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땅에 헤딩하더라도 일단 도전…경험 쌓이면 기업이 원하는 사람 돼
구글 신입사원 김태원 ‘취업의 달인’ 되기
▶김태원씨가 고려대에서 마케팅 전략에 관한 특강을 하고 있다.
“내가 지금 태어났으면 취직 못했어.” 각 기업 인사담당자들이 대졸 지원자의 화려한 ‘스펙’을 보며 하는 말이다. 그러나 학점이나 영어 점수가 합격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스펙은 기본이고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대학생들이 인턴십과 공모전에 몰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차 서류전형에서부터 떨어지지 않으려면 신입도 인턴십과 공모전 수상 같은 ‘경력’이 필요하다. 실제 인턴십 수료시 가산점을 주거나 우대하는 기업이 늘고 있으며 최근엔 이른바 공모전이나 인턴십 ‘명문’ 동아리가 있기도 하다.
구글의 신입사원 김태원(28)씨는 “인턴십과 공모전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한다. 그는 지난해 6개의 기업으로부터 합격통지서를 받았다. 모두 대기업이거나 유명 외국계 기업이다. 그 역시 대학시절 일곱 번 이상 공모전에 입상하고 다양한 인턴 경험을 했다. 이것이 소문이 나 이미 대학생 때부터 공모전 관련 강의를 했을 정도다. 인터뷰를 한 지난 3일에도 그는 고려대 경영학술 동아리 학생 40명과의 만남이 있었다.
떨어지더라도 남는 것은 있다
김태원씨라고 취업에 대한 고민이 없었을까. 그가 처음 공모전에 도전해보겠다고 하자 주변에서는 “너는 안 돼”라고 말했다. 인터넷에서 공모전 관련 동아리에 참여하려 해도 모두 거절당했다. 거절당한 이유는 “경영학 전공이 아닌 사회학 전공”이라는 것.
그는 “경영학과 학생이라도 어차피 학부생이 알면 얼마나 알겠느냐”는 마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일단 친한 친구와 함께 팀을 만들었다고 한다. 직접 기업과 연락하는 등 5개월을 노력한 끝에, 유명 컨설팅 업체 입사를 위한 통과의례처럼 여겨지는 모 경영사례개발대회에서 우수상을 받았다.
공모전에 계속 도전하면서 오히려 사회학을 공부하길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똑같은 자료도 다른 방식으로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인문학 전공자가 더 유리할 수도 있다. 일단 해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 자신 역시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학생 때도 공모전이나 인턴십을 준비할 때의 팁을 다른 학생들에게도 알려주었다고 한다.
자신이 느낀 막막함을 잘 알기 때문이다. 왜 손해 보는 일을 하느냐는 사람도 있었지만 이유는 간단하다. “창의적인 아이디어 싸움인 공모전에서 예전 방식을 고수하다가는 발전이 없기 때문”이다. 떨어져도 남는 게 있다. 한번은 공모전에 당선돼 부상으로 가게 된 유럽 여행에서 다른 공모전의 결과를 확인한 적이 있었다.
새벽 3시에 조마조마하며 열어봤는데 결과는 불합격. “누구나 공모전에 자신의 과제를 제출할 때는 꼭 될 것이라 느낀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떨어진 걸 안 순간 떨어진 이유가 보인다는 것이다. 함께 공모전에 참여했던 친구와 불합격을 확인하자마자 ‘우리가 이래서 떨어진 것 같다’고 밤새도록 이야기했다”며 “떨어질수록 기회가 가까워진다”고 한다.
공모전과 인턴십을 두루두루 섭렵했다고 해도 실제 취업과정에서 약발이 미치는 것은 어디까지일까. 인사담당자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면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회사의 인재상과 실제로도 잘 맞는지 여부’다. 요즘은 면접 이전에도 인·적성검사를 실시하고 있다.
김태원씨도 “실제 인터뷰에 공모전 수상이나 인턴십 경력 자체가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결국 모든 경험이 면접에서 우러나야 하는 것이다. “사실 공모전에 당선되거나 인턴십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학교 안을 벗어나 넓은 세상을 경험한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면접답변은 구체적으로 하라
그는 미국 여행 중 한 유학생을 만나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지내는 것은 힘들다. 학비, 외로움, 영어 모든 것이 쉽지 않지만 가장 나를 당혹하게 했던 것은 대학원 입학 인터뷰였다.
‘너 5년 뒤에 뭐가 될래?’라는 말에 말문이 막혔다. 그들은 그냥 스포츠에이전트가 아니라 NFL 연봉 상위 몇 위 권을 관리하겠다는 것까지 계획을 세운다”는 이야기였다. 그도 그 말을 듣고 말문이 막혔다. 그 뒤부터 계획도 PT로 좀 더 구체적으로 할 수 있었다.
그가 한 중소기업의 컨설팅 업무를 인턴으로서 맡았을 때의 일이다. 당시 그는 휴학생이었다. 그런데 함께 참여한 그의 후배는 학교에 다니고 있었음에도 훨씬 더 많은 준비를 해 와 그를 부끄럽게 만들었다. 차이는 ‘주인의식이 있는가, 없는가’였다. 후배는 ‘자기 회사’라고 생각하니 학업이 있어도 프로답게 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마음을 바꿔먹으니까 일도 술술 잘 풀렸다.
그는 “취업도 중요하지만 멀리 보고 자신이 쌓아갈 커리어를 생각한다면 자신의 적성을 꼭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또한 취업 때문에 공모전이나 인턴십에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공모전이나 인턴십이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게 해 주기 때문에 권유한다”고 한다. 특히 공모전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이 리드해갈 수 있고, 공모전마다 속한 산업분야가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적성을 체크하기엔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꿈 이루려면 시작부터 하라
탐색 끝에 그가 찾은 직업은 구글의 ‘크리에이티브 맥시마이저’. 구글에 올려지는 광고가 기업주가 만족하는 수준에서 더 많이 클릭되고 노출될 수 있도록 컨설팅하는 일이다. 열 번이나 면접이 진행되는 동안 불안해서 ‘먼저 합격한 다른 곳에 갈까’ 고민도 했었다.
그래서 마지막 인터뷰에서 “제가 왜 여길 다녀야 하는지 절 한 번 설득해 보세요”라고 해버렸고 ‘변화가 너무 빨라 할 일이 너무 많다’는 대답에 반해 구글에 갔다. 오늘은 취업을 고민하는 후배에게 사내 콘퍼런스에서 들은 말을 들려줄 것이다. “우리는 시작 단계에 있다.” 그리고 일단 시작해야 꿈도 구체화되는 법이다.
출처 : 중앙일보<임성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