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무경험 쌓아 '가치'를 높여라
적성 맞는 우회전략으로 희망기업 뚫어야
올해 '취업한파'는 더욱 따갑게 불어닥칠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추정한 올해 취업자 수는 28만명. 지난해보다 2만명 줄어든다. 취업전문업체들도 기업들의 4년제 대졸 정규직 채용 규모가 지난해에 비해 최대 28% 급감한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어디에나 길은 있는 법. 취업전문업체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취업 전략을 세우면 '취업장벽'을 거뜬히 넘을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취업 전략을 3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난해 10월 박모(33)씨는 대학 시절 꿈에 그리던 외국계 조선 장비 생산업체에 취업했다. 취업 조건도 만족스럽다. 직급이 평사원이 아닌 대리인데다 연봉도 10~20% 올랐다.
노르웨이 국적인 이 업체는 항해 시스템 등 선박 관련 첨단 장비를 생산,세계 최고의 조선장비 업체 중 하나로 업계에 알려져 있다.
박씨가 이 업체에 취업할 수 있었던 이유는 관련 업계에서 수년 동안 쌓은 실무 경험을 인정받았기 때문.
박씨의 첫 직장은 부산지역 조선 장비 관련 중소기업. 지난 2002년 대학 졸업 후 자신이 원하던 외국계 기업과 대기업에 5차례 이상 이력서를 냈으나 모두 퇴짜 맞았다. 경험과 실무 능력 부족이 주요 원인이었다.
박씨는 우선 국내의 중소기업에 취업해 3년을 근무한 뒤 스웨덴 국적의 조선 장비 제조업체로 자리를 옮겨 1년6개월 동안 현장 경험을 쌓았다. 박씨는 그동안 '햇병아리'에서 실무 경험을 갖춘 어엿한 중견 조선인으로 거듭났다.
현재 공중파 방송국 성우로 활약하고 있는 박모(31·여)씨도 현장 경험을 통해 자신의 실력을 다듬은 뒤 희망 기업에 입사했다.
성우 지망생이었던 박씨는 지난 1999년 지방 K대를 졸업 후 곧바로 상경했다. 발음을 교정하고 연기력을 키우기 위해 연극배우로 활동하는 한편 틈틈이 아나운서 학원을 다니며 실력을 키웠다. 그러나 당시 실무 경험이 일천한 자신에게 기회를 주는 공중파 방송국은 없었다.
실무 경험을 위해 박씨는 지난 2000년 우선 어린이 프로그램을 주로 방영하는 케이블 방송사에 입사했다. 이곳에서 활약한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2년 후 자신이 원하던 공중파 방송국에 공채로 입사하는 데 성공했다.
이들의 공통점은 희망 기업에 취업하기 위해 '우회전략'을 사용했다는 것. 우회전략은 희망 기업에 당장 취업이 어려울 경우 중소기업 근무 등 다른 방법을 통해 경험과 실력을 쌓은 후 희망 기업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취업전문기업들은 우회가 현 추세에 적절한 취업 전략이라고 제안하고 있다. 최근 기업들이 신규보다 실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을 선호하고 있기 때문. 경력직 채용의 경우 기업들은 신입사원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줄일 수 있는 데다 업무의 원활함을 꾀할 수 있어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본보 의뢰로 온라인 취업 포털 부산 잡코리아(051.jobkorea.co.kr)가 자사의 채용 공고 2천700개를 분석한 결과,경력직 채용 공고는 750개. 전체의 약 30%를 차지했다. 신규직 채용 공고는 250개로 약 10%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40%는 신규·경력에 관계없이 채용하는 공고. 그러나 이들 공고에도 경력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이 명시돼 있다.
이모(36)씨는 지난 2005년 9월 컨벤션 산업의 중심인 부산컨벤션뷰로에 입사했다. 프리랜서 활동,이벤트업체 근무 등 컨벤션·전시 분야의 실무 경험이 취업에 큰 도움이 됐다.
박씨가 컨벤션·전시 분야에 발을 들여놓은 것은 지난 2001년. 정부의 컨벤션·전시 관련 교육 과정을 수료하면서다. 그후 박씨는 뷰로에 취업하기 전까지 모두 14개 컨벤션·전시 행사에서 관리,기획,진행 등 주요 업무를 담당했다. 또 지난 1997년부터 3년 동안 이벤트업체에서 근무한 경험이 든든한 힘이 됐다고 한다.
부산 잡코리아 노재식 차장은 "현재 지방 대학생들은 현실을 제대로 직시하지 못한 채 대기업만 선호하고 있다"며 "자신의 실력을 쌓고 현장 경험을 한 후 희망 기업에 도전하는 게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출처 : 부산일보<김 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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