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커뮤니케이션즈의 대졸공채 면접은 ´미니홈피´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지원자들은 스크린 자막에 자신의 싸이월드(www.cyworld.com) 홈페이지를 띄워놓고 ´나는 누구인가´를 설명해야 했다. 감각적 아이디어를 겨루는 이 시험에서 면접관들은 ´1촌 친구´ 스무 명이 홈피에 남긴 인물평으로 자기소개를 대신한 지원자에게 가장 후한 점수를 매겼다.
주요 기업들의 하반기 공채가 서류전형과 인ㆍ적성검사를 마치고 면접전형 단계로 접어들었다. 서류전형 문턱은 낮추는 대신 면접 문턱을 이중삼중으로 강화한 것이 최근의 공채 트렌드다. 면접 시간은 길어졌고 면접 방식은 다양해졌다. ´순발력´만 믿고 준비 없이 덤볐다가는 번번이 면접비 챙기는 데 의의를 둬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 면접 방식은 프레젠테이션, 집단토론, 영어, 역량면접 등 4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경험칙에 따르면 이들 4개 면접을 거치면 지원자의 포장은 물론 속껍질까지 벗겨져 알맹이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논술ㆍ인적성 검사 합격자를 상대로 4개 면접을 실시한 후 최종적으로 임원진 면접을 갖는 국민은행 사례를 보자.
프레젠테이션 면접은 면접을 실시하기 30분 전 해당 주제와 프레젠테이션 기자재가 제공된다. 10분가량의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 주제는 개인별로 달라 예측하기가 불가능하다. 면접관들이 주목하는 것은 지식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기술이다.
집단토론은 10명씩 조를 짜서 진행한다. 특정 과제를 제시하고 팀원들이 함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형식 또는 시사성 있는 주제에 대해 찬반조로 나눠 논리 대결을 벌이는 형식 두 가지다. 논리적 사고, 설득 및 협상능력이 주요 평가 항목이다.
실용영어 구사능력 수준을 보는 영어면접에선 꼼수의 여지가 없다. 평이한 질문을 제시해 지원자가 영어실력을 충분히 드러낼 수 있게 한다.
역량면접은 가장 일반적인 형식의 면접이다. 본부 팀장들이 진행하는 1차 역량면접이 입사지원서를 바탕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느냐´에 주안점이 두어진다면 2차 임원진 면접은 인성평가 위주다.
때로는 역량면접 강도를 두세 배 높여 지원자들을 당혹스럽게 만드는 회사도 있다. 이른바 ´압박면접´으로 불리는 심층면접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원자들의 자존심을 자극하는 도발적 질문이 툭툭 튀어나온다. "학점이 좋지 않은데 별다른 특기도 없다. 도대체 대학에서 무엇을 했느냐"고 추궁하는 것은 점잖은 편이다. 개인의 콤플렉스와 사생활을 무자비하게 들춰낼 때도 있다.
면접관들이 보고 싶어하는 것은 솔직하고 구체적인 얘기다. 그저 그런, 하나마나한 소리를 추상적으로 늘어놓아서는 감동을 줄 수 없다.
한국얀센 2차 임원면접은 무려 1시간 동안 지원자의 ´혼을 빼 놓는´ 심층면접으로 유명하다.
홍봉표 한국얀센 인사팀 과장은 "일에 대한 열정을 확인하고 싶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을 거쳐 뽑힌 직원에 대해선 그만큼의 신뢰와 권한이 주어지고 자기동기부여 효과도 있다고 본다.
지원자들이라고 해서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면접 스터디´를 꾸려 해당 기업의 질문 성향을 분석하고 모의 면접을 실시하는 구직자가 많이 늘었다.
취업뽀개기(cafe.daum.net/breakjob) 등 취업 커뮤니티에선 서류전형을 통과한 구직자들이 스터디 모임을 제안하는 게시물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스터디 모임은 지원 기업이 동일하고 전공과 거주지 등이 유사할수록 모임 성사율과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인사담당자들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면접생의 자세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혁근 국민은행 인사팀 과장은 "자신감을 갖되 튀려 애쓰지 않을 것, 조직원으로서의 융화능력을 보여줄 것" 두 가지를 강조했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노원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