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에 다니고 있는 최모씨(34)는 공기업에 입사하기 위해 최근 공기업 시험 전문학원에 등록했다.
최씨는 “현재 직장보다 정년이 길어 안정적이고 업무부담도 적은 것 같아 금융권 공사에 재취업할 계획”이라면서 “주말을 이용해 강의를 들으면서 금융감독원이나 한국은행 쪽으로 시험을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기업 취업 연령제한이 사라지면서 취업에 실패한 30대와 재취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이 공사 입사 준비에 뛰어들고 있다. 전문학원에는 늦깎이 수험생들이 몰려들고 있고 인터넷상으로도 수험정보를 찾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공기업 입사 전문 ㅈ학원에는 한 반의 15% 정도가 서른 살 이상의 취업 재수생과 직장인들이다.
주말에 실시되는 입사설명회에는 직장인들로 문정성시를 이룰 정도다. 학원 관계자는 “20대는 종류를 가리지 않고 응시를 하는 반면 30대는 조건이 좋은 공사를 몇군데 골라 집중 공략하는 방식”이라며 “금감원, 수출입은행, 한국은행, 한국전력 등 소위 힘 있고 보수가 많은 곳을 선호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 준비생들이 운영하는 인터넷 카페 ‘공기업을 준비하는 모임’에는 ‘대기만성(30대)’ 게시판이 따로 마련돼 있다.
이 게시판에는 “직장에 다니는데 이 정도 성적이면 가능하냐”는 등 토익 등 영어성적과 국어 및 상식 시험에 대한 정보를 묻는 글이 연이어 올라와 있다.
이처럼 나이제한이라는 진입장벽이 사라지자 한 공기업에는 50대 입사자까지 나왔다. 나이제한이 없어지기 전에는 대부분의 공사가 28~29세를 취업의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해 8월 50세 나이로 응시한 구직자를 공채 합격자로 채용했다.
인사팀 현혜숙 차장은 “업무 적임자를 뽑는 일에 나이는 문제되지 않아 이에 구애받지 않고 능력만 보고 선발했다”고 말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연령제한을 없앤 2004년 이후 30대 이상 합격자 비율이 종전 9%에서 2004년 19.6%, 2005년 27.5%로 상승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연령 제한 철폐 후 입사자 평균연령이 0.7세 정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출처 : 경향신문 조현철·이고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