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면접 이미지 관리를 위한 각종 성형이 유행하고 있다. 즉 외모는 고치지 않더라도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에 쌍꺼풀을 해넣거나 턱을 깎는 등 ‘사이버 성형’이 성행하고 있다. 또한 단순한 미용 성형을 넘어 목소리를 변화시키거나 면접관을 사로잡는 웃음을 위한 치아 교정 등 이색 성형도 구직자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26일 서울 Y 이비인후과에서 진료를 기다리고 있던 A(26·여)씨. 목소리 상담을 받기 위해 이곳에 들렀다는 A씨는 “목소리가 저음인 데다 쉰 듯한 소리가 나와 콤플렉스가 심했다”며 “입사 면접에서 자꾸 떨어져 목소리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고 점점 자신이 없어져 병원까지 찾게 됐다”고 말했다.
발성치료를 전문으로 하는 이 이비인후과에는 성대에 문제가 있어 치료하려는 사람 외에 톤이 지나치게 낮거나 떨리는 목소리를 듣기 좋게 하기 위해 찾는 사람이 환자의 절반 가까이 된다. 일종의 ‘목소리 성형’인 셈이다.
Y 이비인후과 원장은 “원래 주로 성악가·방송인 등 직업상 목소리가 중요한 환자들이 대부분 찾았지만 면접 등 장차 사회생활을 대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최근 2년 사이에 20∼30% 늘었다”며 “이미지 개선 관심의 폭이 넓어진 게 아니겠느냐”고 되물었다.
취업을 앞둔 젊은층에 ‘치아성형’은 쌍꺼풀 수술만큼이나 흔해지고 있다. 툭 튀어나온 앞니를 가지런하게 하거나 누렇게 변색한 치아를 하얗게 만드는 치료가 대부분이다.
인터넷 취업사이트와 연계해 치아 관련 면접이미지 상담을 하고 있는 서울 T 치과에는 취업 준비생의 문의만 하루에 수십 건씩 들어오고 있다. 이 치과는 입술과 입 주변 근육을 움직이는 훈련을 통해 예쁘게 웃어 면접 때 호감을 줄 수 있는 ‘웃음 교정’ 상담도 함께 하고 있다.
T 치과 원장은 “올 봄 취업 시즌을 맞아 취업 준비생들의 문의가 크게 늘었다”며 “면접을 볼 때 아무런 표시가 안 나는 ‘투명 교정’과 길어야 2주 안에 끝나는 속성 치료가 인기를 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얼굴을 가꾸는 성형 외에 이력서에 붙이는 사진을 예쁘게 만들어주는 사이버 성형도 성행하고 있다. 각종 취업 포털 사이트와 취업 관련 온라인 모임에는 증명사진을 올리면 입맛에 맞게 손질해주는 코너를 마련해 놓고 있다.
취업 포털 S사이트의 ‘내 얼굴 뽀샵하기’ 게시판을 클릭하면 사진을 수정해달라는 게시물이 쏟아져나온다. ‘피부를 하얗게 만들어달라’ ‘얼굴의 잡티를 지워달라’는 애교 수준. ‘얼굴 붓기를 빼고 눈 크기를 키워달라’ ‘비뚤어진 입술을 바로잡고 턱을 깎아달라’는 성형수술 수준의 수정을 부탁하는 글이 상당수다.
이 같은 성형 열풍에 대해 취업 포털 잡링크의 한 관계자는 “간단한 피부치료부터 고차원의 성형수술까지 외모 가꾸기가 남녀 구직자를 막론하고 중요한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며 “실제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잘생긴 외모보다 자신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므로 지나치게 외모에만 몰입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