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의 한 소규모 건설업체에서 3년째 경리업무를 보고 있는 김아무개(23·여)씨는 지난해 3월 동료들 몰래 울산노동사무소에 구직신청을 했다. 그는 다니던 회사에 특별히 불만은 없었지만 실업계고에서 전공한 전산 경험을 쌓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결국 직장 옮기기를 포기했다. 전산 직종 일자리가 좀처럼 나오지 않는데다 급여가 이전 회사보다 적어 근무여건이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지난해 기업체에서 고용하려는 노동자수에 취업 희망자수를 나눈 경쟁률(일자리 경쟁배수)이 전국 평균보다 낮은데도 실제 취업률이 오히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울산노동사무소는 지난해 지역 고용안정센터를 통한 기업체 구인자수와 구직자수는 각각 1만5421명과 2만7725명으로 일자리 경쟁배수가 1.8대 1에 그쳤으나 실제 취업자는 5084명으로 취업률이 18.3%에 그쳤다고 31일 밝혔다. 전국적으로는 평균 일자리 경쟁률이 2.3대 1로 울산보다 높았지만 취업률이 23.0%로 울산보다 4.7%포인트 높았다.
울산의 일자리 경쟁률이 낮은데도 취업률이 높지 않은 것은 고용안정센터를 통해 제공되는 일자리가 저임금 단순 노무직과 자격증을 요구하는 기술관련직이 주를 이룬 반면 구직자들은 고용이 안정되면서도 급여가 많은 사무직을 선호하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울산노동사무소 관계자는 “구인 직종과 구직자의 희망 직종 사이에 차이가 좁혀지지 않아 실제 취업률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며 “대기업 공장이 몰려 있는 울산의 임금수준이 다른 곳보다 높아 구인난을 겪는 중소업체들도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