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의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는 면접 방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기업의 임원 몇 명이 응시생과 질의응답하는 임원면접만으로 채용을 결정하는 기업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미 프레젠테이션 면접이나 영어 면접에 이어 대여섯 시간씩 질의와 응답이 이어지는 ‘끝장 면접’까지 등장했다. 최근엔 면접관과 응시생이 함께 생활하며 평가하는 ‘합숙면접’이 인기다. 구직자 입장에선 합숙면접은 면접 일정이 비슷한 다른 기업의 응시 기회까지 박탈해버린다. 또 경쟁자들과 같이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여간 당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 집단토론+늦은 술자리+단체활동=기업의 합숙면접은 주로 경기도 인근의 연수원이나 수련원 등에서 이뤄진다. 기간은 1박2일이나 2박3일이 보통이다. 경우에 따라 포스코건설처럼 1주일간 숙식을 함께하는 기업도 있다. 대부분의 기업은 합숙면접 프로그램을 인.적성검사와 집단토론, 늦은 술자리, 새벽 등산, 체육 활동 등으로 짠다. 물론 기업의 특성에 따라 프로그램은 달라진다. 샘표식품의 경우 합숙면접에서 직접 음식을 만드는 요리면접을 3년째 실시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은 3일간의 합숙면접에서 마케팅 세미나를 열기도 했다. 기업들이 이처럼 특화된 합숙면접을 도입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한기범 포스코건설 인사팀 과장은 "임원면접을 하다 보면 응시생 한 명당 돌아가는 질문시간은 10분 남짓에 불과하다"며 "같이 생활하며 옆에서 지켜보면 응시생의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기업이 필요한 인재상에 가까운 지원자를 선발할 수 있어 신입사원의 퇴사율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
◆ 튀지 말고 팀워크를 중시해야=교보증권 합숙면접에서는 5~6명씩 조를 짠 뒤 조별로 종이로 집을 짓는 과제가 주어졌다. 종이는 물론 풀이나 가위 등을 한정된 재원으로 구입해 멋진 집을 짓는 작업이었다. 평가기준은 조원들과 함께 얼마나 원만한 의사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결정을 내리는가였다. 아무리 아이디어가 훌륭해도 조원들을 설득시키지 못하고 자기 주장만해서는 좋은 점수를 얻기 힘들다. 합숙면접은 이처럼 개인보다는 그룹별로 과제가 주어진다. 로레알코리아 인사총괄 황보용 상무는 "기업의 업무는 혼자서 처리할 수없는 만큼 주변 동료와 얼마나 잘 어울리느냐가 매우 중요한 평가 기준"이라고 말했다. 황보 상무는 "본인의 주장만 강해서는 당사자는 물론 주변 동료의 낙방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예전의 경우를 봐도 팀워크가 좋은 팀에서 합격자가 많이 나온다"고 덧붙였다.
LG생활건강의 인사팀 관계자는 "합숙면접을 보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조직 적응력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조직원들과 잘 어울리고 함께 과제를 풀어가는 지원자가 좋은 점수를 받는다"고 말했다.
◆ 성실함과 열정을 보여라=합숙면접에서 모든 지원자들은 최선을 다해 평가에 응하겠지만 평가자들의 눈엔 적극성의 정도가 다르게 보인다. 기업이 합숙면접을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포스코의 인사팀 관계자는 "과제를 내주면 그저 답변 준비에 골몰하는 응시생이 있고, 과제의 취지가 무엇인지 캐묻는 응시생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평소 지식과 상식으로만 풀려는 응시자가 있는 반면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선배들을 쫓아다니며 캐물어 답변을 준비하는 응시생도 있다"고 했다. 물론 평가 점수는 확 다르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사팀 관계자는 "합숙평가에서 채용인원에 따라 다르겠지만 평가자는 보통 10여 명 이상"이라며 "마지막에 종합평가에서 응시자에 대한 평가자들의 견해가 비슷하게 나타난다"고 말했다. 평가자가 응시생과 숙식을 함께하다 보면 평소 생활태도가 속속들이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기업 입장에선 신입사원다운 성실성과 열정을 보여주는 응시생을 선호한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적극적인 지원자들일수록 조직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인재라는 이미지를 준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일보 장정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