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취업]당찬 삼순이들 "눈높이 낮추니 일자리 보여"
20대 취업, 여자가 남자 압도
"제빵사면 어때"… 3D 안가리고 도전 대기업 고집 남성들은 41개월째 감소
20대 취업 전선(戰線)에서 여자가 남자를 압도하고 있다. 먼저 취업자 수가 역전(逆轉)됐다. 10월 말 현재 전국의 20대 여자 취업자 수는 222만명. 20대 남자 취업자(196만명)를 26만명이나 앞질렀다. 취업 일선에서도 20대 대졸 여성들이 맹렬하다. 그들은 대기업 사무직을 선호하던 ‘공주의 꿈’에서 깨어나 이제 ‘눈높이’를 낮추는 데 적응했다.
과거 고졸·중졸 여성들이 하던 일을 마다 않고, 어학·면접 등 구직(求職) 경쟁에서도 또래 남자들보다 강한 면모를 보이고 있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이면서 영리한 20대 ‘삼순이’들이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더 적극성 보여”
이화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김영미(가명·25)씨는 작년 가을부터 서울 시내의 한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굽고 있다. 돈을 많이 벌거나 알아주는 직업도 아니고, 거칠고 체력적으로 힘든 작업이지만 마냥 좋아 열심히 일하고 있다.
김씨는 “대기업에 응시해 여러 번 떨어졌을 때는 자살도 생각했었다”면서 “눈높이를 낮춰 직업현장에서 뛰니 돈도 벌고 일에 대한 보람도 느낀다”고 말했다. 파티셰는 과거 남자의 일이었다. 지금은 전국에 1390여개 체인점이 있는 파리크라상의 경우 20대 파티셰의 90% 이상이 여성이다.
중소 관광업체에서 뛰고 있는 강모씨(중앙대 국제관계학과 졸업)는 밤마다 발 찜질을 하고 산다. 대만 관광객을 유치하느라 하루에 14시간 이상 걷기 때문이다. 월급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다. 대학시절 중국에 연수 가서 배운 중국어는 대만인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데 사용한다.
한양대 취업지원센터 최기원 팀장은 “남학생들은 아직도 대기업을 고집하지만 여학생들은 지방, 중소기업, 3D직장을 가리지 않는다”고 했고, 이화여대 서윤석 경영대학장은 “요즘 여학생들은 공부할 때나 직업을 구할 때나 악바리 같다”고 말했다. 지난 8월 신입 행원 100명 가운데 52명을 여성으로 선발한 외환은행 인사운용부 이상균 차장은 “찬반토론, 집단면접에서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더 적극성을 보여 여성을 더 많이 뽑았다”고 말했다.
▲ 서울 명동 파리바게뜨에서 일하고 있는 여성 제빵사들. 과거 남성의 영역이었던 제빵사 직업에 20대 여성의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머지않아 남성 의무비율 생길지도”
20대 취업자 수에서 여성의 약진은 통계에서도 확연하게 나타난다.
1997년 260만명을 넘었던 20대 남성 취업자 수는 올해 8월 200만명 밑으로 떨어져 계속 추락하고 있다. 2002년 5월 이후 41개월 연속 감소세다.
반면 20대 여성 취업자는 1997년 235만2000명에서 2001년 8월 218만9000명으로 감소했다가 올해 9월부터 220만명선을 회복했다.
취업전문 사이트 ‘인크루트’ 서미영 상무는 “서비스업, IT업종 등 여성에게 유리한 업종들에서 사람을 많이 뽑고 있는 추세여서 20대 남성의 취업 문은 더욱 좁아질 수 있다”면서 “머지않아 일부 직종에선 신입사원 채용에 남성 의무비율이 생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출처 : 조선일보 이진석기자 ,신지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