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 작년보다 27% 급증
지난 2004년 6월부터 2년 가까이 제약회사에서 영업직으로 일하던 박모(29·서울 종로구 창신동)씨는 지난 5월 직장을 그만두고 지금은 집앞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있다. K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그는 전공과 적성을 살려 올 가을 예정된 서울시 지방공무원 9급 시험에 응시할 예정. 지난해 선발인원이 1000명에 달했던 만큼 조금만 공부하면 무난히 합격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박씨는 “공인중개사 시험준비를 하는 친구와 같이 공부하고 있다”며 “합격할 때까지 계속 응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위해 구직전선에서 이탈한 ‘취업준비생’이 점점 늘어나면서 5월들어 처음으로 30만명을 넘어섰다.
15일 통계청에 따르면 통계청이 공식적으로 분류하는 ‘취업준비생’은 5월 중 30만3500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27.9% 급증했다. 이들 취업준비생은 2004년까지는 매달 10만명대에 불과했으나 2005년 1월부터 20만명대로 올라서더니 2006년 5월 처음으로 30만명대에 진입했다. 성별로는 남성이 17만5600명, 여성은 12만7900명으로 남성이 4만7700명 더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하지만 실질적인 취업준비생은 이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취업준비를 위해 고시학원이나 직업훈련기관 등 별도의 기관에 등록해 공부하는 기관통학생들도 5월 한달동안 24만3900명에 이르고 있다. 결국 혼자서 공부하든 기관에 다니든 실질적으로 취업준비를 하는 사람은 5월 기준으로 54만7400명에 달하는 셈이다.
직장 근무 경험이 있는 취업준비생들의 이동경로는 대략 3가지. 작은 기업에서 큰 기업으로, 민간기업에서 공무원으로, 각종 자격증 획득을 위해 구직전선에서 이탈한 경우다. 노동시장에서 이들 취업준비생은 자발적인 실업으로 분류, 공식적인 실업자로 분류되지 않는다.
최연옥 통계청 고용복지통계과장은 “눈높이에 맞는 직장을 구하지 못해 졸업후 취업을 준비하는 기간이 전반적으로 늘어난데다 좀더 나은 조건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멀쩡히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는 사람들이 빠르게 늘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 송길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