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취업상담실 ▶ 창업지원상담
창업지원상담

제목봇물 터진 대학기술지주회사, 기술로 돈 벌고 학생도 끌고2008-05-28
작성자상담실
첨부파일1
첨부파일2
‘기술지주회사’라는 용어가 대학가의 새로운 유행어로 떠올랐다.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선포한 대학만도 10여곳이 훌쩍 넘어간다. 이를 통해 학문의 상아탑을 넘어 수익 창출 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게 대학의 확고한 의지다.

최근 들어 이처럼 대학의 기술지주회사 설립 발표가 쏟아지고 있는 것은 올 2월 4일 시행된 ‘산업교육진흥 및 산학협력촉진에 관한 법률(일명 산촉법)’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대학의 지주회사 설립을 허용했다. 법 통과 직후부터 물밑에서 움직여온 대학들이 법 시행과 더불어 뒤질세라 저마다 거창한 청사진을 내놓기 시작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한마디로 대학이 설립하는 지주회사다. ‘기술’이라는 용어에서 알 수 있듯 지주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활용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지배한다. 대부분 산업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사장되는 대학 내 원천기술을 활용해 벤처기업을 만들고 지주회사가 이들 벤처기업을 아우른다는 의미다.

대학기술주식회사란?
대학이 운영권을 가져야 하는 만큼 기술지주회사 지분의 51% 이상을 대학이 소유해야 한다. 나머지 49% 이하는 외부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도 있다.

대학기술지주회사는 각 자회사 지분의 20% 이상을 보유해야 한다. 그러나 돈으로 지분투자를 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로 투자한다. 대학은 보유하고 있는 기술을 기술거래소, 기술보증기금, 산업은행 등 정부가 지정한 3개 기관 중 한 곳에 의뢰해 평가받는다. 평가를 통해 기술의 가치가 20억원에 해당한다는 평가를 받았다면 총 자본금 100억원짜리 회사를 설립할 경우 대학은 회사에 20억원짜리 기술을 주는 것만으로 20% 지분을 확보하게 되는 식이다.

이후 이들 자회사에 투자한 지분만큼 대학은 배당금을 받는다. 해당 기업이 증시에 상장하거나 다른 기업에 인수되면 학교는 그만큼의 자본 이득을 얻게 된다. 학교만 이득을 얻는 게 아니다. 해당 기업에 출자된 기술 연구와 관련있는 연구진 모두는 각자의 역할 비중에 따라 이익을 분배받는다.

이 같은 대학기술지주회사는 이미 다른 나라에서 시도되고 있는 모델이다.

중국 칭화대의 경우 칭화홀딩스에서 무려 96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이를 통해 칭화대가 거둬들이는 수입이 연간 1000억원에 달한다. 카이스트 연간 연구비 130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대학들이 기술지주회사에 큰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등록금 외에 새로운 재정 자원을 만들어보려는 시도다.

유기풍 서강대 공대학장은 “1년에 1000만원 하는 등록금은 학생들에게 너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대학이 등록금 외에 새로운 재정 수단을 마련해 등록금 의존도를 낮출 필요가 있다”고 전한다.

또 한 가지 배경은 우수인력을 이공계로 유인하려는 시도다. 연구만 열심히 하면 대학에서 알아서 산업화를 해주고, 나아가 연구팀은 산업화 성공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인력들에게 매력적인 제안이 아닐 수 없다.

김희태 카이스트 산학협력단 박사는 “카이스트 입학으로 끝나는 게 아니고 카이스트에 와서 열심히 연구하면 큰돈을 벌 수도 있다는 모델을 보여줌으로써 카이스트에 꼭 들어가고 싶다는 분위기를 만드는 것 또한 하나의 큰 목적”이라 부연한다.

가장 앞선 그림을 그리고 있는 곳은 서강대다. 지난 3월 ‘서강미래기술클러스터(SIAT·씨앗)’ 설립을 선포한 서강대는 장흥순 전 벤처기업협회장을 유기풍 서강대 공대학장과 함께 씨앗 공동 원장으로 영입하고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다.

서강대는 현재 기술지주회사(가칭 서강테크노홀딩스)에 대한 개념도부터 다른 대학들과 다르게 그리고 있다. 장흥순 원장은 “현재 대학이 특허를 낸 기술 중 산업화로 연결시킬 수 있는 기술은 거의 없다. 기업들이 원하는 기술은 대부분 각 분야 기술이 유기적으로 연계된 고도의 융합기술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서강대는 우선 메디컬솔루션, 반도체테크놀로지 등 모두 7개 분야를 상정하고 각 분야와 연관된 연구 경험이 있는 교수를 한데 모았다. 메디컬솔루션연구소 소속 교수가 28명인데 전자공학, 화공학, 컴퓨터공학, 기계공학, 생명공학, 물리학, 화학과 교수들이 모두 모여있다. 이들의 연구 결과물을 융합한 새로운 기술이어야만 비로소 상업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기술이 된다”고 그림을 설명한다.

