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이 없군 … 자네, 합격`
도전·자신감 중시 … 자기 계발엔 아낌없이 지원
팀워크 강조 `회식 빠지는 건 상상도 못해`
외국계 정보기술(IT) 기업 한국HP는 국내기업과 비슷한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 회식에는 반드시 참여해야 하고 성과급은 똑같이 나눠준다. 직원의 추천을 받은 사람이 응시하면 가점을 준다. 회사는 조직 내 신뢰를 중요시하는 문화를 ´HP 웨이(way)´라고 부른다. HP만의 독특한 기업문화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다른 외국계 기업보다 한 발 빨리 국내에 뿌리를 내렸다. HP는 컴퓨터.프린터.기업용 서버 등을 판매하는 글로벌 기업으로 1984년 국내에 상륙했다. 현재 국내 프린터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한국HP의 지난해 매출은 1조4000억원. 이 회사 이홍구 부사장은 "영업은 국내기업보다 적극적으로 하고 조직은 합리적으로 운영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기업 같은 외국기업="회식 시간에 개인 약속이 있다고 빠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어요. 개인적 용무로 팀워크를 해치는 직원은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습니다." (권형준 차장), "국내 대기업 못지않게 회식 농도가 진해요. 2차.3차는 기본입니다. 선후배 사이의 끈끈한 정은 말할 것도 없어요." (최동섭 대리)
HP는 팀워크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회사는 직원의 자기계발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어학강습비.체력단련비 등을 지급하고 직원들의 업무능력을 높이도록 ´과외´도 시켜준다. 올해 초 마케팅 부서에 입사한 김형찬(27)씨는 프리젠테이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최근 회사에서 주선한 ´코칭 프로그램´을 이수했다. 김씨는 "요점을 정리하는 법과 논리적으로 의견을 펼치는 방법 등을 배울 때 과외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기획부서에서 일하는 이유나(26)씨는 "공부는 학교에서 다 했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입사해 보니 대학 시절보다 공부를 더 해야 했다"고 전했다. 회사는 자기계발에 성공한 직원에게 적절한 보상도 한다. 해외근무를 희망했던 심훈찬 대리는 마케팅.영어공부를 꾸준히 해 지난해 싱가포르 지사에 발령받았다.
◆도전적인 지원자 선호=이 회사 이홍구 부사장이 소개한 일화 한토막. 지난해 말 열린 신입사원 면접 자리에서다. 해외연수 일색인 지원자 사이에 배낭여행 경험도 없는 지원자가 있었다. 이 부사장이 "다른 지원자와 달리 해외연수 경험이 없는데…"라고 말문을 열자 해당 지원자는 "꼭 해외연수를 가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되물었다. 이 부사장은 "당당한 그의 자세가 마음에 들어 그 자리에서 합격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HP는 이처럼 도전적이고 자신감 있는 인재를 선호한다. 영어를 잘 해야 하지만 원어민 수준의 실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영어로 의사 소통하는 것에 문제만 없으면 된다. 영어실력보다 사람 됨됨이를 더 높이 평가한다. " 인사부 정선후 전무의 말이다. 별도의 영어면접은 없는 대신 면접관들은 영어로 질문한다. 질문 내용은 "당신이 HP에 입사하려는 이유는" "프린터를 잘 파는 방법을 말해 달라" 등과 같은 것이다. 금융.세일즈.마케팅.IT 컨설팅 등 분야별로 필요한 인력을 그때그때 충원한다. HP는 지난해 모두 43명의 신입 및 경력 직원을 뽑았다. 이 중 여직원의 비중은 40%다. HP에 다니는 선배나 지인이 있는 지원자는 남보다 쉽게 입사할 수도 있다. 회사는 직원이 추천하는 지원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사원 추천 채용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정선후 전무는 "우리가 뽑은 HP 직원을 믿기 때문에 그들이 추천하는 사람도 믿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