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진학은 필수가 아니라 선택이라고 봐요. 대학졸업장이 인생의 성공 보증수표는 아니잖아요. 내 꿈의 실현을 위해서는 현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배우는 게 더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임미영(경명여고 3년) 양은 지난 16일 '수능' 시험을 보지 않았다. 수능시험이 치러지던 날, 그녀는 친구들에게 시험을 잘보라고 격려하기 위해 고사장을 돌았다. 마음 한켠에서는 대학가는 친구들이 부럽기도 했다. "사실 대학을 가고 싶었어요." 그러나 '(대학에) 가고 싶으면 가라'는 엄마말을 귓전으로 흘려버렸다. 넉넉치않은 집안형편을 미리 헤아린 탓이다.
일찌감치 마음을 굳힌 터라 지난 3월부터는 '대구산업학교'에서 위탁교육을 받고있다. 친구들이 수능 공부에 매달릴 동안 묵묵히 자격증 공부를 해와 지난 7월엔 '정보기기운용기능사' 자격증까지 땄다. 인문계 고교 3학년이, 더군다나 대구산업학교 전자과 여학생이 자격증을 딴 건 처음이었다. 연말까지는 '전자기기자격증'도 취득할 작정이다.
당장의 목표는 삼성전자에 입사하는 것이다. 전자과를 택한 것도 대기업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생산직이라고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고졸학력이지만 연봉은 3천만원에 가깝다. 지난 해 이곳 대구산업학교를 졸업한 여학생 2명이 삼성 입사에 성공했다. 올해도 미영이와 다른 여학생이 삼성전자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자격증도 따고 그녀는 삼성전자에 취업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제는 대학가는 친구들이 부럽지 않다. 4개월동안 해 오던 패스트푸드점 '알바'도 그만뒀다. 곧 있을 취업시험에 매달리기 위해서다.
"대기업에 취업하는게 최종목표는 아니에요. 대기업에서 제대로 일을 배우고 경험을 쌓고 싶어요. 5년 정도 일해서 종잣돈이 모아지면 창업하고 싶어요."
미영이는 대학에 들어간 친구들이 졸업할 즈음에 창업, 10년쯤 후에는 괜찮은 기업의 CEO가 되어있는 자신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대학진학 여부에 인생이 결정되는 듯한 분위기에서도 미영이는 당당하다. 대학가는 친구들의 선택을 존중하지만 자신이 선택한 '땀 흘리는 삶' 또한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있기 때문이다.
"주위에서 대학은 나와야하지않느냐고 말을 많이 해요. 하지만 전 대포자(대학진학을 포기한 사람)가 아닙니다. 또 다른 삶을 선택한 '비대생(非大生)'이죠. 두고보세요. 몇 년 뒤면 어엿한 사장이 되어있을 겁니다. 대학은 그 이후에 다녀도 늦지않잖아요."
출처 : 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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