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중생 일찌감치 ‘자격증’::) 서울 H초등학교 6학년 임재군(12)군은 지난해 12월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종로에 있는 H요리학원에서 한식요리를 배우고 있다.
임군은 칼국수·보쌈김치·돼비갈비찜·비빔밥 등 각종 한식의 요리법을 하나씩 배워가는 재미에 푹 빠졌다. 방학때는 오전에 이론, 오후에 실기를 각각 2시간씩 배웠고, 개학한 뒤에는 학교 수업을 마치고 실기 수업에만 참석한다.
임군은 “별 5개짜리 특급호텔의 요리사가 꿈”이라며 “중학교 졸업을 하기 전까지 한식·중식·양식·일식 요리사 자격증을 모 두 따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임군의 어머니 백명실(42 )씨는 “진로를 일찍 결정한 아들이 대견스럽다”며 “요리를 계 속 좋아하면 조리과학고에 진학시키고 나중에 프랑스로 유학을 보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년실업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일찌감치 장래 직 업을 선택하고 요리·제빵·미용·연기학원 등에서 ‘기술’을 익히는 초·중학생들이 늘고 있다. 대학을 나와도 취업이 쉽지 않은 현실을 감안, 확실한 기술을 통해 취업의 바늘구멍을 뚫어 놓겠다는 전략이다.
H요리학원 신촌지점장 임선금(여·33)씨는 “과거에는 수강생 대 부분이 취업을 위해 자격증을 따려는 주부와 20대 여성이었지만 최근에는 초·중등생 수강생이 전체의 15% 정도나 될 정도로 많 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학생들은 대부분 취미로 요리를 배우는 것이 아니라 요리사가 되려는 꿈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
유명 미용학원에도 헤어디자이너를 꿈꾸는 초·중등생들의 발길 이 이어지고 있다. A뷰티스쿨 서울 종로점의 경우 전체 수강생의 절반 정도가 초·중학생이다. 이 학원의 김현택 팀장은 “미용 사 자격증만 있어도 2년제 대학 입학은 문제 없고, 장래 직업이 보장되기 때문에 학부모들도 적극 후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지난해 4월부터 A뷰티스쿨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정모(초등 6년) 양도 미용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매일 2시간씩 필기와 실기 수업 을 받고 있다. 정양은 “헤어디자인, 메이크업, 스킨케어 자격증 을 모두 따고 일본이나 프랑스로 유학을 다녀와서 꼭 유명 헤어 디자이너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청소년들이 꼽는 최고의 인기 직종은 역시 연예인. 일선 연기학 원에는 초·중학생은 물론 아역 배우를 꿈꾸는 유아들도 북적대 고 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M연기학원의 이주덕 본부장은 “ 유아반 수강생은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연예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부모들이 관심이 더 커졌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4학년 아들을 이 학원에 보내고 있다는 김영자(여·43) 씨는 “연기를 좋아하는 아들이 연기자로 성공할 수 있도록 뒷바 라지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촬영 때문에 학교 수업을 빠지 는 날도 있지만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출처 : 문화일보<조민진·김병채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