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서울소재 한 대학교 취업정보실에 취업준비생인 김 모(26)씨가 찾아왔다. 김씨는 “입사시험에서 삼성전자와 농협중앙회에 합격했는데 어디를 선택할 지 고민”이라며 진로상담을 해왔다. 결국 김씨는 세계 최고수준의 기업을 외면하고 농협에 입사했다.
이른바 ‘언론고시 지망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한 공중파방송사는 최근 기자직 합격자가 ‘정년이 보장되는’ 국가정보기관으로 방향을 트는 바람에 당혹감을 떨치지 못했다.
사상최대의 청년실업 속에서도 2개 이상의 기업에서 구애를 받고 있는 우수인재들은 직장을 선택하는데 안정성을 우선조건으로 꼽고 있다. 선배세대들과는 전혀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것이다.
서울 상명대학교 경제학과 99학번인 홍 모씨는 올 가을 입사시험에서 국민은행과 교직원공제회, 한화증권 3곳에 합격했다.
홍씨는 주변의 동료들과 상의한 끝에 교직원공제회로 최종 마음을 결정했다. 다른 두 기업에 비해서 연봉이 낮지만 고용의 안정성을 우선해 결정했다고 한다.
처음 입사한 기업이 나중에 이직할 때 도움이 될 것인가도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서강대 경제학과 00학번 김상진씨도 “3곳에 합격해서 가장 유망한 기업에 입사했다”며 “평생직장의 개념이 없어지면서 중도에 그만두더라도 경력관리에 도움이 될 것 같았다”고 말했다.
기업은 우수한 인재를 경쟁기업에 뺏기지 않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권과 통신회사 등 무려 6곳에 합격한 이화여대 경영학과 01학번 김유화씨는 여러 기업에서 솔깃한 제안을 들었다.
김씨는 “‘우리 회사가 업종내 연봉이 최고’라거나 ‘상위 몇%안에 들면 외국유학도 보내준다’고 말한 데도 있다”며 “어떤 회사는 ‘여직원이 없기 때문에 여자임원으로 클 수도 있다’고 제안하더라”고 말했다. 김씨는 결국 자기계발에 유리할 것 같아 굴지의 이동통신회사에 입사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근 들어 우수 인재를 붙잡기 위해 사전 설명회와 공장견학 등을 통해 친화력을 높이고 있다”며 “우수한 사원의 경우 배치가 예정된 부서장에게 다른 기업으로 옮기지 못하도록 책임을 주기도 한다”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