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대기업 취업을 준비하는 정모(25.연세대 4년)씨는 요즘 '인성검사 과외'를 받고 있다. 토익 950점에 학점(4.0)도 좋지만 인성검사에서 자신의 내성적 성격 때문에 불이익을 당할지 모른다는 걱정에서다.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인터넷 등에서 제공하는 '모의 인성검사'를 여러 차례 봤다. 덕분에 정씨는 '논리적이지만 친화력이 없는 사람'이란 자신의 성격 유형을 '사교적이며 주위의 신뢰를 받는 사람'으로 나타나게 하는 요령을 습득했다.
#2. 최근 한 대기업 경력사원 모집에 응시했던 윤모(30)씨는 회사 측으로부터 인성검사가 포함된 직무적성검사 결과 때문에 탈락했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했다. 윤씨는 시중에 시판되는 인성검사 참고서로 다시 취업 준비를 하고 있다. 윤씨는 "인성검사 때 '팀' '새로운 것' '도전' 등의 단어가 들어간 문장을 선택해 외향적 성격으로 평가받는 게 취업에 유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사원 선발 과정에서 기존의 전공시험이나 영어 필기시험 대신 직무적성검사를 도입하는 기업이 늘면서 인성검사를 주요 수험과목처럼 공부하는 풍토가 생겨나고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설된 '직무적성검사 연구회' '취업뽀개기' 등의 카페에는 "참고서나 기업 홈페이지에 소개된 예시 문항들을 보면 인성검사를 도대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초보 회원들의 하소연이 줄을 잇는다. 인성검사를 분석한 미국 심리학 전공 서적을 들여와 본격적으로 연구하는 사례도 있다. 소호철(24.서울대 4년)씨는 "오죽 취직이 안 되면 인성검사까지 공부하려고 들겠느냐"며 "주변에서 토익이나 학점은 당연히 높아야 하고 직무적성검사까지 잘 찍어야 취업할 수 있다는 얘기가 많다"고 말했다.
인성검사는 기업에 따라 다르지만 '나는 활동적인 편이다' '나는 집에 있는 것이 편하다'처럼 정형화돼 있기 때문에 기본 원리만 터득하면 기업이 희망하는 유형으로 '성격 개조'가 가능하다는 게 취업 준비생들의 얘기다. 2만~3만원 하는 인성검사 관련 참고서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 커리어다음 관계자는 "기업이 틀에 박힌 필기시험 대신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뽑기 위해 인성검사를 도입하고 있다"며 "최근엔 대기업뿐 아니라 벤처.중소기업에까지 확산되는 경향"이라고 말했다.
◆ "정형화된 인성검사 준비는 오히려 불리"=하지만 취업 준비생들의 '성격 개조 작업'이 실제로 효험을 거둘 수 있는지는 미지수다. 국내에서 최초로 신입사원 선발 과정에 인성검사를 도입한 LG전자의 박형일 홍보부장은 "회사마다 원하는 사람의 유형이 다른데 미리 특정 유형의 성격이 나오도록 준비할 경우 자칫 불이익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이 인성검사 결과를 놓고 당락을 결정하는 것이 적합한지도 논란거리다. 김정택 서강대 교육대학원장은 "성격유형검사는 어떤 환경에서 사람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지 보는 것이기 때문에 신입사원 선발보다 입사 뒤 부서 배치 등에 더 효과적"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