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희 (주)이루마 대표 인터뷰
“커피문화,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자리 잡았으면”
체계적인 교육으로 전문적인 바리스타 양성
“이제 커피 없는 삶은 상상할 수 없죠”
이루마(주)의 김동희(37) 대표에게 커피는 삶의 일상이자 연인이며 친구다.
따뜻한 커피 한잔이 더욱 그리운 계절. 지난 21일 김 대표를 만나기 위해 (주)이루마를 찾았다.
바(bar) 안의 커피머신 앞에서 교육중인 김 대표의 손길이 놀랍도록 진지하다. 눈빛은 살아있다. 한 방울 한 방울 커피가 떨어지면 금 새 은은한 향이 코끝을 감싼다.
기분좋은 향기 가득한 공간에서 커피와 바리스타에 관한 그의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찻잔 속 거품위에 하트모양이 그려진 카푸치노 한잔을 건넨다.
‘바리스타(Barista)’ 는 그가 건넨 카푸치노처럼 커피위에 나뭇잎이나 동물모양 등을 그리는 ‘라떼아트’ 와 좋은 원두를 선택하고 커피머신을 활용해 고객에게 최상의 커피를 선사하는 일을 한다.
김 대표는 (주)이루마와 지역의 대학에서 강의를 하며 이런 전문바리스타를 교육해 양성하고 있다.
“다들 제가 처음부터 원두커피 같은걸 좋아했을 거라고 짐작하더군요. 저도 예전엔 커피 자체도 별로였고 소위 말하는 ‘다방커피’ , ‘자판기커피’ 가 최고라고 생각했어요.”
“커피엔 그다지 관심도 없었고 제가 이쪽 일을 하게 될 거라곤 상상도 못했죠.”
이랬던 김 대표가 커피시장의 무한한 성장가능성을 보고 커피사업에 뛰어든 것은 2002년. 본업이었던 엔지니어도 그만뒀다. 그는 목하 커피와 6년째 열애 중이다.
지금의 김 대표에게 ‘커피’ 는 어떤 의미일까?
“아유~이젠 제 삶의 전부죠” 망설임 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김 대표는 최근 불어 닥친 바리스타 열풍이 그리 반갑지 만은 않은 듯 했다.
“한때 휩쓸고 가는 유행만으로 끝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바리스타는 지난해 여름 방영됐던 드라마 ‘커피프린스1호점’ 에서 여주인공의 직업이었다. 드라마로 인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김 대표는 (주)이루마의 경우 굳이 드라마가 아니더라도 2004년부터 지금까지 교육생들과 교육과정에 대한 문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고 했다.
물론 일시적으로 커피에 매료돼 단순취미로 배우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요즘에는 대부분 취업과 창업을 목적으로 (주)이루마를 찾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바리스타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적성과 흥미가 이쪽과 맞는지 파악하고 ‘기본’ 이 중요하기 때문에 아카데미나 대학의 평생교육원 등지에서 기본지식과 기본기를 다져야 한다” 고 말했다.
또 기본기를 다진 후에는 많이 경험해 보는 것이 실력을 쌓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에 (주)이루마에서는 철저하게 실습위주의 교육을 진행한다고.
김 대표는 “바리스타를 꿈꾸는 이들이 막연한 환상을 가지거나 교육과정만 이수하면 무조건 취업이 보장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아직까지는 전문바리스타의 교육과 취업구조가 체계적으로 잡혀있지 못해 현재의 바리스타들은 조금은 녹녹치 못한 여건 속에서 그 기틀을 마련하고 커피문화를 안착시키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에 대한 관심은 해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원두커피시장 또한 급속히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 전망은 매우 밝습니다” 김 대표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있었다.
김 대표는 커피에 관해 간절한 바람을 얘기했다. 무엇보다 커피문화가 자연스럽게 일상의 한 부분으로 녹아들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커피문화와 에스프레소의 본고장이라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의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거리 곳곳의 노천카페마다 다양한 연령층의 사람들이 즐비하게 앉아서 커피를 즐기더군요.”
이탈리아에선 커피가 애초에 하나의 기호식품이 아닌 문화로 인식돼왔기 때문에 전문적인 바리스타 아카데미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그러다보니 나이 지긋한 바리스타들이 많아요. 추출방식은 한국의 전문바리스타들 보다 엉성할 수는 있겠지만 그 맛만은 참 좋아요. 왜 우리나라 골목의 시장마다 한 분씩 있는 음식솜씨 뛰어난 어머님들처럼 말이 예요. 전문적인 교육기관이 없어도 오랜 세월에 걸쳐 축적된 노하우들이 고스란히 이어져오고 있는 거죠.”
“하지만 우리나라는 이런 외국의 문화가 전해져 온 것이고 지금 커피가 서서히 문화로 접어들려고 하는 시기이니 전문적인 바리스타들이 역할이 더욱 중요하죠. 그렇기 때문에 체계적으로 바리스타들을 교육해 양성하는 기관도 더 많이 필요한 거구요.”
커피가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해 선행돼야 하는 건 뭘까?
“먼저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해요. 단지 원두커피, 비싼 커피를 사먹는다고 해서 그들을 싸잡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건 옳지 못합니다. 그렇게 보는 사람들도 외국 브랜드의 제품 하나씩은 가지고 있을 걸요?” 김 대표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들이 커피전문점에 가는 이유는 단지 커피를 마시기 위함도 있지만 커피를 마시며 바쁜 일상의 한부분에 쉼표를 찍는다. 또 그 공간속에서 누군가를 기다리고 친구 혹은 연인과 대화를 나눈다. 책과 신문을 읽기도하고, 공부도 한다.
어찌 보면 예전사람들이 두런두런 얘기 나누던 마을의 정자, 읍내의 찻집과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시대가 변했으니 그 장소와 문화가 바뀐 것일 뿐이다.
일부의 애호가들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원두커피와 에스프레소 등을 즐길 날이 머지않을 것이라 말하는 김 대표.
외국의 커피문화를 그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우리만의 커피문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김 대표는 오늘도 예비바리스타들과 함께 커피머신 앞에 선다.
[데일리안 대구·경북 김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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