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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기획-공모전>공모전에 현실적인 기대를 거세요2007-01-29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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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12년 간 공모전을 기획, 진행해 온 사람이 있다. 1978년 국내 최초로 대학생 대상 공모전을 시작, 현재까지도 가장 공신력 있는 공모전 중 하나로 인정받는 ‘제일기획광고대상’을 주최하고 있는 제일기획 홍보팀 김윤호 국장(사진)이 주인공. 여러 회사나 단체에서 공모전을 처음으로 주최할 때 자문대상 영순위로 손꼽힌다는 그를 만나 ‘공모전 붐’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다.

겨울바람이 매섭기만 하던 지난 17일, 용산구 한남동에 위치한 제일기획 사옥을 찾았다. 안 그래도 추운날씨에 공모전의 ‘그늘’을 찾아 헤매는 학생기자들이 안쓰러웠는지, 김 국장은 1시간이 훌쩍 넘는 인터뷰 내내 시종일관 밝은 미소로 인터뷰에 응해 주었다.

제일기획은 지난 1978년 국내에서 업계 최초로 ‘대학생광고대상대회(현 제일기획광고대상)’를 시작했다. “당시는 일반인들에게 광고 산업에 대한 인식을 고취시키고 광고 신인들을 확보하려는 의도에서 시작을 했죠. 그때만 해도 광고업이 잘 알려지지 않았던 때였거든요. 물론 기업생존의 차원에서 지속적인 홍보라는 측면도 빼놓을 수 없고요.”

그 후 기업들의 경쟁이 점점 심화되다 보니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아이디어들을 많이 내야 하는 부담감을 안게 됐고, 이를 공모전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으로 흐르고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업 내부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은 별로 튀지 않는, 기존 흐름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공모전을 통해 학생들에게서 신선한 아이디어를 기대하고 있는 것이죠.”

최근의 공모전은 대부분 ‘하나의 브랜드’ 혹은 ‘하나의 과제’를 내세워 수상작들을 통해 과제를 직접적으로 해결하려 한다. 그렇다고 해서 대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공짜로’ 쓰려는 의도는 없다고 그는 말했다. “실제로 학생들은 아이디어를 ‘빼앗긴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저희 회사도 그렇지만 대부분 공모전에 제출한 작품은 반환하지 않고 있거든요. 그렇다면 학생들은 주최측에서 그걸 다 쌓아 두고 몰래 아이디어를 써먹는 게 아닌가 하고 의심하는 거죠. 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쓸 만한 아이디어가 있다면 상을 안 줄 이유가 없어요.” 기업 차원에서 봤을 때 몇백만 원, 많아야 1000만 원의 상금을 주는 대가로 아이디어를 쓰고 홍보까지 할 수 있는 기회를 재발로 차 버린다는 것은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종종 공모전을 개최하고도 수상작을 발표하지 않아 논란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 열린 모 공모전의 경우 수상작이 없어 이에 분노한 학생들이 안티조직을 결성한 바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수상작이 없는 경우 주최측에서 너무 높은 기대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입을 열었다. “아마 내부적으로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기대하던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데 어느 정도까지 수상작으로 선정할 것인가에 대해 논란이 있었을 것이고, 그것을 결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겠죠.” 기업들도 공모전을 많이 해 보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일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는 기업과 학생들 모두 공모전을 더욱 바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도 공모전의 취지를 잘 파악해 수준 높은 작품을 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고, 기업들도 현실적인 기대를 해야 한다는 말이다.

공모전을 여러 해 주최해 본 입장에서 그는 대학생들의 작품 수준이 전반적으로 평준화 되어 가는 것을 느낀다고 했다. 김 국장이 처음 진행했던 18회 제일기획광고대상 때는 대상작과 낙선작의 차이가 확연히 눈에 띄었는데 지금은 작품의 수준이 비슷하다며 “요즘 대학생들이 튀는 생각을 잘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견을 조심스레 내놨다.

공모전 대행이나 표절 등 참가자들의 비윤리적 행위가 논란이 되는 요즘 김 국장은 제출된 작품만 보고 그것을 알아내기는 사실상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두 사람만 참여했는데 명단에는 전혀 관계 없는 사람들 이름이 더 올라간다거나 하는 경우,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어도 주최측에서 밝혀내기는 애매하다고.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표절이에요. 저희는 파이널 리스트를 인터넷에 발표한 후 비밀게시판을 통해 표절제보를 받아요. 표절 여부 판단은 심사위원들이 하게 되죠. 해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대여섯 건에서 많게는 열 건까지 표절제보가 들어옵니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공모전에 매달리고, 또 수많은 기업들이 공모전을 주최하는 요즘의 세태는 기업경쟁 심화와 취업난이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그렇다면 공모전 입상이 실질적으로 취업과 그 이후의 진로에 큰 영향을 미치는 걸까. “공모전을 통해 입사하는 사람의 수는 제일기획의 경우 처음에는 그다지 많지 않았어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공모전 출신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취업난이 심한 요즘이라서 그런 것 같아요.” 하지만 공모전 입상자 출신에게 주어지는 입사 후 특전은 전혀 없다고.

마케팅 수단으로의 변질, 기업의 아이디어 착취, 실질적 효력에 대한 의문, 진행과정에서의 표절과 비리 등. 공모전이 넘쳐나는 이 시대에 우리가 공모전에 뒤집어씌울 수 있는 혐의는 너무나 많다. 이에 대해 김 국장은 “공모전을 활용하는 것은 그저 하나의 현상일 뿐 가치판단 할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며 “기업과 학생이 서로서로 믿고 또 실수 안 하는 공모전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짧게 피력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출처 : 헤럴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