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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공무원들 '커피 잡담' 사라져2007-03-11
작성자이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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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후 2시 서울시청 별관의 한 사무실.

평일 같으면 직원끼리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던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사무실에는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직원들은 업무에 열중이었다.

춘곤증을 못 이겨 자리에 앉아 조는 모습도 사라졌다. 항상 담배 연기가 가득 찼던 흡연실도 한적했다. 한 공무원은 "일 안 하는 직원을 골라 담배 꽁초를 줍게 한다니 사무실 분위기가 달라졌다"고 전했다.

일 안 하는 공무원을 퇴출하겠다는 서울시의 인사 개혁 소식(본지 3월 2일자 2면)에 서울시 공무원 조직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직원들은 울산에서 시작된 '철밥통 깨기 인사 실험'이 서울에도 상륙한 것을 두고 "올 것이 왔다"며 촉각을 곤두세웠다.

서울시 권영규 행정국장은 2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하고 "지금까지는 인센티브 위주의 인사정책을 폈지만 이제 조직에 긴장을 줘야 할 때가 됐다"며 "5일 직원 정례조회에서 오세훈 시장이 직접 인사 개혁 방안을 설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능 공무원 어떻게 솎아내나=3월 말~4월 초로 예정된 직급별 인사 때 무능 공무원을 추려낼 예정이다. 하급 공무원은 물론이고 국.과장급도 업무 능력이 떨어지면 퇴출 대상에 포함된다. 직원들의 전출.전입 등은 실.국장들의 검토를 거쳐 이루어진다.

서울시 관계자는 "감사관실에서 여러 부서와 간부들의 의견을 듣는 방식의 검증을 통해 억울한 직원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업무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들은 현장시정추진단(가칭)에 소속돼 ▶교통량 조사 ▶시설물 안전점검 ▶체납 지방세 납부 독려 ▶담배 꽁초 줍기 등에 투입된다. 현장시정추진단에 들어간 공무원들은 6개월 뒤 재심사 등을 통해 원직 복귀 여부가 결정된다. 서울시는 끝까지 업무 능력이 개선되지 않는 직원을 직위해제할 계획이다.


◆긴장하는 서울시 공무원들=이런 발표를 접한 직원들은 '게으름 피우다가는 길거리로 쫓겨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면서 긴장의 끈을 조였다.

한 직원은 "공무원의 최대 장점은 정년 보장이었는데 이런 방패마저 사라질 수 있다니 일에 전념해야겠다"고 말했다.

한 과장급(4급) 직원은 "고참 직원 중 일부는 사무실에서 책이나 꺼내 보면서 노골적으로 일을 하지 않는 사람도 많았다"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불안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고 했다.

한 국장급 간부는 "자기 역할을 하지 못하는 직원 퇴출에 대한 필요성은 모든 사람이 공감했다"면서 "다만 조직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게 운영돼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대 행정대학원 정광호 교수는 "서울시의 인사 개혁은 신분 보장만 믿고 업무에 태만한 직원들에게 자극을 줄 수 있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이수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