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째 일자리 구하기에 나선 O(34)씨는 최근 한 업체를 찾아갔다가 돈만 날리고 사흘 만에 뛰쳐나왔다.
사연은 이렇다. 서울시내 지하철 광고판에서 ‘창고 관리 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해당 업체에 달려갔다. 업체 담당자는 6만원을 내고 3일간 소정의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는 꼬박 교육만 받고 회사를 뛰쳐나왔다. 알고 보니 광고와는 다르게 정수기 판매회사였던 것. O씨는 “낭비한 시간과 돈이 아깝다”고 한숨을 지었다.
청년실업 100만 시대, 사회 경험이 부족한 20, 30대들이 ‘어설프게’ 취업했다가 낭패를 보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구인광고만 믿고 찾아갔지만 광고 내용과 전혀 다른 회사이거나 업무를 맡겨 며칠 만에 나오고 있다. 취직을 미끼로 ‘선불금’을 요구하는 사례 또한 적지 않아 피해가 늘고 있다.
대전의 K(26)씨도 O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다. 인터넷을 통해 한 ‘환경사업’ 관련 업체에 지원하자 회사 측에서 최종면접을 보러 오라는 통보가 왔다. 그는 마치 취업이 확정된 것처럼 기뻤다. 사무실로 찾아갔더니 이 회사는 그의 기대와는 영 딴판이었고 정수기 등을 파는 불법 다단계 업체였다.
취업 사기를 당해 큰돈을 날린 경우도 적지 않다. 대구에서 서울로 올라온 C(25)씨는 취업 준비기간 직접 용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한 택배회사 배달원 모집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보험료 등 보증금 500만원을 먼저 내야 취직할 수 있다는 말에 수중의 돈을 털어 보냈지만 회사 사장은 돈만 받고 사라졌다.
전문가들은 “20, 30대는 사회경험이 부족해 이들 ‘불량업체’를 걸러내지 못하고 속아 넘어가기 쉽다”며 “청년들이 취업 사기를 당하는 경우 구직 의욕까지 잃어 심하면 장기실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막기 위해선 구직자는 모집 직종과 근무조건뿐 아니라 회사 설립 연도, 매출액 규모, 직원 수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또 채용 조건에 급여가 근거 없이 높게 제시됐다면 다단계 판매회사일 가능성이 크고, 일도 시작하기 전에 돈을 요구하면 일단 의심해야 봐야 한다.
취업 사기를 당했다면 주위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하다. 업체를 처벌하려면 구체적인 증거가 필요하므로 업체 관련 자료를 잘 정리해 둬야 한다.
노동부 관계자는 “현재 일반 시·군·구청과 노동부 고용지원센터, 경찰청 통합번호 1377에서 피해 신고를 받고 있다”며 “노동부도 조만간 통합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오는 7월부터는 불법 직업소개소나 허위 구인광고 신고 포상금제를 시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출처 : 세계일보 이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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