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인 외국어시험성적 업무능력 연관성 미흡
연령.학력제한 철폐..40세 신입사원도 생겨
사회공헌 평가..강도.도둑잡은 선행자 유리
공기업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일자리는 별로 증가하지 않는데 비해 취업하려는 사람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정년이 보장되고 임금수준도 상대적으로 높은 직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공기업의 입사경쟁률은 올해 들어 최고 740대1에 이르렀다.
공기업들은 몰려드는 지원자 가운데 최고의 인재를 찾아내기 위해 ▲외국어시험 성적보다는 실제 회화능력을 평가하고 ▲특정사안에 대해 신속히 보고를 하도록 하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하며 ▲2박3일간 합숙하면서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사내 갈등을 조장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걸러내기 위한 인성검사 강화 등에 나서고 있다.
◇ 치솟는 공기업 경쟁률
공기업.준정부기관.금융공기업에 대한 입사경쟁률은 갈수록 올라가고 있다. 웬만하면 수만명의 응시자가 몰려 경쟁률이 100대 1을 쉽게 넘어서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담당자들은 입사전형 때마다 한바탕 전쟁을 치르고 있다.
인천항만공사는 지난달 20일자로 8명을 채용했는데, 응시자는 5천900여명에 이르렀다. 경쟁률이 무려 741대 1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공기업들은 `신이 내린 직장'이라는 인식이 형성돼 있는 데다 모집시기도 졸업생들이 몰리는 취업시즌이어서 경쟁률이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스안전공사는 20명을 채용하기 위해 현재 전형을 진행하고 있는데, 행정분야 경쟁률은 450대 1을 기록했다. 기술신용보증기금은 최근에 박사급 18명, 일반직원 12명을 뽑았는데, 경쟁률은 박사급 10대 1, 일반직 260대 1이었다고 밝혔다.
전기안전공사 관계자는 "현재 진행중인 전형에서 가정집이나 소규모 공장 등에서 전기안전점검을 하는 일에 석박사급 지원자만 100여명에 이르렀다"고 전하고 "전기직 일이 석박사급들이 하기에는 힘들고 고되지만 중도에 퇴사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도 올해 들어 140명을 이미 뽑았으며 이 시험에 석사학위 190명, 박사 4명, 기술사.회계사 13명 등 고급인력이 몰렸다고 설명했다.
◇ 금융.공항 분야 공기업 경쟁률 높아
글로벌 이미지를 갖고 있는 금융공기업.공항 등의 입사경쟁률은 대체로 높은 편이다.
한국공항공사는 작년에 25명을 뽑는데 9천256명이 응시해 37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고 인천국제공항공사도 작년에 58명을 모집하는데 1천600명이 몰려 200대 1의 경쟁률을 나타냈다.
인천국제공항 관계자는 "국제공항은 글로벌 기업이라는 느낌을 주는 데다 공기업이라는 점에서 안정성이 높기 때문에 인기가 높다"면서 "공사로서는 선택할 수 있는 인재들이 많아진다는 측면에서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예금보험공사도 작년 9월에 11명을 뽑는데 5천명이 몰려 455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또 작년 입사 경쟁률은 ▲증권거래소 100대1 ▲기업은행 100대1 ▲신용보증기금 77대1 ▲도로공사 94대1 ▲농수산물유통공사 250대 1 ▲공무원연금공단 337대1 ▲국민연금관리공단 92대1 ▲수출보험공사 211대1 ▲ 한국감정원 100대 1 등이었다.
◇ 토익.토플시험 비중 낮춘다.
공기업에 취업하려면 외국어 부문에서는 토익.토플 등 공인시험 점수보다는 실질적인 회화능력이 우수해야 한다.
토지공사 관계자는 "올해 3월 채용에서 토익.토플 등 외국어 시험 점수는 서류전형의 기준으로만 활용했다"면서 "이전에는 공인 외국어 시험 점수가 높으면 면접 후 최종결정에서도 유리했는데, 어학점수와 업무수행 능력과는 연관성이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한국전력은 과거에는 토익점수가 높을수록 최종 합격에 유리하도록 했으나 작년부터는 사무직 900점, 기술직 800점이상은 모두 만점으로 간주하는 대신에 전공지식과 자격증에 대해서는 이전보다 비중을 높였다고 밝혔다.
주택금융공사 관계자는 "프레젠테이션 면접을 실시한 뒤 영어로 질의 응답하는 과정을 만들었다"면서 "실제로 토익.토플 점수는 상당히 높은데 회화가 안 되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국어를 강조하는 공기업들도 생기고 있다.
주택공사는 작년부터 서류전형에서 외국어 능력 시험 대신 공인된 국어능력시험 성적표를 제출할 수 있도록 했다. 토지공사도 작년부터 서류전형 기준으로 영어 외에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를 추가했다.
◇ 실무능력.인성 강조
공사들은 우수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실무능력.전문지식을 보다 치밀하게 검증하는 한편, 조직 내 갈등을 유발할 우려가 있는지 등에 대해서도 체크하고 있다.
조폐공사는 최근에 실시한 올해 채용 때부터 전산분야에서는 실기시험을 치르고 연구직에서는 논문 프레젠테이션 과정을 설정함으로써 단순 필기시험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실무능력과 순발력, 과제 소화능력 등을 평가하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작년 말에 실시한 채용에서 2박3일 합숙 면접을 통해 지원자들을 근접 관찰했다고 밝혔다. 기술신용보증기금도 1차 면접을 실무자들과 함께 하는 합숙면접으로 바꿔 창의력.협동심 등을 평가하고 있다.
아울러 수자원공사는 공기업 최초로 직무능력 검사를 실시했으며 전공시험과 면접도 대폭 강화했다고 밝혔다.
산재의료관리원 관계자는 "간호사.일반직 등 여러 직종이 함께 일하다 보니, 직종 간 갈등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면서 "올해부터는 인성검사를 통해 조직융화 능력을 검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사회형평적 채용강화..선한 사람이 유리
공기업들은 채용과정에서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도 확대하고 있다.
지역난방공사는 작년에 ▲장애인 5명 ▲읍소재지 이하 지방에서 초중고 12년을 다닌 사람 8명 ▲ 의로운 일을 하다 부상당한 사람 4명 ▲착한 일을 해서 장관상 이상의 표창을 받은 사람 4명을 각각 채용했다.
공사 관계자는 "이들의 업무능력은 일반공채 출신에 비해 뒤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말했다.
수출입은행은 신입사원의 20%를 지방대에 할당하는 제도를 도입했으며 올해에도 이 제도를 유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토지공사는 사회공헌활동으로 국무총리 이상 표창이나 장관(광역지자체장 포함) 표창 2회 이상 수상 경력이 있는 사람에게는 서류전형을 합격한 것으로 간주해 필기시험 응시 기회를 주고 있다.
또 공기업들은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학력.연령 제한을 잇따라 없애고 있다.
공사의 한 관계자는 "연령제한이 없어지니 고시공부하다 입사하는 사례가 있다"면서 "40세에 이르는 신입사원이 들어오면 조직운용에 불편한 점도 있지만 나이에 맞는 업무를 할당하는 방식으로 해결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공기업들은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으로 필요한 신규인력의 채용이 어려워지는 측면이 있으며 학력제한 철폐로 인해 전공지식 평가방법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출처 : 연합뉴스 윤근영 이 율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