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상반기까지 3천명 채용…학원강좌 수험생 몰려 '예년의 2배'
학원가에 세무직 공무원 시험 준비 열풍이 불고 있다. 오는 9월부터 내년 상반기 사이에 이뤄지는 3천여 명의 7급, 9급 세무직 공무원 채용을 겨냥해 '공시족(公試族·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
1일 대구 중구 C행정고시학원. 최근 개설된 세무공무원 문제풀이반에는 50명이 넘는 수험생이 등록했다. 세무직 공무원 지원자가 행정직의 10% 정도고 상반기 일반 행정직 공채가 끝나 학원가가 비수기에 접어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히 이례적인 현상. 학원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세무직 준비생이 두 배 이상 늘었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고 말했다.
세무직 공무원 열풍은 지난달 국세청이 올 하반기 중 2천400여 명의 9급 세무직 공무원을 두 차례에 걸쳐 채용한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불기 시작했다. 내년부터 실시되는 '근로장려세제'(일하는 저소득층에 일정액을 지원해 주는 제도)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보충하기 위한 것. 다음달 16일 1천300명을 1차로 채용한 뒤 올 연말쯤 1천400명을 추가 선발할 계획으로, 국세청 출범 이후 최대 규모다.
이 같은 소식에 학원가는 한껏 들뜬 분위기다. 이번 기회에 세무직으로 진로를 바꿀 것을 고민하는 수험생들의 문의도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공무원 시험 준비를 막 시작했거나 대학의 관련학과 전공자, 세무사 사무실 등 관련 직종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까지도 세무직 공무원 시험에 뛰어들고 있다는 것.
이는 기존의 세무직 수험생들이 올 하반기까지 채용되고 나면 내년 상반기에는 합격 커트라인이 크게 낮아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에 치러진 국가직 일반 행정 공무원의 합격 커트라인이 서울·경기의 경우 91.5점에 이를 정도로 높았지만 세무직은 82점으로 차이가 컸다. 이에 따라 '초보 응시생'이 늘어나는 내년 상반기가 되면 70점대까지 합격 커트라인이 낮아질 것으로 학원가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세무직으로 전환했다가 자칫 낭패를 볼 수도 있어 수험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합격을 하면 다행이지만 만약 낙방하게 될 경우 다시 행정직으로 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것. 수험생 김모(32) 씨는 "지난 상반기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쳤다가 0.5점 차로 아깝게 낙방한 탓에 세무직으로 전환하면 합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이 크다."면서도 "하지만 자칫 낙방했다가는 내년 상반기에 예정된 국가·지방 행정직 시험까지 고스란히 날리게 될까봐 쉽게 결정을 못 내리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출처 : 매일신문<장성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