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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노무/산재상담

제목"넌 처녀라 X이 나오면 안되니까..."2005-08-05
작성자이형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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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계 할인점 한국까르푸가 직장 내 성폭력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한국까르푸 노조는 지난 7월 25일 자체적으로 수집한 성폭력 사례를 모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이 진정서에서 노조 측은 "한국까르푸에서는 여성노동자에 대한 성희롱과 성추행, 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루어져 근로조건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인간의 기본 권리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며 진상 규명과 가해자 중징계를 요구했다.


노조, 국가인권위에 진정서 제출


노조 측이 직접 수집한 사례는 언어를 통한 성희롱부터 물리적인 접촉을 통한 성추행까지 다양하다. 노조 측이 피해 여성들의 제보와 자체 조사를 통해 수집한 사례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사례1 : 지난 5월 서울 한 지점의 회식자리에서 여직원 B씨가 술을 못한다고 하자 직속 상사인 A씨는 B씨의 팔뚝을 때렸다. B씨가 아프다고 항의를 했지만 A씨는 한술 더 떠 팔뚝을 깨물기까지 했다. A씨는 또 여직원 C씨의 허벅지를 만지고 때리는 등 술자리에서 여직원들에 대한 폭력과 성추행을 일삼았다. 게다가 A씨는 여직원 D씨에게 몸을 밀착시키며 "결혼은 했느냐, 이렇게 예쁜데 왜 안하고 있느냐" 등의 말로 불쾌감을 줬다. A씨는 노래방에서도 잠든 여직원 E씨의 볼을 쓰다듬기도 했다.


사례2 : 지난 4월 A씨는 같은 사무실에서 근무하는 여직원 F씨에게 방석을 사주면서 "네가 처녀라 X이 나오면 안되니까 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F씨는 큰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 또 A씨는 이 이야기를 저녁식사 자리에서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그대로 반복했다. 당시 함께 자리를 했던 여직원들은 "어떻게 그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지 의아했고 너무 부끄러웠다"고 입을 모았다.


사례 3 : 3월 중순경에 A씨는 한 회의에서 고객만족을 위해서는 "'고객님, 저리로 가세요'라는 표현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겠냐"는 질문에 "고객님, 물침대 준비되었으니 먼저 가서 벗고 누으세요"라고 대답했다. 함께 회의를 하던 여직원 4명은 "참을 수 없을 만큼 인격 모독을 느꼈다"고 말했다.


김경욱 까르푸노조 위원장은 "여직원들에 대한 성희롱과 폭언이 수시로 발생하고 있는데도 회사 측은 무성의로 일관하고 있다"며 "객관성을 위해 사측에 노사의 공동조사를 수차례 요구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비난했다.


사측 "조사를 방해한 것은 오히려 노조측"


하지만 회사 측은 조사를 방해한 것은 오히려 노조 측이라는 입장이다. 노조 측이 피해자들의 입을 막아 기초적인 사실조사조차 불가능하다는 것.


한국까르푸 관계자는 "성폭력은 회사의 노동 환경과 생산성에도 악영향을 주는 심각한 문제라서 회사도 명확한 사실조사를 통해 법과 회사 규정에 따라 가해자를 처리하길 원한다"며 "그런데도 노조는 무조건 공동조사를 요구하며 피해자들에 대한 조사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가해자와 피해자의 진술이 엇갈리고 있어 사측의 1차 조사라도 끝나야 제3의 기관에 객관적인 조사가 이루어지는데 노조가 협조하지 않고 있다"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노조 측은 "공동조사를 요구하는 것은 과거 사측이 동일 사건에 대해 미온적으로 대처한 전례가 있어 조사를 신뢰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맞서고 있다. 김 위원장은 "사측은 성폭력 가해자에게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전례가 있다"며 "이번에도 자체적인 조사를 통해 사건을 축소·은폐하려고 한다"고 불신을 나타냈다.


논란 끝에 노조 측이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한 상황이어서 한국까르푸의 성폭력 논란 시시비비는 국가기관에 의해 가려질 전망이다. 인권위는 다음주부터 피해자 조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사측도 국가인권위 조사를 마다하지 않는 분위기다. 한국까르푸 관계자는 "국가인권위에서 요청한다면 조사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며 "조사결과 성폭력이 사실로 드러나면 가해자들을 엄청히 문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권위, 다음주부터 피해자 조사


한국까르푸는 전국에 30여개의 매장을 가지고 있는 업계 4위 업체다. 하지만 성폭력 논란 뿐 아니라 계속되는 여성직원들에 대한 폭언·폭력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7월에는 부산의 장림점에서 프랑스인 지점장이 임신 중인 여직원에게 폭언을 해 이 직원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하혈을 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이 지점장이 공식 사과를 하고 해외의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나는 선에서 일이 마무리 됐지만 직원들은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까르푸 관계자는 "전체 직원 중 여성직원들이 80%가 넘고 다양한 연령대의 직원들이 모여있어 일부 마찰이 발생하고 있다"며 "성폭력 예방 교육과 조직원 상호존중 캠페인 등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출처 : 오마이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