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난에 20~30대 젊은층 대거몰려…여성도 1명 모집에 17명 지원
"출발!"21일 오전 10시. 서울 구로구 안양천 둔치 축구장. 출발을 알리는 호루라기 소리가 떨어지기 무섭게 20kg짜리 모래주머니를 어깨에 맨 남성들이 쌀쌀한 초겨울 바람을 뚫고 달리기 시작했다. 50m 앞에 서 있는 청소차에 모래주머니 한 개를 올리고 다시 다른 하나를 들고 출발지점으로 50m를 달려와 맞은 편 청소차에 싣는 왕복달리기를 하는 것이 이날의 과제. 옆에서는 여성들도 그보다 조금 작은 10kg짜리 모래주머니를 매고 달렸다. 자신의 몸집만한 모래주머니가 무거울 법도 한데, 이들은 조금도 힘들다는 표정 없이 이를 악문 채 달리고 있었다. 이마에는 어느새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200여명의 대기자도 추위에 아랑곳 없이 몸을 풀며 '결전의 순간'을 준비하고 있었다.
이들은 다름 아닌 구로구청 환경미화원 공채 지원자들. 서울시 자치구 사상 첫 여성 공채 환경미화원을 별도 선발한다는 소식에 남성은 물론 여성지원자들도 대거 몰려 극심한 '바늘구멍' 취업난을 반영했다. 남성 9명, 여성 1명을 최종 선발하는 자리에 각각 190명, 17명이 지원했다. 합격을 위해 남성 지원자는 20.7대1, 여성 지원자는 17대1의 치열한 경쟁률을 뚫어야만 하는 셈이다. 지원자의 63%가 첫취업을 하려는 25~35세의 젊은 지원자들이고 남성지원자 중에 대졸자가 35명, 법학 전공자도 4명이나 됐다.
인천에서 이곳까지 원정응시를 온 하태준(29) 씨는 "무엇보다 안정적이라는 점이 이 직업의 매력"이라며 "평소 체력에는 자신 있었지만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많이 떨린다"고 말한 뒤 준비운동에 돌입했다. 함께 응원온 가족들도 "형, 꼭 합격해!" "아빠! 파이팅!"을 외치며 지원자들을 한껏 응원했다.
여성미화원 첫 공채에 지원한 주부 응시자들도 눈에 띄었다. "혹시나 떨어질까 걱정돼 남편에게는 알리지 않고 응시했다"는 지원자 박모(38ㆍ서울 오류동) 씨는 "매일 조깅하면서 체력을 단련했다"며 "가족들을 생각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양성주 서울 구로구청 청소행정과 주임은 "환경미화원이 되기를 희망하는 여성들이 크게 늘고 있다"며 "남성과 동일한 체력테스트를 시행해서는 여성이 합격하는 것은 불가능해, 여성들에게도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올해부터 여성미화원 공채를 따로 실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렇게 젊은 취업희망자들이 남녀 구분없이 환경미화원에 몰리는 것은 비교적 안정된 직업인데다가 수당까지 합치면 초임 연봉이 3000만~3200만원에 이르는 등 적지 않기 때문. 게다가 신세대들의 사고방식에서 전통적인 직업의 귀천 의식이 사라진 점도 이 같은 환경미화원 공채열풍에 일조했다.
출처 : 헤럴드경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