 여기고 있다.
버는 대로 남들에게 나눠 주니 돈을 모을 겨를이 없었다. 그는 아직 전셋집에서 살고, 마이너스 통장으로 생활한다. 그래도 지금의 생활에 만족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돈을 좀 모을 생각이다. 자신의 오랜 꿈인 어린이 전용 캠프장을 만들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교회 주일학교 교사와 상담사로 활동하면서 어린들이들과 함께 참가한 캠프 시설이 너무 열악한 것을 보고 가지게 된 생각이다.
“프랜차이즈 사업은 어린이 캠프장을 짓기 위해서 시작한 겁니다. 물론 혼자의 힘으로는 도저히 이루기 힘든 꿈일 수도 있습니다. 가맹점주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정부나 기업의 힘을 빌릴 겁니다.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내고 싶어요. 그 꿈을 위해 앞으로 더 열심히 토스트를 구울 생각입니다.” 무교동 일대의 직장인들은 조만간 흰 가운을 입고 ‘사르랑 사르랑 챙! 챙!’ 소리를 내며 신나게 토스트를 굽는 김사장을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 석봉토스트의 마케팅 포인트 6
1. 엄선된 재료 사용
_ 신선한 야채, 각종 음료(주스, 우유등)은 유통기한의 첫날 것만 쓰고, 식빵은 하루에 다 쓴다.
2. 청결 유지
_ 조리사 복장을 착용하고, 돈을 만지지 않고 손님이 직접 돈을 내고 거스름돈을 가져가게 한다.
3. 철저한 위생 관리
_ 커피 물은 반드시 정수기로 걸러낸 것만 사용하고, 매일 저녁 조리도구를 세척한다.
4. 최고의 맛
_ 조미료와 설탕 대신 야채를 통해 단맛을 내고, 다양한 메뉴를 지속적으로 연구·개발한다.
5. 합리적인 가격
_ 저렴한 값을 유지하면서 메뉴 별로 가격을 다양화한다. 어령루 때일수록 좋은 재료를 쓴다.
6. 친절한 서비스
_ 고객을 항상 미소로 맞고, 라디오를 틀어 주는 등 손님이 지루하지 않게 한다.
출처 : 조인스 H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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