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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세풍] 거꾸로 돌아가는 '취업 시계'2007-04-1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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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진학할 때 필자의 부모님은 사범대 진학을 강권했다. ‘청개구리’였던 필자는 부모님의 바람을 끝내 외면했다. 교직이 안정적이긴 하지만 ‘발전성’이 제한된 직장으로 보였던 탓이다. 우리 부모 세대에서 ‘번듯한’ 직업은 공무원, 교사, 은행원뿐이었다. 그래서 당신들은 자식들의 진로도 대개 그렇게 정했다.
부모 세대에게 최고의 직업이었던 공무원, 교사가 다시 인기다. 대구시내 모 사립고교에선 기간제 교사 1명 모집에 300여 명이 몰렸다는 소식이다. 요즘 교사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 어디 그뿐인가. 9급 공무원시험에 매번 수만 명이 몰리고, ‘神(신)이 내린 직장’이란 소리를 듣는 공기업엔 변호사와 박사가 취업하지 못해 안달이다. 외환위기가 ‘직업 시계’를 30여 년 전으로 되돌려놓은 셈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과거만이 출세의 지름길이었던 조선조로 되돌아 간 느낌이다.

한때 샐러리맨들에게 봉급은 계급이었다. 그래서 대기업에 유능한 인력들이 몰렸고, 상대적으로 급여가 적은 공무원들은 멸시를 감수해야 했다. 하지만 외환위기 이후 상황이 급변했다. 급여보다 직업 안정성이 최우선 순위가 되면서 대기업 직원들이 공무원이 되려고 기를 쓰는 마당이다.

공무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유능한 인력이 공직에 대거 진출하는 것은 결코 나쁘지 않다. 문제는 국부 창출차원에서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민간부문의 우수 인력까지 공공부문이 싹쓸이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의 경우 대부분 뛰어난 머리보다는 따뜻한 가슴과 투철한 봉사정신을 더욱 필요로 한다. 공무원을 ‘公僕(공복)’이라고 한다. ‘僕(복)’자가 무슨 뜻인가. 종이요, 머슴이다. 지금 추세대로 ‘머리만 좋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공무원이 되려 한다면 ‘국민의 머슴’이 아니라 ‘국민의 주인’이 되어 호령하려 들지 않을까 걱정된다.

공공부문의 우수 인력 싹쓸이와 학력 인플레 현상은 국가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점에서 그 대책을 심각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다. 먼저 공무원 채용방식을 바꿔야 한다. 영어를 거의 쓸 일이 없는 공무원에게 뛰어난 영어구사 능력을 왜 요구하는가. 따라서 최소 학력이나 시험기준을 마련한 뒤 다른 통과 기준을 만들어야 한다.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의 경우 수년간 지속적으로 복지단체를 대상으로 한 봉사활동 경력을 요구하면 될 일이다.

공공부문의 과다한 비대와 함께 이공계 기피 현상은 정부와 기업이 방조한 측면이 있다. 정부는 공무원들에게 과도한 신분보장을 해주었고 공기업 민영화 등을 통한 경쟁체제 도입을 외면했다. 기업은 당장 살아남겠다며 미래의 생존을 담보할 인력에 대한 고용 안정과 투자를 소홀히 했다. 그 결과가 잠재성장력과 국가경쟁력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

경쟁력을 갖춘 뛰어난 인재들이 모두 ‘안정적인 곳’, ‘편한 곳’으로 숨어버리는 현실을 개선하지 않으면 국가 경쟁력의 후퇴는 불 보듯 뻔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언제까지 안온한 환경으로 숨을 수가 있는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이어 세계 각국과 속속 FTA를 체결하고 나면 숨을 곳은 거의 사라진다. 법률과 의료시장이 개방되면 변호사와 의사들도 전 세계 변호사·의사와 경쟁해야 한다. 공직과 교직도 계속 무풍지대로 남지 못할 것이다. 공교육에 대한 비판이 점증하고 있고, 공무원 퇴출제도도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한미 FTA는 취업시장에서도 이젠 숨을 곳이 없게 만들었다. 따라서 ‘취업 시계’를 거꾸로 돌리고 있는 ‘神(신)의 직장’은 사라져야 한다. 정부는 과감한 개혁을 통해 공공부문에 우수 인력이 편중되는 현실을 개선하고, 보다 실질적인 이공계 우대 정책을 펴야 한다. 기업들도 이에 호응한 우수 인력 확보대책을 내놔야 함은 물론이다.

조영창 논설위원 cyc58@msnet.co.kr

출처 : 매일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