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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숨겨진 ‘알짜 직장’ 어디?2007-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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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가 되는 게 꿈이에요. 외국계 투자은행(IB)과 컨설팅사는 진정한 실력자만이 들어가는 이른바 ‘엘리트 코스’지요.”

취업을 앞둔 경영학과 학생 이현중 씨(26)의 설명이다. 서울을 금융 허브로 만들겠다는 정부와 금융권의 골은 아직까지는 멀어 보인다. 하지만 취업 지망생의 의식 수준만은 금융 허브 못지않다.

과거에는 ‘은행과 증권사’ 등을 금융권 입사 우선순위로 언급하곤 했지만 최근의 트렌드는 다르다. 주식시장이 신기원을 열면서 맞은 ‘펀드 전성시대’와 함께 ‘운용사’가 떴다. 정작 신입 사원을 뽑지 않는 운용사도 다수 있지만 ‘펀드매니저’ 지망생은 늘어만 간다.

외국계 IB와 컨설팅사는 ‘고액 연봉’ 직종으로 유명하다. 회사 위치부터 주로 서울 파이낸스센터, 흥국생명빌딩 등 서울 중심부의 위풍당당한 건물에 자리 잡았다. MBA 학비를 지원해 주고, 해외 근무도 활성화돼 있어서 글로벌 인재를 포부로 삼은 사람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회사에 따라 인터뷰를 20차례 보는 곳도 있다. 인터뷰는 물론 영어로도 진행된다.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모건스탠리 등 외국계 IB는 인턴 모집 공고를 수시로 낸다. 맥킨지앤드컴퍼니, 보스턴컨설팅그룹, 베인앤드컴퍼니 등 외국계 컨설팅사는 보통 1년에 두 차례, 봄과 가을에 정기 채용을 한다.

공학도의 분위기는 또 다르다. 일자리를 알아보는 공대생 최우식 씨(27)는 “국내 유수 대기업은 예나 지금이나 선호하는 1순위”라면서 “그 틈새로 외국계 정보기술(IT)·전자 기업이 급부상했다”고 요즘 분위기를 귀띔했다. 임금 수준이 국내 대기업 못지않게 높으면서도 자유로운 분위기를 지닌 외국계에 공대생이 몰리고 있다. ‘영어만 된다’면 오매불망 외국계 입사를 노래 부르는 예비 직장인이 적지 않다.

각종 조사에서도 외국계 IT 기업의 약진이 돋보인다. 취업 포털 커리어는 신입 구직자 2150명을 대상으로 6월 가장 취업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에 대해 설문 조사했다. 그 결과 구글코리아, 한국IBM, 한국마이크로소프트가 1, 2, 6위를 차지했다. 응답자의 90.2%는 ‘외국계 기업으로의 입사를 희망한다’고 답했다.

외국계 기업의 장점으로는 33.2%가 ‘연봉 및 복리후생 우수’를 꼽았다. ‘자기 계발을 위한 다양한 교육 기회 제공’ ‘학벌이나 지연 등 차별 요소 배제’ ‘능력에 따른 대우 및 승진’ ‘합리적이고 투명한 경영’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커리어의 김기태 대표는 “외국계 기업은 성과급제와 연봉 수준, 복리후생 제도가 상대적으로 국내 기업보다 잘 정비돼 있어 구직자들의 선호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지난 3월 온라인 취업 사이트 사람인 또한 구직자 724명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을 조사했다. 이 결과에서는 ‘한국IBM’이 1위, 그 밖의 필립스전자 등 전자 기업이 10위 안에 들었다.

‘안정성’ 최고 … 공기업 인기 치솟아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인기 최고’는 공기업이다. 현재의 취업 희망자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의 자녀들이다. ‘잘나가던’ 아버지가 한순간에 명예퇴직 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2030세대는 ‘안정성’을 최고 덕목으로 친다. 50대 중후반까지 일할 수 있는지, ‘정년퇴직’할 수 있을지를 점쳐 본다. 대기업 등에 비해 상대적으로 임금이 적다고 해도 상관없다. ‘얇고 길게’를 목표로 삼은 이가 많다.

IMF 환란 시절 현실을 실감한 부모가 자녀의 공기업 취업을 부추기기도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의 각종 취업 카페에는 ‘오늘도 어머니가 신문에 나온 공기업 취업 기사를 곱게 오려 책상에 놓았다’는 등의 글이 눈에 자주 띈다. 공기업이 최근 학력과 나이 제한을 없앤 ‘열린 채용’을 확대하면서 입사 경쟁률은 더욱더 높아졌다. 다른 회사에 다니다가 뒤늦게 다시 공기업 신입 사원으로 입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공기업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곳은 한국전력공사다. 인크루트와 사람인 등 각종 취업 포털의 조사에서 ‘일하고 싶은 공기업’ 1위로 꼽힌다. 사람인이 최근 20, 30대 성인 남녀 34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선호 공기업’은 한국전력공사에 이어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은행, 인천국제공항공사, 대한주택공사 순으로 나타났다. 사람인의 이정근 대표는 “앞으로 공기업 선호도의 변화에 대해서는 78.5%가 ‘계속 높아질 것’이라고 답했다”며 “공기업 취업 열기가 당분간 젊은 층에게 꾸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하반기 취업 시장에서 웃음 짓기 위해서는 채용 트렌드를 제대로 읽어야 한다. 지원자 수준이 상향평준화되는 반면 기업의 채용 전형도 점차 까다로워져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그물식보다는 타깃형 취업 전략’을 짜야 한다. 온라인을 통한 박리다매식, 문어발식 지원보다는 해당 기업에 딱 맞는 맞춤식 입사지원서가 취업 확률을 높인다.

1~2시간의 면접, 길게는 반나절의 면접이 늘어났기 때문에 면접 연습도 철저히 해야 한다. 마라톤을 하며 인내심을 측정하는 기업, 축구·피구 등을 시키며 팀워크와 열정을 검증하는 공기업도 있다. 심지어 찜질방·등산로·술집 등지를 돌아다니며 지원자의 숨겨진 내면을 살펴보는 곳도 등장했다.

‘역량 면접’을 앞 다퉈 도입했다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역량 면접은 지원자가 업무에 필요한 역량을 제대로 갖췄는지 판별하는 방식이다. 이력서에 특정 프로젝트에 참가했다고 썼다면, 면접자는 지원자가 맡았던 역할, 성공 여부, 얻은 성과를 자세히 물어본다. 치밀한 준비와 함께 진솔한 면접 자세가 필요하다.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채용 방식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 준비해야 할 사항들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면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적극적으로 준비해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출처 : 한경비즈니스<이효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