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식·장어구이·막횟집 재미못봐
‘한지에 싼 삼겹살’ 새 메뉴 히트
“일식집, 장어구이집, 막횟집을 거쳐 삼겹살에 와서야 자리를 잡았습니다.”
한지에 삼겹살을 싸서 굽는 독특한 아이디어로 성공한 ‘깜겹살(www.ggasam.com)’ 김수맹(40) 사장은 몇 번의 시행착오 끝에 창업시장에 안착했다. 김 사장이 10년간의 중학교 미술교사 생활을 접고, 2000년 9월 부평에 처음 문을 연 것은 60평짜리 일식집. 주위 사람 모두의 반대에도 무릅쓰고, 일식, 양식, 한식 조리기능사 자격을 두루 딴 후 창업했다.
요리가 그토록 좋아서 시작했고, 또 나름대로 충분한 준비를 거쳐 시작한 일이었지만 창업을 하고 나니 사정은 달랐다. 일식집 성공의 관건이라 할 수 있는 회 뜨는 기술자가 1년 동안 다섯 명이나 바뀔 정도로 인력의 부침이 컸고, 김씨가 직접 회칼을 잡아보기도 했지만 경험 없는 조리사 자격증은 실전에선 별 도움이 안됐다. 2년 만에 1억2000만원을 까먹고 손을 들었다.
업종 전환 종목으로 선택한 것은 장어구이. 2002년 문을 열자 처음엔 성공적이었지만 1개월 만에 중국산 장어 수은 검출 발표가 나왔다. 1년 만에 문을 닫고 말았다.
2003년 5월 매장을 정리하고 인천 구월동에 15평짜리 막횟집을 냈다. 요리 개발을 ‘예술’이라 생각했던 김씨는 이번에는 전대를 차고 직접 칼질을 했다. 창업한 지 6개월 만에 제법 돈을 모았고 옆 건물에 100평짜리 삼겹살집을 냈다. 그러나 워낙 후미진 동네 상권에서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하루 매출액은 20만원에 불과했다.
지금의 성공 종목인 ‘한지에 싼 삼겹살’을 개발하게 된 건 지극히 우연한 계기였다. 미술 교사 시절부터 한지로 작업을 많이 했던 김씨는 가게 한편에서 미술작업도 가끔씩 하고 있었다. 작년 1월 가게로 지인이 찾아왔고, 삼겹살을 빨리 익혀볼 요량으로 옆에 있던 한지에 고기를 싸서 장작불에 넣었다. 맛을 보자 정신이 확 드는 느낌이었다. 석쇠에 구웠을 때보다 맛도 부드럽고 육즙도 그대로 있었다. 김씨는 6개월 동안 전국을 돌며, 독성 물질을 제거하고 한방 성분을 첨가한 식용한지를 만들어냈다.
새 메뉴를 가다듬고 점포를 반으로 줄여 재개점한 게 지난 9월. 초기 2분 안에 다 익어 매장 회전율이 높고 독특한 맛으로 ‘입 소문’이 나기 시작하면서 월 매출 2300만원에 순수입 600만원 정도를 벌게 됐다. 김씨는 “서양식 스테이크처럼 영양가를 보존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한지에 싸서 고기를 굽는 기법”이라면서 “쇠고기와 닭고기, 해산물까지 영역을 넓혀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김덕한기자 ducky@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