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실력 뛰어나면 국내파 더 선호”
본격적인 취업의 계절인 11월을 맞아 일터를 찾는 젊은이들의 발길이 분주하다. 특히 외국계 기업은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가 높지만, 외국어와 실무 능력을 갖춘 인재를 선호해 취업이 그만큼 까다롭다. 대학생들 사이에 인기가 높은 외국계 기업과 단체의 인사담당자들로부터 취업 준비생들에게 주는 도움말을 들어봤다.
**마이크로소프트
‘회사를 알기 전에 당신을 알아라’ =“본인이 회사에 와서 정확히 어떤 업무를 하고 싶은지 아시나요?”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외국계 기업 1위’ 단골인 한국마이크로소프트(MS)의 김인경 차장은 입사 희망자들에게 ‘막연함’은 금물이라고 조언한다. 흠잡을데 없는 성적과 사회활동 경력을 갖춘 지원자라도 “본인이 가고 싶은 방향과 회사의 비전이 맞지 않으면” 뽑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차장은 “면접에 들어가서 이 사람이 그냥 취업난 때문에, 아니면 엠에스가 유수한 회사라 지원한 사람이 아닌지를 가장 눈여겨본다”며 대학생활 내내 객관적인 조건을 갖춰 나가기보다 자신이 나갈 방향을 찾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입사원 공채에서는 실무 능력이나 지식보다 지원자의 성장 가능성을 봅니다. 2달동안 인턴을 하며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선배들에게 도움을 요청한 사람을 뽑는 경우가 많습니다.”
김 차장은 “글로벌 소프트웨어 기업의 경우 해당 기업의 공인 자격증 소지자에게는 아무래도 눈길이 한번 더 간다”고 덧붙였다. 한국마이크로소프트에 입사하려면 우선 인턴을 거쳐야 한다. 매년 5~6월에 인턴 공고를 내, 여름방학 때 인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신입사원은 기술영업과 기술지원 분야를 많이 뽑지만, 인문계에게도 문은 열려 있다.
**유나이티드항공
‘대인관계와 봉사정신이 중요’=“외국계 항공사 시험에 당장 떨어졌다고 실망하는 모습을 보이면 안됩니다. 한두 사람 빈자리가 생길 때 수시채용 하는 경우, 이전에 서류전형과 면접을 해본 사람 중 쓸 만했다는 인상을 남긴 이들을 부르니까요.”
정연주 유나이티드항공 인천공항지점장은 “외국계 항공사는 영어회화 실력과 적극적 태도를 가진 사람이면 누구나 도전할 만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 항공서비스 관련 학과가 많지 않아 전공지식을 따지기 힘든 데다, 학벌에 따른 차별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 지점장은 “최근엔 어학연수, 유학 경험을 한 지원자가 많아 영어실력보다는 대인관계와 봉사정신을 위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유나이티드항공 한국법인에서 근무하는 임직원은 110여명. 이들은 항공기정비, 여객서비스, 행정·회계, 영업·예약 부문에서 일하는데 한 명을 빼곤 모두 한국 국적이다. 일상적인 대화는 한국말로 하지만 업무처리는 영어로 한다.
외국계항공사는 한국법인을 둔 경우 자체 채용을 하지만, 대부분은 외국 항공사 홈페이지의 인재채용난에 이력서를 보낸 지원자에게 인터뷰 기회를 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지원자가 몰릴 경우, 전화인터뷰를 추가할 때도 많아 이에 대한 대비도 필수다. “면접 때 전공 지식이나 입사동기 등 사전준비가 가능한 내용을 묻는 경우는 드물다”고 정 지점장은 귀띔했다. 대신 ‘월드컵 결승전 경기장에 왔다고 가정할 때 현장 분위기를 묘사해보라’, ‘오늘 면접장소에 올 때까지의 과정을 소설 쓰듯 묘사해보라’ 등 상황제시형 질문이 많다고 한다.
**골드만삭스
‘인터뷰는 사례 중심으로’=세계적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입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여러 차례 반복되는 인터뷰다. 골드만삭스 아시아지역 커뮤니케이션 담당 전성민 상무는 이를 “단순히 회사가 사람에 대해 파악하려고 하는 것뿐 아니라 그 사람도 이 회사에 대해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인터뷰에서는 사례 중심으로 자신을 소개하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전 상무는 “최고가 되기 위해 스스로에게 도전한 사례, 리더 또는 적극적인 팀 구성원으로 활동한 사례, 혁신과 창의적 사고로 성공을 이끌어낸 사례 등을, 인터뷰에서 자세히 들으려 한다”고 말했다. ‘인적 자본부’로 불리는 인사 담당 부서에서 꼽은 중요한 덕목은 △최고를 향한 열정 △팀워크에 대한 신념 △도덕성 △리더십 △도전에 대한 열정 △세상에 행적을 남기려는 의지 등이다.
물론 가장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것은 금융모델링 등 경영학·수학적 지식과 영어 구사 능력이다. 외국계 기업이다 보니 외국 대학 출신자를 선호할 것 같지만,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영어 구사 인재들에 대한 관심이 더욱더 높아지고 있다고 한다. 전 상무는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도가 높을수록 한국 내 사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며 한국 학생들이 충분히 국제화돼가고 있는 것도 또 다른 이유”라고 말했다.
전 상무는 “인재 양성을 위한 사내교육을 중시하는 골드만삭스에서 금융 노하우는 쉽게 가르칠 수 있는 부분이지만, 골드만삭스의 인재가 업계 리더가 될 수 있는 자질은 가르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 서울지점 직원은 모두 90여명으로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시장이 커지면서 인력 수요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대규모 정기 공채는 거의 없다. 대학 졸업예정자들과 경력직들에 대한 상시채용이 일반적이다. 이 때문에 대학생 대상의 인턴십 기회를 잘 이용하면 입사에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유럽상공회의소
‘어학 능력과 순발력’=주한 유럽계 기업들을 대표하는 유럽상공회의소의 지동훈 부소장은 외국계 상공회의소에서 일하기 위해서는 높은 어학능력 뿐만 아니라 유연성과 창의성, 사고의 민첩함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외국계 단체에서 일하는 한국인 직원은 업계의 입장과 해당 정부의 입장, 한국 정부의 입장을 모두 고려해 윈-윈하는 대안을 내놓아야 해요. 그러니만큼 주입식 교육으로 판에 박힌 사고를 하는 이들은 아무래도 적응 못하게 마련이죠.”
상공회의소에서는 외교학이나 정치학, 경영·경제학 전공 못지않게 철학과 심리학 전공도 환영이다. “국제대학원 출신들이 많이 찾아오지만, 탄탄한 인문학적 지식의 소유자들도 일을 잘합니다.”
외국어 능력은 기본이다. 정 전무는 “외국어 면접시 경직돼 있고 자신감이 없으면 바로 불합격”이라며 그런만큼 합격자 중에는 외국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최소한 어학연수라도 다녀와 자신감을 쌓은 이들이 대부분이지만, 우리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순수 해외파’도 합격하는 경우가 드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정 전무는 국제대학원을 나와 실무 경험을 쌓고 싶거나 국제 통상전문가를 지망하는 진취적인 젊은이들에게 상공회의소는 좋은 일터인 반면, 편안한고 안정적인 일터를 찾는 사람에게는 적합하지 않다고 밝혔다. 나라마다 분위기가 다른 만큼 취업하려는 단체의 소속 국가 문화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통상 미국쪽은 자유로운 사람을, 유럽쪽은 정중한 사람을 조금 더 선호하는 편입니다.”
출처 : 한겨레신문 임주환 김진철 서수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