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미화원ㆍ캐디 등 자리도 대졸 구직자에게 잠식 당해
지난해 실업률 4.1%… 정부 무관심까지 더해져 '겹설움'
2005년 서울 강서구 모 정보산업고를 졸업한 고모(21)씨는 그동안 근무했던 인터넷 쇼핑몰 홍보 용역업체를 최근 그만뒀다. 적은 임금과 야간작업이 힘들기도 했지만 대졸자와의 차별은 더욱 견디기 어려웠다. 고씨는 앞서 대형유통업체의 하청기업에서도 근무했지만 4대보험과 상여금 혜택이 없는 것은 물론, 작업복조차 자비로 구입해야 했다.
고씨는 편의점·주유소 아르바이트, 노점상 등도 해봤지만 대부분 6개월도 안 돼 접었다. 극심한 취업난 속에서 학력차별과 사회적 무관심의 ‘이중고’에 신음하는 고졸 실업자 문제가 고용시장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졸 실업률은 4.1%로 전체 실업률(3.5%)과 대졸 실업률(3.4%)을 크게 웃돌았다.
실업자 수도 평균 42만명으로 대졸 실업자(27만2000명)보다 많았고, 전체 실업자(82만7000명)의 절반 수준을 넘었다. 고졸 실업자는 지난해 1월 47만4000명에서 2월 48만명까지 증가했다가 점차 줄면서 5월에는 38만4000명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지난해 12월 다시 40만명을 초과했다.
고졸 실업의 심각성은 연령대별 실업률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고졸자가 상대적으로 많이 포진한 15∼19세의 지난해 평균 실업률은 무려 10.4%. 대졸 예정자가 많은 20대의 실업률(7.7%)보다 크게 높은 수치다.
고졸자들이 이처럼 설 자리를 잃어가는 것은 198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일자리 학력인플레이션’과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82%에 달했다. 10명 중 8명이 대학에 진학하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무보조원이나 환경미화원, 골프장 캐디에 이르기까지 과거 고졸자들로 채워졌던 일자리를 전문대 이상 고학력자들이 잠식하고 있다.
문제는 대졸자는 시간이 지나면 일자리를 얻는 경우가 많은 반면 고졸자는 직업훈련 등이 부족한 상태에서 열악한 일자리에 취업했다가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는 빈도가 높다는 점이다.
한 민간연구소 관계자는 “학벌을 우선시하는 잘못된 취업구조가 고졸 실업자를 양산하고 있다”면서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적 관심도 고학력 실업자에게만 맞춰져 고졸 실업 문제는 갈수록 해결이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지적했다.
출처 : 세계일보<김기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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