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 라는 말이 있다. 맛이라는게 단순히 입에서, 혀에서 느껴지는 것만이 전부는 아닐 것이다. 그에 더해 시각적으로 보여지는 이미지나 느낌 등도 음식의 '맛'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임을 이 속담은 말하고 있다.
옛날 멕시코 원주민의 화폐로 유통되던 초콜릿 콩은 1828년 현재와 같은 초콜릿으로 탄생하여 현재까지 맛좋은 과자로 생산되고 있는데 초콜릿 역시 맛과 더불어 시각적, 이미지적 요소들이 더해져 더욱 기쁘고 행복한 느낌들을 갖게 해주는 대표적인 음식이다.
이렇게 초콜릿들을 시각적으로 아름답게 가꿈으로써 '예술작품'으로 변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러한 일들을 하는 사람들을 '쇼콜라티에' 라 한다.
노동부 서울지방노동청 서울종합고용지원센터에서는 이색직종인 '쇼콜라티에'에 대해 지현 쇼콜라티에(현 쇼콜라 미뇽 대표)와 인터뷰를 통해 자세히 알아보았다.
쇼콜라티에 지현 (현 쇼콜라 미뇽 대표)
◆ ‘쇼콜라티에’는 어떤 일을 하나요?
프랑스어인‘쇼콜라티에 chocolatier’는 초콜릿을 뜻하는 ‘쇼콜라 chocolat’를 제조하거나 판매하는 사람입니다. 농장에서 재배된 카카오콩을 가공하여 초콜릿을 제조하거나 그 최초 가공된 초콜릿을 원료로 각종 초콜릿 과자나 예술품을 만드는 사람, 그렇게 만들어진 여러 초콜릿을 유통 판매하는 사람 모두를 ‘쇼콜라티에’라고 부를 수 있지요.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서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개념의 ‘쇼콜라티에’는 대규모의 제작자나 유통판매업자보다는 영화 ‘초콜릿’에 나오는 줄리에뜨 비노쉬의 모습과 같은 초콜릿 제조 공정 전반을 수작업으로 처리하는 ‘초콜릿 장인’입니다.
영화에서처럼 카카오콩을 손수 가공하여 초콜릿을 제조하지는 않지만 주로 유럽에서 수입되는 원재료를 재가공하여 대량 생산된 초콜릿만 판매되는 마트에서는 볼 수 없는 정성이 깃든 수제 초콜릿을 제조 판매하는 사람이지요.
◆ 이 일을 선택하시게 된 동기는?
구체적인 장래 희망이 없던 어린 시절에 막연하게나마 갖고 있던 포부(?)는 ‘절대 회사원은 되지 말자’였습니다. 뭐가 됐건 자유로운 일을 하고 싶었지요. 비교적 자유롭다고 할 번역작가, 방송작가 일을 하며 만족했습니다만 어느 순간 일정에 쫓기며 일에 치여 사는 자신을 발견하고 무작정 파리로 떠났습니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제가 초콜릿을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게 될지는 몰랐지요.
제 인생의 작은 지침을 제공한 것은 어느 날 점심 식사 후에 한 스위스 친구가 준 초콜릿 봉봉 하나였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건너온 머나먼 이국땅에서 철들고는 입에 대본 적이 없어 낯설게 마저 느껴졌던 초콜릿 조각을 입안에서 녹이며, 초콜릿 한 조각에 황홀해 하던 오래 전에 잊혀진 저 자신과, 모두가 좋아할 초콜릿을 만들어 기쁨을 주며 행복해하는 미래의 저를 동시에 떠올렸습니다. 당장 관련 교육 기관을 수소문하기 시작했지요.
제 평생에 가장 빠른 시간에 결단을 내리고 행동으로 옮겼던 때였던 것 같습니다. 초콜릿과의 조우는 우연이었지만 자유로운 삶을 살며 실용적인 동시에 예술적인 어느 한 가지 기술을 평생 연마하고 싶다는 제 오래된 욕망을 채워줄 수 있는 쇼콜라티에란 직업과의 만남은 필연이라고 여겼습니다.
◆ ‘쇼콜라티에’가 갖추어야할 자질은 무엇인가요?
