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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토익은 가고 ‘적성의 시대’… 적성시험 열병2007-07-10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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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플도 아니고 토익도 아니다. 이제는 ‘적성(適性)’이다.

채용시장에 ‘적성’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직무에 걸맞은 ‘적성 인자’를 가진 인재를 선별하기 위한 직무적성시험이 대기업, 고위 공무원 등의 채용시 중요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뛰어난 학점에 상식을 고루 갖춘 모범생형보다도, 토익 고득점의 글로벌 인재보다도 ‘직무에 알맞은 성질이나 적응능력 혹은 소질’을 가진 맞춤형 인재가 조직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요즘 고시생들은 ‘적성시험’ 열병을 앓고 있다. 최근 로스쿨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예비 법조인들에게 법학적성시험(LEET)이 입학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이에 예비 법조인들은 벌써부터 미국 등에서 LEET 서적을 구하는 등 준비에 분주하다.

적성시험의 위력은 이미 외무고시에서 증명됐다. 2005년 도입된 공직적성시험(PSAT)이 합격자의 판도 변화를 몰고 온 것. 2007년도 외무고시 최종 합격자 중 23~25세 비율이 전체 61.3%. PSAT 도입 이후 합격자의 연령층은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중앙인사위원회 관계자는 “합격자의 연령이 낮아진다는 것은 곧 준비기간이 짧아짐을 의미한다”며 “이런 추세는 계속될 것으로 보이며 바람직한 현상”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 역시 해마다 적성시험의 비중을 높이고 있다. 취업포털 리크루트에 따르면 2007년 매출액 기준 100대 기업 중 18.2%가 직무적성검사를 도입 혹은 강화하기로 했다.

올해 적성검사를 처음으로 실시하는 STX그룹 인사팀 관계자는 “회사와 궁합이 잘 맞는 사람인지를 면밀히 평가하기 위해 시험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이 삼성직무적성시험(SSAT)을 통해 모집인원의 2배수만을 남겨 놓는 것을 비롯해 현대자동차 SK 등 각 기업들은 저마다 고유한 적성시험으로 기존 필기시험을 대체했다. SK텔레콤 그룹 관계자는 “인ㆍ적성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면 무조건 면접을 볼 수 없다”며 “아무리 영어를 잘하고 지적능력이 뛰어나도 조직에 융화될 수 없는 인물은 기업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말했다.

취업준비생들도 적성시험 준비에 열을 올리고 있다. SSAT가 치러지는 3월과 9월에는 적성시험 대비 서적이 도서 판매량 최상위권에 오른다. ‘맞춤형’ 학원도 성행이다. 노종태 이그잼 상담실장은 “방학 때 직무적성시험 대비반을 마련할 계획인데 벌써부터 문의가 폭주하고 있다”며 “500명 정도의 수강생이 몰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런 현상에 대해 전문가들은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이기학 연세대 교수(심리학과)는 “적성검사란 모든 조건이 동일할 때 제한된 시간 내에 어느 정도 아웃풋을 낼 수 있는지를 측정할 수 있는 도구”라며 “입사 지원자가 대개 지원 직종에 대한 흥미 등이 유사하다고 볼 때 직종군에 대한 적성을 제대로 정의하고 이를 문제화할 수 있다면 다른 방식의 평가에 비해 입사 도구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적성시험도 준비가 가능할까? 이에 대한 학자들의 대답은 부정적이다. 정태연 성균관대 교수(심리학과)는 “적성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타고나는 것이기 때문에 이를 바꾸거나 개발하는 데는 수십년이 걸릴 수도 있다”며 “적성검사 시험이 준비가 가능하다면 그것은 적성을 왜곡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시험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하남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