창업투자회사 설립을 목전에 두고 있는 것도 여타 대학과 차별화되는 내용이다. 서강대는 자본금 70억원짜리 창투회사인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 설립을 눈앞에 두고 있다. 10%인 7억원은 서강대가, 나머지 63억원은 동문 기업인들이 출자했다. 대표도 이미 공모절차를 거쳐 선임한 상황. 현재 3~4명의 전문 심사역을 영입 하는 중이다. 알바트로스인베스트먼트는 일반 창투사 업무를 하면서 동시에 서강테크노홀딩스 자회사들에 대한 투자를 담당하게 된다. 장 원장은 “일반 창투사들은 리스크가 큰 초기 단계 벤처기업에 거의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지주회사 소속 자회사들에 투자를 해줄 수 있는 투자기관의 존재가 절실하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사실 서강대보다 앞서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발표한 곳은 서울대였다.

서울대는 노정익 전 현대상선 사장을 기술지주회사 추진단장으로 영입하고 “교육 사업, 제약사, 서울대 브랜드를 활용한 약국 체인, 나노와 식품 사업 등의 자회사를 설립한다”는 거창한 계획을 내놨지만 아직 가시화된 성과를 얻지는 못한 상태다.

이외에 고려대, 연세대, 카이스트, 포스텍, 한양대, 경희대 등 10여개 대학이 기술지주회사 설립을 선포했다.

장밋빛 미래?

대학들이 앞 다퉈 ‘자본금 최소 1000억원 규모의 기술지주회사를 설립하고 이후 연수익 수백~수천억원을 기대한다’며 시끌벅적하게 발표했지만 실제 기술지주회사 설립이 탄탄대로를 걷고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

‘자본금 2000억원, 매년 자회사 20개씩 5년 안에 100여개 설립, 특허 기술 상품화로 연매출 5조원, 순이익 5000억원 기대’라는 청사진을 선보였던 카이스트 역시 ‘자본금 200억원, 올해 안에 자회사 5개 설립’으로 한발 후퇴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노정익 서울대 기술지주회사 추진단장은 “대학들이 경쟁 대학에 뒤질 수 없다는 생각에 앞뒤 재지 않고 먼저 발표한 측면이 많다”고 꼬집었다.

“기술지주회사는 자본금의 50%를 기술로 출자해야 한다. 자본금 1000억원이면 500억원어치의 기술을 출자해야 한다는 의미다. 대학이 보유한 기술은 평균 2억원 정도짜리로 평가된다. 500억원어치 기술을 출자하려면 무려 250건의 기술을 평가받아야 한다. 그런데 평가료가 또 건당 2000만원이다. 무려 기술평가료로만 50억원(250건, 2000만원)이 소요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대학에 이런 돈이 없다. 이뿐인가. 정부가 지정해준 3개 기관이 과연 해당기술의 산업화 가능 여부와 기술 가치를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가에 대한 의구심도 있다. 250건에 달하는 기술을 평가하는 데 들어가는 절대적인 시간도 문제다. 이런저런 이유로 1000억원 자본금은 어불성설이다. 500억원도 쉽지 않을 것이다. 어찌어찌 자본금 500억원짜리 법인을 설립해도 문제다. 등록세, 취득세 등이 만만치 않다. 대학이 낼 수 있는 수준의 세금이 아니다. 현재 산촉법이라는 큰 줄기만 있을 뿐 세부규정은 하나도 없다. 세부규정이 개정되고 다시 거기에 맞춰 설립하려면 올해 안에 설립하는 것도 쉽지 않아 보인다. 다들 말만 뻥 터뜨려 놓고 제대로 추진을 하고 있는 곳이 거의 없는 이유다.”

한편 2000년대 초 벤처 붐이 불었을 때 수많이 생겨났던 교수창업, 연구원창업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던 해당 기업 중 95% 이상이 실패했다”는 게 유기풍 학장 분석이다.

물론 교수가 연구를 넘어 경영까지 관여하는 것(교수창업)과, 교수들은 연구에만 매진하고 사업화는 전문가들이 맡는 것(기술지주회사)의 기본 개념은 다르지만, 무조건 장밋빛 미래만은 아닐 수 있다는 얘기다.  

*출처 : 매일경제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