어떤 쇼콜라티에를 의미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텐데요. 대규모 제조업자나 유통 판매업자가 아닌 소규모 장인으로서 '좋은 초콜릿 만들기'를 목표로 삼는 ‘쇼콜라티에’가 갖춰야 할 자질은 '서두르지 않는 성격'입니다. 초콜릿은 제조의 모든 과정에서 적절한 시간을 요구하고 긴 호흡을 필요로 합니다. 감히 말씀드립니다만 성격이 너무 급해서 단번에 모든 것을 끝내려고 한다면 좋은 초콜릿은 결코 만들 수 없지요.
가끔은 정말 알 수 없는 이유로 배신을 하기도 하는 초콜릿이란 재료를 이해하려 애쓰고 천천히 달래는 법을 알아가야 합니다. 아울러 먹을거리를 만드는 모든 직업이 공히 요구하는 눈썰미와 손재주, 모든 공정 하나하나에서 주의를 잃지 않을 수 있는 집중력, 그리고 세심하게 재료와 도구를 다루고 챙기는 꼼꼼함도 필요합니다. 덜렁거리는 사람은 몇 시간만 작업해도 초콜릿으로 '목욕'을 하고 온 작업장을 초콜릿 범벅으로 만들지요.
◆ ‘쇼콜라티에’를 희망하는 사람들이 준비해야할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공인된 쇼콜라티에 자격증과 같은 것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수제 초콜릿을 만드는 분들은 대개 유럽에서 초콜릿을 배워 오지요. 하지만 순수하게 국내에서 독학으로 초콜릿을 배워 샵을 내는 분들도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초콜릿을 다루는 기본를 이해하고 스스로 많은 경험을 쌓는다면 품질 좋은 초콜릿을 만들어내지 못할 이유가 없지요.
'쇼콜라티에'를 희망하는 분들은 우선적으로 초콜릿에 관심을 가지시고 좋은 품질의 초콜릿을 드셔보시기 바랍니다. 좋은 초콜릿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좋은 초콜릿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소비자가 되어야한다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말씀이지요.
우선 초콜릿의 여러 맛을 경험하신 뒤에 여기저기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기초적인 수준의 초콜릿 클래스 수강만 하셔도 스스로를 '쇼콜라티에'로 칭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실제로 발렌타인데이 시즌이 돌아오면 수많은 아마추어 '쇼콜라티에' 들이 시중에서 판매되는 초콜릿을 능가하는 초콜릿을 직접 만들어 선물하고 있습니다.
◆ ‘쇼콜라티에’로서 보람을 느꼈던 것은 어떤 것인지요?
먹을 것을 만드는 사람이 가장 큰 보람을 느끼는 것은 아마도 자기가 만든 것을 맛있게 먹는 사람을 볼 때일 겁니다. 저 역시 저희가 만든 초콜릿을 만족스럽게 여기는 분들의 평가를 들을 때 가장 뿌듯합니다. 또한 여러 해 동안 수 만개의 초콜릿 봉봉을 만들며 '배우고 때로 익혀온' 저의 초콜릿 기술이 향상된 사실을 확인할 때에도 보람을 느끼지요.
언제부턴가 자리 잡은 '나만의 시스템'에 따르는 인원들과 함께 작업하며 초콜릿을 다루는 법을 지도하고 초보들이 저지른 실수를 '교정'마저 할 수 있는 제 능력을 확인할 때면 저 자신이 무척 기특하게 여겨집니다. 세상에 존재하면 좋은 것을 만들기 위해 배운 기술의 향상을 확인하며 느끼는 만족감과 그것을 수용하는 이들의 즐거움을 바라보는 기쁨이 제 보람입니다.
◆ 마지막으로 이 분야로의 취업(창업)을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실력 있는 쇼콜라티에들이 이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경쟁이 하루가 다르게 심해지고 있는 만큼 신규 참여자는 각별한 준비와 각오가 필요합니다. 아직까지는 특정 시즌에 초콜릿의 판매량이 집중되는 만큼 비수기의 생존전략도 심각하게 연구해서 준비해야만 하지요. 세상에 쉬운 일이 있겠습니까?
그래도 쇼콜라티에에게는 힘들 때면 기운을 북돋아줄 초콜릿이 곁에 있으니 그 사실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습니다. 진정한 초콜릿에는 쓴 맛이 있어야만 하는 것처럼 쇼콜라티에의 길도 달기만 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수제 초콜릿 시장의 확장을 믿는다면 분명 한번 시작해 볼 만한 분야라고 믿습니다.
┃국정넷포터 김재훈(hoonever@netsgo.com)
출처 : 국정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