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 어두운 터널 속을 무작정 걷다가 먼 출구쪽에서 희미한 빛을 발견한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국내 최대의 마이크로크레딧(Microcredit·무보증 소액 창업자금 대출) 기관인 사회연대은행에서 지난 2004년 8월 1000만원을 대출받아 놀이방을 운영하고 있는 P씨(여·40)는 대출받던 당시 상황을 이렇게 설명했다. P씨는 “남편의 사업 실패 이후 4년을 힘들게 살고나니 남은 것이라고는 금융채무불이행자(옛 신용불량자)라는 ‘딱지’와 빚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어린이집 교사로 근무하다가 우연히 사회연대은행에 대한 신문기사를 보고 대출 신청을 한 것은 한마디로 행운이었다”고 말했다.
P씨는 “사회연대은행의 도움으로 놀이방을 창업한 뒤 3개월 정도는 운영비만 겨우 나오더니 6개월이 넘어서면서부터 쾌재를 부를 정도로 수익이 나기 시작했다”며 “창업후 1년6개월여동안 내 이름으로 된 부채는 모두 상환했으며 신용불량이라는 꼬리표를 뗄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채무불이행자를 포함한 신용취약자들이 창업을 통해 재기하는 것을 돕기 위해 무담보 대출을 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딧’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채무불이행자 등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무담보 소액대출을 통해 창업을 지원함으로써 경제·사회적 자립과 자활을 도모하는 것을 말한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정상적으로는 제도권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에게 무담보로 대출해준다. 그렇다고 마이크로크레딧이 자선활동은 아니다. 대출한 돈에 대해 원금뿐 아니라 소정의 이자도 받는다. 그러나 마이크로크레딧은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기 때문에 소자본 창업에 필요한 각종 컨설팅과 창업 이후 사후관리를 무료로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마이크로크레딧은 창업준비교육에서부터 출발한다. 창업 아이템을 발굴하고 사업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사전교육을 실시하는 것이다. 그 뒤 지원신청을 받아 엄격한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면접을 거쳐 창업지원자가 자활의지를 갖고 진심으로 창업을 하려는 것인지 꼼꼼히 살핀다.
마이크로크레딧의 목표는 돈을 빌려간 사람이 성공적인 창업을 통해 수익을 올려 원리금을 모두 상환하는 것. 이 과정을 거치면서 신용취약자들은 어엿한 ‘사장님’이 돼서 좋고, 마이크로크레딧을 제공한 기관은 원금과 이자까지 회수하면서 신용취약자의 창업지원이라는 목적을 달성하는 ‘윈 - 윈(Win - Win)’방식을 추구한다.
마이크로크레딧은 ‘물고기만 줄 게 아니라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주라’는 옛말처럼 ‘물고기(자금지원)’가 아니라 ‘물고기를 잡는 법(창업을 통해 자립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의미가 있다. 따라서 ‘일자리 창출’이 한국 경제의 최대 화두인 상황에서 마이크로크레딧은 ‘최상의 실업대책’이라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임은희 사회연대은행 팀장은 “마이크로크레딧은 창업자금 지원뿐만 아니라 각종 경영 컨설팅 등을 종합적으로 제공해 창업자금을 대출받은 사람이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돌아오도록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이크로크레딧에 관심이 있는 사람은 사회연대은행(02 - 2274 - 9640)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