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 속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가진 회사에 입사한 구직자들을 보면 공통점이 있다. 바로 '성실함'과 '차별화'다. 남들과 다른 나만의 장점, 무기를 바탕으로 한 취업 준비는 기업 인사담당자들에게 상당한 플러스가 된다. 또한 많은 취업준비생들에게도 귀감이 된다.
지난해 11월, 삼성테크윈 렌즈개발팀에 입사한 박현규 씨 역시 성실함을 바탕으로 한 차별화가 취업으로 연결된 중요한 요인이 됐다. 4년제 대학 입학과 중퇴, 어학연수, 전문 대학 재입학. 얼핏 봐도 평범한 이력은 아니다. 남들처럼 하는 공부가 싫었고, 토익 점수보다 진짜 영어가 배우고 싶었다고 한다. "어딜 가든 글로벌 시대라고 하는데, 직접 경험해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어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견문도 넓히고 싶었고, 제가 잘 할 수 있고, 적성에 맞는 일을 찾기 위해 외국으로 떠났습니다"
현규 씨는 1997년 영남대학교에 입학해, 3학년 때 중퇴를 하고 캐나다로 떠났다. "당시 가족들과 주변의 반대가 컸습니다. 휴학을 권하는 의견도 많았지만, 책임감과 절박함을 가지기 위해선 다소 모험이 필요했어요. 영어가 필수인 시대에 남들과 똑같이 해서 토익점수 올리는 것보다 회화 능력을 키우고 싶었고 CAD디자인 관련으로 전공도 바꾸고 싶었습니다"
현규 씨는 취업 준비를 특정 기간 전략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히 실력을 쌓아나가는 것이라고 본다. 또 개별적인 요소(학력, 어학, 자격증, 사회활동 등)들이 전체로 잘 조화될 때 효과적으로 나타난다고 말한다. 그는 캐나다 어학연수와 호주 현기학기제를 거치면서 영어회화를 원어민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회화 중심의 영어를 배우다보니 어학연수 후에 치른 토익 시험에서 듣기 영역에 만점을 맞으면서도 문법과 독해 공부는 등한시 해 600점대에 머문 적도 있었다.
호주 국영철도회사에서 인턴십을 가지면서 실무 영어를 배우게 됐으며, 2005년 영진전문대학에 입학하면서 취업과 관련된 실질적인 교육을 받았다. 특히 그가 활동한 전공 동아리인 '3차원 연구회'의 경우 가입 경쟁률이 15:1 이상으로 학생들에게 상당히 인기가 높다. 3차원 연구회를 통해 전공과 실무가 결합된 부분을 익혔다. "동아리 활동이 기억에 납니다. 3차원 CAD를 활용해서 제품디자인 및 애니메이션, CAE/ CAM 분야의 연구 설계·개발 등을 진행했는데, 학과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성과도 많았고, 실무에 버금가는 팀프로젝트 환경을 경험했습니다"
호주 현지 인턴십 때부터 이력서를 쓰기 시작한 현규 씨는 입사 전 10여 곳에 원서를 냈지만 모두 서류에서 떨어졌다. "당시 최종 합격한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가장 눈에 띄는 차이가 나이였어요. 다른 지원자들보다 평균 2살 이상은 많은 신입이다 보니, 회사에서 꺼려한 것 같았습니다" 최근 대기업에선 학력과 연령 제한을 철폐하고 있지만, 아직 상당부분 전형 기준으로 참고하고 있으며, 현규 씨 역시 그에 대한 준비가 필요했다.
"다른 지원자들과 비교했을 때 나이가 많은 편이었지만 당당하게 그 만큼의 시간을 잘 보냈다는 결과물을 보여줬어요. 평소 독서와 신문 탐독을 좋아해서 시사·상식 질문에 자신 있었고, 전공 능력과 외국어 평가에서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기술 면접 때 6SIGMA에 대한 질문을 받았는데,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게 아니었죠. 평소 관심 있게 봐둔 것이 면접에 나와서 저만 정확하게 답변했다고 들었습니다" 그 결과, 그는 면접 전형에서 1등을 차지하고 전체 2,900여명의 지원자 중에서 최종 선발된 31명 중 한 사람이 됐다.
현규 씨는 렌즈개발팀에서 디지털카메라 렌즈 경통(렌즈와 렌즈통 연결)을 개발하고 있다. 디지털카메라 판매 업체는 많지만 핵심 기술을 개발하는 곳은 전 세계에서 몇 개 되지 않는다. 이에 그의 자부심도 크다. 입사 당시 MV20 모델 개발에 참여하면서 올 7월 중국 현지 공장에서 기술 이전을 한 것을 최고의 경험으로 삼고 있다. "직접 제품의 핵심 기술을 개발했다는 것만 해도 뿌듯했는데, 그 기술이 상용화 돼 현지 생산자들에게 기술 양산을 할 때는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어요. '일에 대한 보람이 이런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향후 그는 활동적인 자신의 성격을 살려, 기술영업이나 유통 업무를 담당한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당장의 취업여부를 떠나 자신의 인생을 위해 다양한 길을 걸은 현규 씨는 취업준비생들에게 더 많은 노력을 할 것을 주문했다. "공부를 할 때 장기적인 것과 단기적인 것을 구분해서 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우선은 자신이 왜 공부하는지를 생각하며 인생 전체에 대한 지도를 그려봐야 해요. 최근 신입사원의 잦은 이직과 퇴사도 결국은 당장의 취업 때문에 생긴 거잖아요. 또, 목표가 생겼다면 어느 정도의 수단과 방법은 생각하지 않고, 성취하려고 하는 욕심도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소위 얼굴에 철판을 깔아야겠죠. 모르는 것은 부끄러운 게 아닙니다. 누군가가 귀찮아 할 정도로 열심히 묻고 배운다면 그 만큼 자신의 실력도 쌓이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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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