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때 ‘나만의 개성’ 전달에 딱… 살사 댄스·패러디 작품 등 선보여…
기업도 UCC제출자 선호
올해 2월 서울대 언론정보학과를 졸업한 김수현(24)씨는 작년 하반기 내내 취업전선에 뛰어다녔다. 대기업 10여 곳에 지원했지만 계속 고배를 마셨다. 김씨는 ‘기업들이 나를 외면하는 이유가 뭔지’를 곰곰이 연구한 끝에 원인을 찾아냈다. 실제로는 활달한 성격인데도, 겉으로는 너무 얌전하고 소극적으로 보이는 것이 문제였다. 자기 소개서에 ‘대학 때 댄스 동아리에서 활동하고 영화제작을 좋아할 만큼 적극적인 성격’이라고 썼지만, 짧은 면접시간에 면접관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여주는 데 실패했다. 그녀는 궁리 끝에 ‘비밀 무기’를 준비했다. 올해 초 SK커뮤니케이션즈 면접 때였다.
그녀는 열정적으로 몸을 흔들며 살사 댄스를 추는 동영상을 틀었다. 면접관들이 폭소를 터트렸고, 결과는 ‘합격’이었다. 면접관들은 “침착한 모습 속에 끼와 열정이 숨어 있어 기억에 남았다”고 평가했다. 김씨는 “자기소개서로는 결코 보여줄 수 없는 나의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여줄 수 있어 입사에 성공했다”고 말했다.
◆동영상 PR 시대
취업 준비생들 사이에 UCC(User Created Content·사용자제작콘텐트) 열풍이 불고 있다.
자기소개서나 이력서처럼 판에 박힌 PR수단에서 벗어나 자신의 모습을 보다 생생하게 보여주는 방법으로 UCC를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들도 다양한 업무에서 사원들의 UCC 제작·운영 능력이 필요해지자, UCC를 제출하는 지원자를 선호하는 추세다.
SK커뮤니케이션즈 인사 담당자들은 올 초 채용 면접을 하면서 깜짝 놀랐다. 면접장에 지원자들이 UCC를 들고 온 것이다. 인턴활동 장면 등을 동영상으로 찍어 한편의 드라마처럼 만든 것, 자신의 사진을 영화 포스터와 합성한 패러디 작품, 요가 동작으로 회사이름을 표현해 플래시로 제작한 작품까지 각양각색이었다. 이 회사 홍보팀 심예원씨는 “올해 합격자 30명 전원이 UCC를 활용했다”며 “지원자들은 동영상, 플래시 등을 직접 만드는데 익숙한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사이트 ‘커리어’가 지난 4월 구직자 339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설문에서 33%(1122명)가 “입사서류에 UCC 동영상을 이용하겠다”고 대답했다. 또 채용정보사이트 코리아잡서치가 지난달 대학생 350여 명에게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입사에 UCC를 활용하는 것은 효과적이다”라는 대답이 절반 넘게 나왔고 “이미 활용했거나 곧 제작할 계획”이라는 대답도 22.5%를 차지했다.
지난 3월 경기도 취업박람회 ‘열린 일자리 한마당’에서 처음으로 마련된 ‘UCC 동영상이력서 전(展)’에도 ‘UCC’를 활용하려는 구직자들이 몰렸다. 카메라로 직접 동영상 이력서를 찍어 박람회 현장에서 각 회사 인사담당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도록 했는데 300여 명이 참가했다.
◆기업들 “UCC를 우대합니다”
신입사원을 뽑는 전형 방식으로 UCC를 선호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어학능력이나 자기소개서 내용만으로는 ‘필요한 인재’를 뽑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최근 수시채용을 마감한 LG 데이콤의 권명진 과장은 “많은 수는 아니지만 지원서에 직접 만든 PPT(파워포인트) 파일 같은 UCC를 첨부해 보내주는 지원자들이 있었다”면서 “앞으로도 이런 적극적인 자세는 긍정적으로 평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의 인사 담당자도 “갈수록 능력이 비슷한 구직자들은 넘쳐나는데 그중 옥석을 가리는 것이 힘들다”며 “지원자들이 보내주는 개성을 드러내는 UCC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UCC 제출자를 우대한다고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기업도 생겼다. 지난달 25일 입사지원을 마감한 식품업체 정식품은 “UCC 제작 및 운영 가능자를 우대하니 지원서에 UCC를 담은 CD를 동봉하라”는 채용공고를 냈다. 정식품 인사 담당자는 “요즘 인터넷을 통해 입소문처럼 퍼져나가는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이 중요해진 만큼 영업과 사무관리직에서 UCC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이런 전형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취업사이트 커리어 이인희 대리는 “요즘 젊은이들은 디카(디지털카메라)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찍는 것이 이력서를 쓰는 것보다 익숙한 세대”라며 “기업들 사이에 UCC 면접이 빠르게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