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트러블도 호소…면접 앞두고 병원 문전성시
이달 말 면접을 앞둔 취업 준비생인 유모(여ㆍ24) 씨는 요즘 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며칠 전부터 얼굴에 빨간 점이 하나 둘 돋기 시작하더니 급기야는 화장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버렸기 때문. 지난 1년 동안 서류에서 21번, 면접에서 4번이나 떨어진 유씨는 이번 면접에 마지막 희망을 걸어 왔다. 유씨는 "병원에서는 `취업스트레스` 때문이라며 마음을 편하게 가져야 낫는다고 충고했다"면서 "이 상황에서 마음 편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고 말했다.
M그룹 면접 발표를 기다리고 있는 대학생 박모(여ㆍ25) 씨도 얼마 전 미용실에서 황당한 경험을 했다. 머리를 만지던 미용사가 `언니 취업 준비생이에요?`라고 단번에 물어 왔던 것. 박씨가 `어떻게 알았냐`며 궁금해 하자 미용사는 "요즘 면접 본다면서 찾아오는 대학생 손님 중에 500원짜리만큼씩 머리가 없는 분이 한둘이 아니에요"라며 "그나마 언니는 한 군데밖에 없어 다행"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박씨 "한마디로 충격이었다"며 "요즘 월 70만원을 내야 하는 탈모클리닉에 다니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각 대학과 전문 병원에 따르면 여성 취업 준비생들이 스트레스 때문에 심각한 탈모와 각종 피부질환에 시달리고 있었다.
H대학 어문계열 특정학과의 경우 여성 취업준비생 27명 중, 절반에 가까운 13명이 탈모와 피부 트러블 증세로 병원을 다니고 있었다. 잦은 설사와 소화불량, 두통 증상까지 합하면 건강상 문제가 없는 경우는 2명밖에 되지 않았다.
여대생들은 상대적으로 남자보다 서류, 면접 등에서 차별을 받고 있어 스트레스가 더 심하다고 입을 모았다. 학점, 영어성적 등이 훨씬 높아도 결국 최종 합격자는 남자가 훨씬 많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 일대 주요 모발클리닉의 경우 원형 탈모를 모함한 전체 탈모 환자 중 30% 이상이 취업을 준비하는 여대생이었다. 특히 본격적인 취업 시즌인 요즘에는 하루에도 10여 명의 여대생이 탈모를 호소하며 병원을 찾고 있었다. 강남 NB의원 이황희 원장은 "여성 환자 중 반 이상이 대학생"이라며 "대부분 취업 스트레스가 원인"이라고 말했다. 특히 탈모가 다시 스트레스를 유발시키는 악순환으로 증세가 심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피부 트러블도 심각한 수준이었다. 강남 소다지마 피부클리닉 김현정 원장은 "취업 준비생들은 운동량이 적어 혈액 순환이 부진한 데다 잦은 면접으로 무리한 화장을 하는 바람에 피부가 많이 상한다"며 "아예 십여명이 단체로 상담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소희 코스메틱 강민준 이사도 "취업 시즌이 되면 각종 피부질환을 호소하는 여대생이 눈에 띄게 는다"며 "잦은 스트레스가 순환계 장기에 악영향을 주고 이것이 피부로 표출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의들은 따라서 취업 준비생일수록 오히려 화장을 피하고 청결, 휴식, 운동 등을 꼭 챙겨야 한다고 거듭 충고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 임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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