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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하직원에게 음주.늦은 귀가 강요는 불법"2007-05-06
작성자이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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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 성희롱은 물론 회식자리에서 부하직원에게 늦은 귀가와 음주를 강요하는 행위도 불법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그래픽 디자이너로 일하던 A씨(여)는 지난 2004년 3월 인터넷을 통해 한 온라인 게임 개발업체에서 경력직 사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 회사를 찾았다.

마케팅부 부장 C씨(38)는 면접을 치른 뒤 관례상 술면접을 치러야 한다는 이유로 그날 저녁 A씨를 인근 주점으로 데려갔다.

A씨는 그 자리에서 "맥주는 2잔 정도 마실 수 있지만 소주는 전혀 못 마신다. 위가 좋지 않아 2년 전에 술을 마시고 응급실에 간 적이 있다"고 호소했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A씨는 다음날 새벽 3시에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이후 A씨는 마케팅팀으로 발령을 받아 다음달 1일 첫 출근을 했다. 이날 저녁에도 A씨는 억지로 술을 마셔야 했다.

C씨가 입사 환영 회식을 해야한다며 마케팅팀 직원 전원을 횟집으로 데려간 것.

C씨는 술을 마시지 않으면 남자 직원과 키스를 시키겠다며 A씨에게 음주를 강요했고, A씨는 어쩔 수 없이 소주를 받아 마셔야 했다.

일주일 뒤 C씨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A씨의 등 뒤로 접근해 A씨의 목과 어깨를 감싼 뒤 양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등 성적 언동도 서슴지 않았다.

이틀 뒤 C씨는 회식자리에서 A씨의 상의 속으로 양주용 얼음을 집어넣고 가슴을 만지기도 했다.

C씨의 기괴한 행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C씨는 별 안건이 없어도 1주일이 2차례 이상 회의 명목으로 부하직원들을 주점으로 데려가 다음날 새벽 3~4시까지 술을 마시게 했다.

이후 몇 차례에 걸쳐 A씨의 신체를 더듬고 심지어 입맞춤을 요구하기도 했다.

창조적인 생각을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을 해야한다며 담배를 건네며 흡연을 강요하기도 하고, 성경험 유무를 묻기도 했다.

잦은 회식으로 늦게 귀가할 수 밖에 없었던 A씨는 4년 동안 교제해오던 남자 친구와 헤어졌고, C씨의 음주 강요와 신체 접촉 행위 등으로 인해 위염과 적응장애, 불면증, 남자에 대한 회피 반응 등에 시달려야 했다.

견디다 못한 A씨는 회사 생활 2개월만에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인사부장에게 적절한 조치를 요구했다.

A씨는 회사가 다른 여직원들의 진술을 통해 A씨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하고도 C씨를 다른 부서로 전보 조치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짓자 소송을 냈다.

서울고법 민사26부(부장판사 강영호)는 A씨가 이 회사 마케팅팀 부장 C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피고는 원고에게 3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6일 밝혔다.

재판부는 C씨의 음주강요 행위에 대해 "C씨는 부서 책임자로서 직원들의 단합이나 회의 명목으로 술자리를 마련한 경우 부하직원의 건강상태를 유의하여 분위기를 건전하게 이끌어 갈 의무가 있음에도 오히려 A씨에게 음주를 강요함으로써 심한 정신적 고통을 주고 건강을 해치게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A씨가 술을 마시지 못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혔음에도 음주를 강요하는 것은 건강과 신념, 개인적인 생활을 포기하라고 강요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는 인격적 자율성을 침해한 행위로서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한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C씨가 늦은 귀가를 강요한 부분에 대해서도 불법성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가 주 2회 이상 C씨가 마련한 회식자리에 참석해 새벽까지 귀가하지 못한 것은 C씨의 평소 언행에 의해 강요된 결과로서 근무 시간 외의 여가를 자유롭게 사용하고 생활을 자신의 의도대로 형성하고 행복을 추구할 A씨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은 경험칙상 명백하다"고 강조했다.

재판부는 또 "업무 회의나 단합을 도모하기 위한 행사는 근무 시간 내에 이뤄지는 것이 원칙"이라며 "예외적으로 근무시간 외에 행사나 회의를 해야 하는 경우 근로관계 법령이 정한 바에 따라 부하 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C씨의 성적 언동에 대해서도 "C씨의 언동은 분명한 성적인 동기와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는 A씨로 하여금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느끼게 함으로써 정신적 고통을 입게 한 것인 만큼 불법 행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A씨는 C씨와 함께 근무한 두 달 동안 자유로운 의사에 반하는 성적인 언동, 음주 강요, 늦은 귀가를 강요당해 심한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었으므로 C씨는 A씨가 겪은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자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판결의 의의에 대해 "직장내 성희롱이 불법임은 국민들이 잘 알고 있지만, 회식자리에서 음주나 늦은 귀가를 강요하는 행위 또한 불법행위에 해당하는 점에 대해서는 인식이 아직 미흡한 듯 하다"며 "이번 판결은 잘못된 음주문화 및 직장문화가 단순히 당사자 간의 취향 문제에 그치지 않고 법적 책임을 지는 불법행위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지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도 2004년 9월 C씨의 성희롱 사실을 인정해 "회사는 A씨에게 손해배상금 500만원을 지급하고, 성희롱 예방교육 실시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C씨도 성폭력범죄 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2005년 6월 1심에서 벌금 2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후 2심 재판부가 C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C씨가 항고를 포기함에 따라 형이 확정됐다.

출처 :뉴시스 김성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