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울 내용 없는 이력서? 미리 써 보면 도움돼!
대학교 3학년의 황태호(중앙대 신문방송 02)씨는 최근 뼈아픈 경험을 했다. 너나 할 것 없는 인턴십 대열에 동참해보고자 대학 종합정보지 대학생 기자 지원을 마음먹은 것이 사건의 발단. 난생 처음 이력서를 작성해 본 그는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으로 다운로드한 이력서 양식에는 이것저것 써야 될 곳도 많은 데 도무지 쓸 말이 없는 것. 군데군데 빈 곳이 남은 이력서. 괜스레 마음까지 허전해진다.
“솔직히 막막했어요. 지금까지 놀면서 지낸 것도 아닌데 막상 이력서에 적으려니 써 먹을 게 없는 거예요. 겪어본 사람은 모두 알죠. 풍요 속의 빈곤이랄까.”
태호씨는 영상 제작 학회에도 참여하고 학교 영상제, 동문회 행사 등에 이리저리 바쁘게 뛰어다녔다. 문제는 이런 활동이 그가 지원한 문화 분야 기자의 경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 낙담한 그는 대학생 기자 활동 도전을 내년으로 미루고 실질적인 경력을 위해 한국어 능력 시험을 준비 중이다.
특별히 그가 불운해서가 아니다. 주위를 살펴보면 이 같은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떻게 하면 이런 안타까운 일을 피할 수 있을까?
이력서는 1학년 때 써야한다?
현재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의 ‘영 리더스 클럽(YLC)’에서 신촌 지부장으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김효중(연세대 인문 03)씨는 사실 1학년 때 YLC에 지원하였다 고배를 마신 경험이 있다.
“그 때 이력서를 처음 써 보았거든요. 말이 이력서지 경력란은 텅 비었고 내세울만한 자격증 하나 없는 신상명세서 수준이었죠. 떨어지고 나서 '3학년 때 보란 듯이 합격하자' 마음먹고 이력서를 채워 나갔어요.”
그는 이때부터 YLC 지원에 필요한 경력과 자격기준을 차곡차곡 준비해갔다. 한 마케팅 회사의 인턴으로 6개월 간 실무경험을 쌓고 학내 여행 동아리에서 회장직을 맡는 등 자신이 YLC에 적합한 인재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다. 그 결과 재 지원에서는 당당히 합격, 지부장으로서 그동안 키운 리더십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김윤규(국민대 토목 02)씨는 1학년 때 교양수업의 과제로 이력서를 처음 써 보았다. 자신이 희망하는 분야의 기업에 지원한다 가정하고 이력서를 써 본 것. 사실 1학년 때 쌓아 놓은 경력이 뭐가 있겠는가? 고등학교 때의 특활 활동, 아르바이트까지 있는 경력 없는 경력 모아다가 이력서를 제출했지만 교수님의 평가는 냉정했다.
‘이런 경력은 취업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음. 희망 분야에 관련하여 자신의 능력을 분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내용만 적을 것’
하지만 그는 낙담하지 않았다. 아무런 준비도 없던 그에게 이력서에 대한 ‘잔인한’ 평가가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말한다.
“평가가 끝난 후 성공적인 이력서 사례를 소개하는 시간이 있었어요. 운 좋게도 제가 희망하는 건설회사 취업에 성공한 선배들의 이력서를 볼 수 있었죠. 교수님께 따로 부탁을 드려서 그간 과제로 제출했던 다른 ‘성공적인’ 이력서를 여러 장 구할 수 있었어요. 현실을 알게 되니까 자연스레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이제는 이력서를 가득 채운 그의 경력 중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난해 여름 3개월 간 전국의 유명 건축물을 답사하고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만든 자전거 여행이다. 그는 이 경험을 자신의 도전 정신과 목표 의식을 증명할 좋은 예라 소개했다. 이밖에 측량기능사, 건설재료시험기능사 등의 토목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고, 최근에는 건설 회사 대부분이 가산점을 부여하는 한자능력검정시험에 응시, 2급의 자격을 획득했다.
이력서에 대한 자신감이 넘치고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경력을 자랑하는 이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1학년 때 이력서를 미리 써보고 이후의 시간을 그 공백을 채우는 데 활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요즘 유행하는 자기계발 도서에서는 ‘전략적인 인생을 살라’, ‘미래를 설계하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냥 들으면 어렵고 애매하기만 한 말이지만 앞의 사례들은 미리 써본 이력서가 전략적인 설계의 밑그림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취업 프로젝트, 이력서를 설계도로 만들자
요즘같이 취업문이 좁아진 세상에 자신의 이력서는 당연히 부족해 보일 것이다. 당장 취업전선에 뛰어들어야 할 시기에 부족함은 그저 후회로 남을 뿐이다. 하지만 이제 갓 1학년, 아직 4년의 시간이 남은 때라면 어떨까? 남은 대학 생활 동안 힘껏 노력해서 이 부족함을 채울 수 있지 않을까?
한국 산업인력공단 강원직업전문학교의 원장을 맡고 있는 박양근씨는 그의 저서 ‘경력 개발과 취업 전략’에서 대학생들이 좋은 취업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 2~3년간 미리 준비해야 한다고 말한다. 따라서 과거를 정리하는 이력서가 아니라 전략적인 '미래형 이력서‘를 써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이 원하는 분야의 기업을 대학 2학년 때쯤 10개 정도 골라서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결과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과 내가 갖춘 조건과의 차이를 발견하는 것이죠. 그러면 남은 기간 동안에 그 차이를 좁히기 위해 적극적으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보다 분명한 방법을 찾길 원한다면 자신이 원하는 직종이나 기업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의 이력서와 현재 자신의 이력서를 비교해보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해서 발견한 부족한 부분과 필요한 부분을 체계적으로 정리해 나갈 때 낭비가 없는 효율적인 이력서를 쓸 수 있다.
1학년 때의 이력서와 4학년 때의 이력서는 분명 다르다. 4학년 때의 이력서는 자신을 소개하는 서류, 취업에 필요한 양식에 그치는 데 반해 1학년 때의 이력서는 자신을 진단하는 거울, 미래를 계획하는 나침반이 될 수 있다. 1학년 때 이력서를 미리 써 보라고 추천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아직 이력서나 자기소개서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고 취업난은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분들. 지금이라도 진지하게 이력서 한 번 써보는 것이 어떨까? 아직은 허전할 수밖에 없는 이력서의 빈 공간에서 여러분의 성공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을 것이다.
출처 :미디어캠퍼스 황인우 대학생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