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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올 50만 취업 낙방생들아, 우릴 보라2005-12-05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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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하반기 채용도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대부분 기업이 전형을 마무리했거나 최종 면접 정도의 단계만 남겨두고 있다. 최근 한 취업포털이 집계한 올해 주요기업 108곳의 평균 경쟁률은 91대 1. 여기 저기서 축하 인사를 받느라 정신없을 5610명의 합격자 뒤엔 ‘와신상담(臥薪嘗膽)’하며 내년을 기약해야 하는 구직자들이 50여만 명이나 된다. 이들에게 불합격의 경험은 다시 떠올리기 싫은 아픈 기억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그럴수록 그때의 기억들을 꼼꼼히 되짚어 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취업 전선에서 실패의 경험만큼 값진 교재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 숱한 실패를 발판으로 올해 ‘4전5기’의 신화를 이룬 이들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롯데제과 마케팅실 노원식(30.)씨

대학 졸업 후 곧장 유통업체에 입사한 뒤 1년 동안 다녔다. 나는 자신의 몸값을 높여야겠다는 생각에 회사를 그만 두고 경영학석사(MBA) 과정에 다니러 캐나다로 떠났다. 그러나 1년간 다니다 MBA과정을 포기하고 귀국했다. MBA과정을 수료해도 더 나은 직장을 잡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랬더니 이미 나이가 차 직장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일반 기업에서 마케팅 쪽 일을 하고 싶었으나 나이 제한에 걸려 번번이 서류전형에서 떨어졌다. 제한 요건을 완화한 공기업을 노렸는데 정치외교학과 출신인지라 법학.경영학 위주의 필기시험을 통과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까스로 세차례 면접까지 갔다.


4명을 뽑는 최종 면접에 12명이 남았는데 경쟁자들이 나보다 훨씬 젊고 경력도 좋은 것 같아 괜히 위축됐다. 전체 경쟁률이 100대1이었다는 사실도 긴장하게 했다. 꼬치꼬치 캐묻는 면접관의 질문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머뭇거리다 탈락하고 말았다. 준비한 것도 제대로 답하지 못했던 게 억울해 집에 와 그때의 상황을 하나하나 되짚어봤다. 면접관들의 질문은 모두 내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문제는 '자신감 부족'이었다. 롯데제과 공채는 올 봄 진행됐다. 나이 제한이 없는 몇 안 되는 기업이라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도 있었지만 긴장하지 않고 면접에 임했다. "제조업에 어울리지 않는 관상인데"라는 면접관의 압박 질문도 들어왔지만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 일에 관심을 가져왔는지 설명했다. 여기다 "제조업에 어울리지 않는 관상이므로 혁신적인 사고를 통해 톡톡 튀는 아이디어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맞받아쳤다. 당당하게 합격해 8월에 입사해 즐겁게 일하고 있다. 내년엔 자일리톨만큼 빅히트를 칠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다.


[성공 분석]

성공 취업의 지름길로 가는 데 반드시 먼저 해야 할 게 있다. 바로 평생 직업으로 삼아도 후회 없을 만한 분야를 정하는 것이다. 만일 노씨가 희망하던 마케팅 분야를 뒤로하고 공기업에 합격했다면 과연 행복한 직장생활을 할 수 있었을까. 아마도 노씨는 얼마 지나지 않아 새 직장을 찾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가 애당초 마케팅 분야를 꿈꿨다는 데서 그의 적성을 엿볼 수 있다. 적극적이고 창의적인 성향을 지녔을 노씨에게는 공기업보다는 사기업 문화가 더 맞는다. 인연이 있는 남녀가 결혼하듯 개인에게도 자신의 능력을 200% 발휘할 수 있는 기업이 있다.


한국존슨 리서치어시스턴트 이재희(26·여)씨

대학원에서 소비자학을 전공, 리서치 쪽을 계속 지원했다. 보통 기업체에서 리서치 업무를 맡는 사람은 한두 명 정도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경쟁률이 치열했다. 서류전형 통과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여러 인턴·아르바이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나만의 형식으로 구성한 자기소개서를 내는 게 유리했는데 이런 지원서를 받는 곳이 많지 않았다.


자유로운 형식의 자기소개서를 받았던 기업 두 곳에선 면접까지 오를 수 있었다. 서류 합격자 10명을 한꺼번에 놓고 면접이 진행됐는데 분위기에 위축돼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긴장도 됐지만 면접관의 질문이 남자 응시생에게만 집중되는 것 같아 ‘어차피 여긴 여자를 안 뽑는구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실제로 그랬다 할지라도 “나에게 발언권을 달라”고 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야 했던 것 같다.


여기저기 공채 모집 소식이 들릴 때마다 원하는 업무가 아니더라도 일단 지원해 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무작정 아무 곳이나 지원했다가 후회하며 금방 퇴사하는 친구들을 보며 생각을 바꾸지 않기로 했다. 올 가을 한국존슨의 리서치직 모집 공고를 봤다. 역시 단 한 명을 뽑는 자리이었지만 이번엔 긴장하지 않았다. 그동안 면접에서 나왔던 질문들을 바탕으로 적절한 대답을 생각해 봤다. 회사 정보와 리서치 분야의 기초지식 등 그동안 준비한 것을 부담없이 이야기하고 오자는 생각으로 면접에 임했고 결국 분위기를 잘 이끌어 합격할 수 있었다.


일반 기업 중에 여자는 1979년생까지 입사자격을 제한하는 곳이 많으므로 올해 꼭 입사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올해 말’‘내년 중순’‘내년 말’ 단위로 취업 계획서를 짰다. 구직 활동을 하면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필규 기자



[성공 분석]

이씨 역시 현명한 미래설계를 통해 첫 단추를 잘 끼운 사례다. 처음 몇 번 실패했을 때 리서치 분야를 포기했다면 이씨는 한국존슨이라는 기업을, 한국존슨도 이씨라는 인재를 구할 수 없었을 것이다. 기업에서 많이 뽑지 않는 분야를 공략한 만큼 전문성을 키운다면 동료에 비해 시장가치를 확 높일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몇 개월 단위로 기간을 나눠 취업계획을 세운 점은 다른 구직자들의 귀감이 된다. 사무직.영업직 등 뭉뚱그린 진로보다는 신제품 기획, 브랜드 마케팅, 해외 영업, 기술 영업 등 구체적인 진로를 그려보는 것이 취업 성공률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김성규 팀장(커리어 HR사업팀)

출처 : 중앙일보 김필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