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돼지해라고 하지만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극심한 취업난이 이어질 전망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구직자 1121명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가 올 취업난이 지난해보다 심각할 것이라고 답했고 이때문에 대기업(15%)이나 공기업(13%)·외국계기업(8%) 대신에 중소기업(34%)으로 눈높이를 낮춰서라도 취업하고싶다는 구직자가 많았다. 이런 취업난을 악용. 고학력 미취업자들을 울리는 엽기·악덕 기업들이 있어 취업준비생을 두번 울린다는 지탄을 받고 있다.
신입사원 면접에 최면술을 쓰는가 하면. 연봉 1000만원에 중식비조차 지급하지 않는 회사도 있다. 또 경리를 뽑으면서 3개 국어를 요구하는가 하면. 운전사로 뽑아놓고 사무직 업무를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 인터넷구직사이트와 구직신문 등에 올라있는 이같은 구인광고들은 가뜩이나 움츠러든 취업준비생들의 마음을 더 옹색하게 한다.
취업준비생 K씨는 최근 인터넷을 통해 채용정보를 알아보다 모 기업체가 내건 기이한 면접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이 업체는 면접공고를 통해 ‘과거가 떳떳한 사람만을 채용하기 위해 20분간 최면 상태에서 질문을 하겠다’고 밝혔다. 조금이라도 양심에 가책이 있는 사람은 아예 지원을 하지말라는 엄포인 셈. K씨는 “신용있는 사람을 채용하고 싶은 기업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최면술은 지나치다”며 “최면술 면접 도중 지원자의 안전이나 프라이버시가 확실히 보장되는지도 모르겠다”며 기업주가 과연 취업 준비생의 인권을 고려하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업 준비생 P씨. 그도 인터넷으로 채용정보를 검색하다가 가슴답답한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일자리는 많지만 지원요건과 연봉이 터무니없는 경우가 많아 정작 지원할 곳은 거의 없기 때문. 고학력 미취업자가 늘어남에 따라 최근에는 월급 80만원의 단순 경리직을 뽑는 곳에서도 영어와 중국어. 컴퓨터 고급 능력을 요구하는 일이 부지기수다. 그뿐만이 아니다. 각종 자격증과 외국어 능력을 원하면서 주6일 근무. 연봉 1000만원을 제시하는 황당한 기업체도 숱하다. 업무와 전혀 다른 일을 부수적으로 시키는 업체도 있다. 취업준비생 L씨는 “사장 운전사를 뽑는다고 해서 지원했는데. 합격하고 나니 경리업무까지 추가로 하라고 요구했다”며 황당해했다.
하지만 취업시장의 수요가 한정되어있는데 반해 공급이 워낙 많다보니. 기업들의 이런 횡포에도 취업준비생들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이런 문제를 눈높은 취업준비생의 배부른 고민쯤으로 치부하는 사회의 시선도 이들에게는 이중고다.
대학생 김형준씨(26)는 “취업난을 악용해 능력 있는 사람을 박봉에 마구잡이로 부려먹고. 그 사람이 지쳐서 그만두면 또 다시 새로운 사람을 뽑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같다”며 “불황을 틈 타 기업주들이 횡포를 부리는 같아 취업 준비가 더 우울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