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일자리 절반이 시간당 1만원도 안돼 공공근로 줄이고 기업 고용능력 키워야
◆ 이명박 시대 / 새 대통령 어젠더 <5> - 새 일자리 2배 늘리자 ◆
정부는 일자리를 늘리는 과정에서 `수치의 함정`에 쉽게 빠진다. 몇 십만개 일자리 창출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선 눈에 보이는 수치만 올리는 데 급급하다 보면 저급 일자리를 양산하게 된다.
지난 몇 년간 한국 경제는 이 같은 함정에 빠져 있다. 많지 않은 일자리가 그나마 공공근로 등 저급 일자리 중심으로 창출되면서 일자리 질이 급격하게 떨어졌다.
금융연구원이 발표한 `한국노동시장 양극화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기준 평균적으로 중간소득(시간당 임금 1만원 전후) 이상을 벌 수 있는 괜찮은 일자리 창출은 16만개에 못 미쳤다. 신규 일자리 중 50%를 조금 넘는 수치다. 나머지는 모두 중간소득을 벌지 못하는 `하위 일자리`였다. 보고서는 "2004년만 해도 괜찮은 일자리 창출 비중은 신규 일자리의 80%를 차지했지만 갈수록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88만원 세대 양산하는 서비스업
= 문제는 창출 수준에 그치지 않는다. 중간 일자리 대부분이 경력직으로 전직을 하는 30ㆍ40대에 돌아간 것이다. 이에 따라 노동시장에 신규 진입한 청년층 가운데 중간 일자리를 잡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이에 따라 만들어진 신조어가 `88만원 세대`다. 청년층 대부분이 한달 평균 월급 88만원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시작했거나 할 것이라는 세태를 표현한 말이다.
일자리 질이 급격하게 떨어진 것은 제조업의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업에서 저급 일자리가 양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연구원은 이런 현상에 대해 경제학자 보몰의 이론을 원용해 한국 경제가 `보몰의 병폐`에 빠져 있다고 진단했다. 서비스업이 발달하면서 일자리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 서비스업 생산성이 워낙 낮아 사람으로 `때우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많은 임금을 주기 어렵고 이는 서비스업 고용주가 지속적으로 더 많은 사람을 싼값에 고용하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취업 희망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취업자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매경DB>
◆ IT 서비스업 고용 비중 두 배로
=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 과정에서 중점 육성해야 할 분야는 IT 서비스다. IT산업은 한국 경제를 견인하는 주력산업으로 성장했지만 정작 고용창출 효과는 거의 없다. 장치산업이라 노동력이 별로 필요없는 데다 장비와 부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2005년 말 기준 명목 국내총생산(GDP)의 10.9%가 IT산업에서 창출됐다. 하지만 IT산업 고용은 72만명 수준으로 전체 4.8%밖에 흡수하지 못했다. 생산이 10억원 늘 때마다 생겨나는 일자리 수도 5.8개에 불과하다. 전체 산업 평균(20.1개), 다른 제조업 평균(20.6개)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IT를 활용한 서비스산업을 육성하라는 게 전문가들 조언이다. 프로그램 개발, 사업 서비스업 등이 대표적이다.
박장호 한국은행 조사역은 "국내 IT 제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했지만 IT 서비스업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IT 관련 서비스업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IT산업 내 IT서비스업 고용비중 31.5%를 적어도 미국 수준인 60% 이상으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 금융ㆍ관광산업도 고용 유발에 큰 기여
=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도 필요하다. 은행권 산출액(매출액) 규모는 2000년 199조6000억원에서 2003년 260조9000억원으로 37.2% 급증했지만 고용창출 능력은 절반으로 줄었다. 이유는 금융산업 고용구조가 보조인력에 치중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재규 카이스트 테크노경영대학원 교수는 연 3000명 이상 금융전문가를 육성하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금융인력 구조에서 한국은 전문가 비율이 4.4%에 불과하지만 홍콩과 싱가포르는 50%를 넘는다"며 "금융전문가를 많이 양성해 일자리 질을 고급화하는 동시에 금융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의료, 카지노 등 특성화한 관광산업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도 전문가들의 권고다.
출처 : 매일경제[이근우 기자 / 박유연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