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사회참여는 인력개발이란 측면에서 환영받을 일이다. 고학력의 여성들이 출산과 육아 등을 이유로 잠재력을 사장하는 것은 사회적으로도 낭비다. 정부도 이를 개선하기 위해 여성인력의 활용에 새롭게 눈을 돌리고 있는 추세이다. 여성가족부에서는 전업주부 재취업프로그램 등을 통해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은 주부들이 취업하기에 적당한 실무형 교육으로 진행된다. 프로그램 신청 경쟁률은 대부분 2:1정도지만 인기직종은 더욱 치열하다.
전업주부로 12년간 가사 일에만 매달렸던 기경화(서울시 마포구 합정동) 씨. 새로운 일을 찾으려던 참에 얼마 전 인터넷을 통해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주최하는 프로그램이 눈에 확 띄었다. 요즘 한창 각광받는다는 웨딩플래너에 대한 소식을 접하자 반가운 마음에 기꺼이 등록을 했다. 그는 3개월에 걸친 교육 프로그램을 마치고 센터에서 소개한 직장에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다.
“전업주부로만 있다가 갑자기 직장 일에 매이면 힘들 것 같아서 프리랜서처럼 일하고 있어요. 공공기관을 통해서 취업안내를 받다 보니 가격은 저렴하고 수업 내용도 참 좋았습니다. 다른 사설기관에 비해 커리큘럼도 좋고 강사들도 열의가 높아서 짧은 기간에 취업에 성공한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졸업을 앞둔 대학생들에게 가장 큰 고민은 취업문제다. 일자리 찾기가 그 만큼 녹록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물며 직장에 다니다 그만둔 지 몇 년 지난 전업주부가 재취업을 하기란 여간 힘들지 않다. 출산 육아문제로 직장을 그만뒀지만 늘어나는 교육비와 생활비 등 경제적인 이유로 재취업을 하고자 하는 주부가 늘고 있는 추세다.
공공기관 운영 프로그램 풍성
기씨와 같은 전업주부들에게 일할 준비를 해주는 전업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이나 창업에 대한 강의를 해주는 곳은 많다. 국가에서 비용의 80% 이상을 지원해줘 수강료에 대한 부담이 없고 강사나 프로그램 내용도 알차다.
재취업 프로그램은 여성가족부가 여성인력개발센터에 의뢰해 운영된다. 정부는 일자리 창출과 함께 이들을 위한 보육시설 강화에도 힘쓸 예정이다.
현재 여성가족부에서 주관하는 전업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은 여성이 취업하기 쉬운 과정을 선정해서 운영 중이다. 지역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수요 조사를 벌인 후 수강 과목을 결정하기 때문에 취업률도 높다. 여성가족부 오민옥 주무관은 프로그램의 성격 자체가 취업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에 실무형 교육이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지역에 있는 기업이 원하는 직종을 우선적으로 선별해서 교육합니다. 지역마다 수강 과목에 차이가 있습니다. 취업인력이 필요 없는 지역에는 프로그램도 없습니다. 프로그램의 목표는 정확하게 취업입니다.”
전업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이지만 참가 자격을 굳이 주부로 제한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참가자의 90% 이상은 주부들로 채워진다. 취업률이 높은 편인 경리 또는 사무직이 프로그램의 60%를 차지한다. 텔레마케팅도 취업이 용이한 편이라서 인기가 높다. 웨딩플래너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직종으로 꼽힌다. 다른 직종에 비해 주부의 경험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서비스분야인 보육이나 간병은 나이와 상관없이 인기 직종이다.
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은 시행된 지 5년이 됐지만 규모면에서는 기대만큼 큰 발전을 보이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인력개발지원팀의 예산규모와 인원이 부족해 적극적인 정책을 펴기가 쉽지 않아서다. 매년 5월쯤 인원을 선발해서 11월까지 2~3개월 단위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참가자들의 수료율은 90% 이상이다. 수료한 주부들의 취업률은 지난해 67%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여성들의 사회진출 면면을 살펴보면 미혼인 경우 전문직이나 사무직, 기술직 등에 고루 분포되어 있다. 그러나 기혼 여성들은 주로 서비스직, 판매직, 단순노무직 등에 종사한다. 이는 고급 기술과 학력을 가진 여성 인력이 일정 시점을 기준으로 쏠림현상이 일어나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통계다. 대부분 주부 재취업 프로그램을 통해 취업에 성공해도 임금은 낮은 편에 속한다. 현재는 기술이 없고 임금이 낮더라도 일단 사회에 나가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이 이직률을 높이는 원인이기도 하다.
출산율 높이는 데도 크게 도움
오 주무관은 “오랜만에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생각처럼 보수가 높은 일을 찾기란 쉽지 않고 임금이 낮아서 일에 대한 만족도 역시 낮은 편”이라며 “아이가 아프거나 집에 일이 있을 때 쉽게 자포자기하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여성가족부 인력개발팀 관계자는 “대다수의 일하는 여성들은 출산이나 육아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다”면서 “주부들의 재취업이 활발해지면 출산율을 높이는 데도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를 낳고도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출산을 꺼려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다.
정부에서도 여성의 취업에 적극 나서고 사회적으로도 여성인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일하고자 하는 여성들이 더 많은 기회를 갖게 될 것을 기대해 본다.
출처 : 국정브리핑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