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직 청년들이 급격히 늘고 있다. 실업자, 취업준비자, 구직단념자 등의 다양한 형태로 고통과 좌절 속에 사는 젊은이들이 부지기수다. 4주 동안 구직활동을 했지만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공식 실업자가 85만명에 달한다. 이중 30세 미만의 청년실업자가 45만명으로 절반이 넘는다. 한편 구직활동을 안 하고 학원이나 독서실에서 고시공부나 입사시험 준비를 하는 취업준비자는 50만명이 넘는다. 취업 준비가 직업처럼 된 사람들이다. 결국 100만명 가까운 청년들이 직업을 갖지 못하고 방황하고 있다. 중요한 사실은 이들에게 취업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이다.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진 상태에서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악재가 겹쳐 경기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새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많은 사람이 직업을 갖는 것을 포기하는 구직단념자로 전락하는 운명을 맞는다. 이는 인생의 낙오자가 되는 본인들의 재앙임은 물론 경제와 사회 발전의 숨을 막는 국가적인 불행이다.실제로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을 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 또 취직을 해도 첫 직장에서 재직하는 기간이 평균 3년이 안 된다. 대학을 졸업해서 평생 직장을 갖는다는 개념은 아예 사라졌다. 그렇다 보니까 많은 학생이 어학연수, 자격증 준비 등을 하며 졸업을 늦추고 있다. 2005년의 경우 대학생의 평균 재학 기간이 5년 11개월이다. 4년제 대학이 아니라 6년제 대학으로 바뀐 셈이다. 학교 공부는 젖혀두고 안정적인 직업을 얻기 위해 고시준비를 하는 학생들도 많다. 서울 신림동 고시촌의 경우 고시준비생은 10만명이 넘는다.
한편 전문적인 지식을 더 배우고 학력을 높여서 취업을 하겠다고 대학원에 진학하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다. 주요 대학 대학원 경영학과 입시경쟁률은 6 대 1이 넘는다. 이들은 진로 모색에만 평균 3년 이상의 기간을 소비하며 취업 준비를 한다. 다음 몇번 고시나 입사시험에서 성공을 하지 못하고 취직을 해도 곧 정리해고 당하면 NEET(t in Education, Employment and Training)들이 된다. NEET들은 여기저기 헤매면서 불규칙적인 아르바이트를 하여 생계를 유지하거나 그것도 안 되면 부모에게 신세를 진다. 이러한 NEET들이 이미 8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사실상 청년들의 경제·사회적 생태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증거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여 연초부터 대규모 일자리 지원사업을 벌이고 있다. 올해 총 1조5000억원을 투입해 청년·고령자·저소득자를 대상으로 총 52만7000명에게 일자리 지원을 하는 사업이다. 그러나 정책 효과는 아직 가시화되지 않고 상황은 악화일로에 있다. 정부의 대책이 성격상 항구적 일자리 창출이 아니라 시한부 일자리 지원에 치중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청년 백수에 대한 근본대책은 무엇인가. 무엇보다 절실한 것이 청년들의 의식전환이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서 좋은 일자리를 얻는 것은 결코 아니다. 얼마나 자신의 지식과 기술이 회사에서 필요한 것인가에 따라 취업과 대우가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견지에서 자신의 눈높이를 과감하게 낮추어 3D업종에라도 취업하여 공부를 하며 자신과 회사가 함께 발전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한편 청년들에게 주어지는 일자리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을 감안할 때 기업 환경 개선이 필수적이다. 규제, 노사, 조세, 금융 등의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여 기업들이 우후죽순처럼 일어나게 하는 것이 청년과 경제, 그리고 나라를 살리는 근본적인 길이다.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청년실업은 결코 그들만의 일이 아니다. 해결 하지 못하면 나라의 미래가 어두운 우리의 문제다. 모두가 나서 온갖 지혜와 힘을 모을 때다.
출처 : 세계일보 이필상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