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는 '스트리트 로(Street Law)' 운동을 통해 일반인들을 상대로 법 교육을 펼치고 있다. '법은 내 친구'를 공동 기획한 중앙일보와 법무부는 미국.일본의 선진 사례를 보도한 데 이어 '로 닥터(law doctor)에게 물어보세요'를 주 1회씩 연재한다. '로 닥터…'는 법무부.자문변호인단의 도움을 얻어 형사.교통사고.부동산.이혼.상속.노동.국적.병역.파산 등 일상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법률 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문의는(e-메일 lawdoctor@joongang.co.kr )로 하면 된다.
Q : ① 1500만원 꿔간 친구 못 갚겠다는데…
30대 회사원 A씨는 개인사업을 하는 친구 B씨로부터 '사업자금이 급히 필요하다'는 사정을 듣고 1500만원이 든 은행 적금을 깨 빌려줬다. 한 달 뒤 친구 회사는 부도가 났고, '돈을 갚을 수 없으니 맘대로 하라'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다. 1500만원을 되찾을 방법은 없는가.
A : 로 닥터=A씨는 친구 B씨를 사기죄로 검찰이나 경찰에 고소할 수 있다.
형법상 사기죄(형법 347조 1항)는 '사람을 속여 재산상의 이득을 취한 사람은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B씨가 돈을 빌려갈 때 아예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없었다면 사기죄로 처벌받는다. 형사고소는 수사 과정에서 채무자와 합의를 끌어내기 위한 방편으로 곧잘 이용된다. 수사기관의 힘을 빌려 채무자를 심리적으로 압박하면 돈을 되돌려 받아낼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B씨가 돈을 갚으려 했으나 사정이 생겨 갚지 못하게 됐다고 해명하면 사기죄로 처벌받지 않을 수 있다. 수사기관이 B씨가 갚을 생각이나 능력이 있었는지를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A씨의 경우 빌려준 돈의 액수가 크지 않아 B씨가 사기죄로 구속될 가능성도 희박하다.
설사 B씨가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A씨가 돈을 돌려받는 것은 아니다. 따라서 울분을 풀기 위해 B씨를 형사처벌하려는 게 아니라 돈을 되찾는 게 목적이라면 A씨는 민사소송 절차 가운데 소액심판 제도를 이용하는 게 현명하다.
소액심판은 2000만원 이하의 돈을 떼였을 때 이용할 수 있는 재판 절차다. 변호사 등의 도움이 없이는 진행하기 힘든 일반 민사소송에 비해 소송절찰가 간편하다. 소액심판의 경우 소장을 직접 작성해 법원에 제출하면 14일 이내에 변론 날짜가 정해지고, 심리는 원칙적으로 한 차례에 끝나 재판 결과가 빨리 나온다. 소송 비용도 매우 저렴하다.
소액심판을 제기하기에 앞서 채권자 A씨(원고)는 채무자 B씨(피고)에게 빚을 갚을 만한 재산이 얼마나 있느냐를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신용조사기관을 통해 B씨 본인 명의로 된 주택이나 전세보증금, 자동차 등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재산을 파악해야 한다. 채무자가 회사원이라면 봉급도 포함된다. 재산 조사에는 한 건당 30만원 정도의 비용이 든다. 이와 함께 법원에 B씨의 재산 가압류를 신청하는 것도 필요하다. 선고가 내려지기 전에 재산을 빼돌리거나 처분할 경우를 대비해서다.
소액심판에서 B씨에게 돈을 갚으라는 선고가 내려지면 A씨는 판결문을 근거로 B씨의 재산을 압류하거나 부동산을 경매 처분 하는 등 강제집행할 수 있다. B씨는 A씨의 신청이 있을 경우 재산 상황을 법원에 서면으로 제출해야 한다. A씨는 또 법원에 B씨를 채무 불이행자 명부에 올려 달라고 신청해 빚 변제를 독촉해도 된다. 재산 관계를 허위로 신고하면 민사집행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A씨는 법원에 적절한 수준에서 조정을 해 달라는 신청(민사조정제도)이나 돈을 갚으라는 명령을 내려 달라(지급명령제도)고 신청할 수도 있다. 조정조서나 지급명령서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강제집행에 들어갈 수 있다.
절친한 친구라도 담보가 없는 한 돈을 빌려주지 않는 것이 우정을 지키고 금전사고를 대비할 수 있는 최선의 예방책이다.
출처 : 중앙일보 조강수기자 , 자료 협조=법무부 보호과
◆ 민사집행법 68조 9항(재산명시명령 위반 시 처벌 조항)=허위의 재산 목록을 제출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