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여 타업종 방황 프로그램 참가후 자신감 얻어
■경기재취업지원사업 3기 양동웅(54· MBU 정보통신 상무)씨
아직 어둑어둑한 이른 아침 출근준비를 하고 7시에 집을 나선다. 안양 평촌에서 서울 서초동까지 버스를 타고 가는 1시간 남짓한 출근길 양동웅 상무는 ‘어떻게 하면 새로 개발된 독거노인을 위한 보호시스템을 확대 판매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 뿐이다.
9시부터 시작되는 직장생활의 반은 새로운 거래처를 확보하기 위한 업체방문 스케줄로 꽉 차 있지만 현재 회사에서 시작한 솔루션 사업의 성공을 위해 그는 수원이든 평택이든 마다않고 달려간다.
기자와 만남이 있던 날도 오전부터 평택과 오산을 들려 수원으로 왔다니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이다.
“2000년 IMF 직후 20여년동안 일하던 IT 회사에서 명퇴랄까…권고사직이랄까 어쨌든 퇴직을 했습니다. 그후 7년동안 작은 사업도 해보고 프리랜서도 하고…건설현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도 생활해보고 이것도 여의치 않아 백수생활도 하고…하하”
안정적인 직장이나 수입이 없다보니 점차 의기소침해졌다는 양 상무는 “모든것에 의욕이 없어지고 정신적 공황상태가 되더라”며 “나이가 많아 더 이상 IT 업종을 불가능하다고 포기하고 기능직이라도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후 신문을 보던 중 경기도에서 운영하는 경기재취업지원사업을 보게됐다”고 말했다.
경기도에서는 경력을 가진 구직자들의 재취업을 위해 지난 2006년 9월부터 경기중소기업종합지원센터와 함께 재취업과 자영업 창업을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도내 남부, 서부, 북부, 동부 등 4개 권역별로 실시하는 지원사업은 전문취업서포터즈(컨설턴트)가 각 권역 사무실에 상주하면서 실직자에 대한 취업성향 분석과 체계적인 밀착상담, 교육을 통해 재취업과 연계시키고 있다.
양 상무는 “처음 지원사업에 대한 기사를 본 게 작년 4월경이었는데 그때는 시기가 맞지 않아 신청하지 못하다가 9월에 3기 모집 기사를 보고 참여신청을 했다”며 “10월부터 12월까지 9주에 걸쳐 여러 가지 세미나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데 ‘네트워킹(인맥)을 관리하라’는 세미나가 귀에 확 들어왔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실 회사를 그만둔 후 직장생활을 하면서 알게된 지인들과 의도적이든 아니든 연락을 안하게 되더라고요. 시간이 흐를수록 친구나 주변사람들과의 교류도 줄게 되고 모임에도 안나가게 되고요. 그게 한두달이 아니라 1년,2년 7년 이렇게 흐르니까 거의 주위사람들과 단절되더라고요. 그때 그 강의가 저를 변화시켰습니다. 다시 사람들과 연락을 취하게 되고 모임에도 참석하면서 자연스럽게 제 친구들이나 선배, 같은 업종에서 근무하던 지인들이 저의 사정을 알게됐습니다. 그 친구들이 저의 재취업을 돕기 시작한 것이죠.”
양 상무는 재취업지원센터에서 만난 컨설턴트가 구직자들의 심리상태를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구직자들이, 특히 구직기간이 길면 길수록 의기소침해지고 자신감이 상실됩니다. 그럴 때 컨설턴트의 격려가 큰 위안과 희망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재취업지원센터의 프로그램은 구직을 위한 직능 교육보다는 ‘희망 교육’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거기에 더불어 이력서 작성법이나 면접 호감도를 높이는 방법 등 실질적으로 구직활동에 도움이 되는 것을 가르쳐주죠.”
재취업센터에 참가하는 기간동안 자신의 경력과 상관없는 곳에서 면접까지 봤다는 양 상무는 다행인지 취업이 되지 않았다.
“어느날 제 친구의 선배가 자기와 함께 일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의해 왔어요. 7년 정도 된 IT 정보통신계 회사인데 새로운 솔루션이 개발되면서 인원을 확충하게 됐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지금까지 일해온 업종이고 경력도 인정받을 수 있으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죠. 그래서 지난 12월부터 출근하고 있습니다. 하하”
그가 출근하게 되면서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 기자에게 “누구겠느냐”고 반문한 양 상무는 아내나 가족이라는 답변대신 “바로 나 자신”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직장을 가지게 되면 너무 기쁠 것 같았지만 오히려 마음은 덤덤하더라고요. 대신 나이도 있고 마지막 직장이라는 생각 때문에 더욱 바빠지고 열심히 일하게 돼죠.”
재취업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기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과 확신이 중요하다는 양 상무.
“사실 저도 취업을 준비하면서 다른 사람의 조언이나 충고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또 도움을 부탁하지도 못하고요. 제가 다시 취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짧은 시간이었지만 받은 교육에 충실했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바꿔보세요. 정신적 무장이 필요합니다.”
다시 사무실로 들어가 봐야 한다며 바쁜 걸음을 내딛는 양 상무는 “취업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안됐을 때 실망보다는 다른 길을 찾아보는 여유를 가지라”며 “모든 일이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지 않겠느냐”며 천천히 자신의 꿈을 이뤄나가라는 충고를 남기고 멀어졌다.
출처 : 업코리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