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가상회사 만들어 시장조사·광고시안등 제작
#장면1.
지난 17일 대전 대덕연구단지에 자리한 SK마케팅개발원. 교육 중인 57명의 SK㈜, SK네트웍스 신입사원들이 구내 식당에 모여들었다. 떡볶이 재료로 창의적인 요리를 만드는 ‘발상력 콘테스트’가 오늘의 과제. 각 조별 테이블에 조리도구, 떡볶이 재료와 더불어 해물, 카레, 자장, 과일, 오이 등이 놓여졌다. 신인사원들이 아이디어 회의를 연 후 어설픈 칼질을 하며 진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시간 후. 1등은 떡을 길게 포를 뜬 후 각종 재료를 넣고 돌돌 말아 구운 전병을 만든 팀에게, 2등은 떡볶이로 짬뽕을 만든 조에게 돌아갔다.
#장면2.
16일 밤 11시 30분. SK마케팅 개발원 회의실에서 신입사원들이 충혈된 눈으로 토론을 펼치고 있었다. 각 조별로 SK의 상품을 팔기 위한 광고제작 시안을 만드는 과제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책상 위엔 야식용으로 삶은 고구마와 감자가 놓여 있었다.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SK㈜의 ‘내트럭(NeTruck)’ 서비스를 광고로 만들기로 한 ‘3월조’의 토론을 엿들었다. “고속도로 휴게소에 트럭 운전자를 위한 쉼터를 만들고, 이 내용을 ‘뽕짝’ 음악을 이용한 라디오 광고로 만들자”라는 아이디어를 모은 이들은 곧바로 콘티, 광고문구 작업에 들어갔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강요하는 신입사원 교육의 시대는 갔다. 이제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훈련시키는 새내기 교육이 새로운 트렌드로 주목받고 있다. SK그룹도 최태원 회장이 “정유업체 마인드에서 벗어나자. 혁신적인 사고가 회사를 키운다”고 말한 후 신입사원 교육을 확 바꿨다.
정유사업을 하는 SK㈜ 신입사원의 경우 지난해까지 주유원 실습 등의 교육을 받았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조별로 가상회사를 세워서 시장조사를 하고, 마케팅 계획, 광고시안을 제작하는 ‘실전 창의력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SK마케팅개발원은 이런 신선한 교육을 담당하는 중심기지. 이동하 개발원장은 “광고를 만들라는 과제만 있지 고정된 양식이 하나도 없는 새로운 방식”이라며 “조언을 하는 선배들도 대리, 사원급의 젊은 직원들로 바꿔 문화적 마케팅 감수성을 심는 데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 강요되는 것은 단하나. “선배들을 뒤집어라. 대신 데이터에 기반하고, 근거와 논리를 갖춰라”라는 것 뿐이다. 과거 군대식이었던 연수원 분위기도 자유롭게 바뀌어 사원들의 창의력 개발을 돕고 있었다. 간식과 야식도 그냥 주지 않았다. 매일 저녁 암호풀기 수수께끼를 내고 이를 맞추는 조에게만 야식 선택권을 주는 경쟁시스템으로 아이디어 능력을 테스트했다.
출처 : 문화일보 우승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