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의 삶의 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임금과 취업, 사회·정치 참여 등의 수준은 남성에 비해 여전히 열악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여성개발원이 기존 정부 부처의 각종 통계와 지표가 성 구별 없이 획일적으로 작성돼 결국 남성의 사회기여도 등만 반영한다는 지적에 따라 기존 통계자료를 성 인지적 관점에서 재분석해 최근 발간한 ‘2005 여성통계연보’에서 여성근로자의 월평균 임금은 2004년 155만원으로 남성 월평균 임금 245만5000원의 63.1% 수준에 그쳤다.
특히 임금계층별 근로자 분포를 남녀별로 분석한 결과 월 100만원 미만의 저임금을 받는 여성근로자 비율은 2004년 26.9%(남성 9.1%)였지만 300만원 이상 고임금을 받는 여성은 11.9%(남성 26.6%)에 불과해 고임금으로 갈수록 여성근로자 비율은 줄어들었다.
여성들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1997년 말 IMF 외환위기 이후 다소 감소한 다음 회복세로 돌아서 2004년 48.9%에 달하는 등 ‘외형상’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하지만 여성들의 지위는 여전히 불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정규직인 임시직과 일용직 여성비율이 1994년에는 각각 55.9%와 46.1%였던 것이 2004년에는 56.5%와 49.3%로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2004년 전체 취업자 가운데 여성비율이 41.5%에 이르는 등 여성취업률이 꾸준히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비정규직 여성근로자 비율이 남성보다 더 높다는 것을 말해준다.
공무원 직급에 따른 남녀 구성 비율도 기존 구조를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행정부 공무원 중 여성 비율은 1990년 23.2%에서 2003년 34.1%로 증가했지만 이는 하위직급에서의 여성 증가가 주원인으로 분석됐다. 특히 2003년 5급 이상 행정부 공무원 가운데 여성은 국가공무원 607명(3.8%), 지방공무원 646명(1.2%)이었지만 남성은 국가공무원 17.4%, 지방공무원 11.9%로 고위직급에서 남성 분포가 많았다.
고등교육기관의 학위 취득 및 교육 전문직 종사 비율에서도 남녀 차이는 뚜렷했다. 2005년 각 학위 취득자별 여성분포는 학사학위의 경우 50.5%로 남성보다 약간 많았지만 석사는 43%, 박사는 26%로 높은 학위일수록 여성 비율은 낮았다. 이 같은 ‘교육기회 미충족’ 이유로 여성들은 ‘경제적 형편 때문’이라고 답한 경우가 62.7%로 가장 많았고 ‘부모의 사고방식 때문’이라고 답한 여성도 18.6%였다.
이혼에 있어서는 고령 여성들의 인식 변화가 두드러졌다. 30대 여성의 이혼 건수는 2004년 전체 연령 가운데 43.4%를 차지했고 40대 여성도 30.3%에 달했다.
특히 50세 이상 고령 이혼건수도 많이 증가해 평균 이혼연령은 1990년 32.7세에서 2004년 39.2세로 높아졌다.
한국여성개발원 주재선 연구원은 “성 구별을 통해 기존 자료를 재가공한 결과 한국 여성의 사회적 지위나 삶의 질은 꾸준히 개선되고 있지만 그 속도가 매우 느리다”며 “다만 그동안 성 인지적 관점에서 다양한 정책들과 사회적 인식 변화로 향후 남녀 불균형 구조의 개선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처 : 세계일보 김재홍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