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필립스LCD, 여고생 2천명 뽑아놓고…“내년 채용”
대기업이 채용시험에 합격한 전국 실업계 여고생 2,000여명의 채용시기를 돌연 10개월 가까이 연기해 합격생들이 반발하고 있다. 해당 학교들은 이 같은 일방적인 조치로 자칫 학생들의 진로에 피해를 주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LG필립스LCD는 올해 11월말부터 7~8개월에 걸쳐 순차적으로 채용할 계획으로 올 상반기에 실업계 여고 3학년생들을 선발했으나 경영환경이 악화돼 채용을 전원 내년으로 연기하기로 했다고 15일 밝혔다. 회사측은 지난 4월 서류전형과 면접시험 등을 거쳐 5월에 합격자를 발표했다.
합격 통보를 받은 여고생은 대구 상서여자정보고 61명, 구남여자정보고 37명 등 대구·경북에서만 200여명 등 전국적으로는 2,000여명에 이른다.
해당 실업계 여고 취업담당자들에 따르면 최근 LG필립스LCD 관계자들이 학교를 방문, “내년 7~12월 채용하게 될 것 같다”며 “11월말이나 12월초 세부적인 인력수급계획서가 나오면 학교를 방문, 학생들에게 설명하겠다”고 통보했다. 지금까지 각 기업체 입사시험에 합격한 실업계고교 학생들은 다음해 2월 졸업 전까지는 모두 채용됐다. 이 때문에 이달 20일쯤부터 채용될 것으로 알고 있던 학생들은 “진로가 막히게 됐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한 합격생은 “대기업에 합격해 대학 진학도 포기하고 취업을 기다려왔는데 갑자기 채용을 미룬다고 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대구의 모 실업계 여고 취업담당교사는 “채용 연기 사례는 처음이다. 다른 대기업 시험이 대부분 끝난 데다 대학 선택의 폭도 좁아져 진로 지도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LG필립스LCD 관계자는 “LCD 경기가 좋지 않은 데다 경영 여건이 악화돼 채용 연기가 불가피해져 여러 가지 방안을 고려했다”며 “내년 부터 최대한 빨리 순차적으로 모두 채용하겠다”고 밝혔다.
LG필립스LCD는 경북 구미와 경기 파주 등에 공장을 두고 있다.
출처 : 경향신문 최슬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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