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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취업률 100%는 ‘빛 좋은 개살구’2006-10-20
작성자상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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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개 완전 취업학과 중 65곳은 정규직 ‘0’… 석·박사 10명 중 2명은 실업자 올 가을학기 H대 국문과를 졸업한 한석중(27·남)씨는 지난 6월부터 모 광고대행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주변에서는 졸업도 하기 전에 취업한 것을 축하했지만 한씨의 마음은 전혀 기쁘지 않았다. 왜냐하면 앞날이 불투명한 비정규직이었기 때문이다.

한씨는 “광고 관련직이 적성에 맞지 않았지만 평소 친분이 있던 지도교수의 추천이었기에 안 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물론 다른 뾰족한 수도 없었다. 지도교수는 “광고대행사에서 조금만 버티고 있어. 그곳에서 일하는 것이 너나 학교에 다 좋은 일이야”라고 한씨를 격려했다고 한다. 그는 “취업의 질보다는 단순히 취업률만 높이려고 비정규직으로 보낸 지도교수가 얄미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학가에서는 아주 공공연한 일 중 하나다.

이코노미스트가 입수한 전국 취업률 보고서에서도 이 같은 취업률 부풀리기가 읽힌다. 대학들이 ‘수치’를 위해 ‘눈낮이 취업’을 강권하거나, 취업의 질이 보장되지 않는 곳으로 밀어넣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각 대학이 ‘뻥튀기’로 자료를 만들어 교육부에 제출했다는 의혹도 잇따르고 있다.

어쨌든 이번 조사에서 취업률이 100%라고 보고한 대학 학과는 전문대가 397곳, 4년제가 119개였다. ‘취업률 100%’는 곧잘 학교 홍보용 자료로 쓰인다. 하지만 그 이면이 달콤하지만은 않다. 졸업생 전부가 취업했다고 보고한 4년제 대학 소속 학과 중 65곳은 정규직 비율이 ‘제로’였다. 지방 소재 K대 불문과가 그런 곳이다. 정규직이 20% 이하인 곳을 포함하면 90곳이 ‘취업의 질’ 면에서 사실상 실패했다.

전문대도 마찬가지다. 100% 취업률 학과 중 29곳의 학생은 모두 비정규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한 경우다. C대학 불문과의 경우 졸업생 37명이 모두 취업했지만 정규직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꼭 100% 취업했다는 곳만의 얘기도 아니다.

80~90%대 취업률 학과도 사정은 비슷한 곳이 많다. 실제로 중앙대 안성캠퍼스 같은 경우 전체 취업률이 86%로 나타났지만 정규직 취업률은 48.4%밖에 되지 않았다. 중앙대 안성캠퍼스 취업지원팀 관계자는 “학생들이 비정규직에서 경력을 쌓은 후 대기업으로 입사하기 때문에 그러한 결과가 나온 것 같다”며 “학교에서도 학생들의 질 높은 취업을 위해 이러한 방법을 취업의 한 전략으로 지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석은 대학원 취업률에까지 적용시킬 수 있다. 특수대학원인 신학대학원과 의과대학원을 제외하면 일반대학원들도 30% 이상의 차이를 보인 곳이 많다. 성신여대 대학원은 전체 취업률이 67.8%이지만 그중 정규직 취업률은 22.6%로 나와 45%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전체 취업률과 정규직 취업률 간 차이는 20%였다.

대학원, 취업에 큰 도움 안돼

대학원이 취업을 담보하는 ‘대학의 연장’이 될 수 없다는 것도 확인됐다. 상대적으로 전체 취업률이나 정규직·대기업 취업률은 대학이나 전문대학보다 높았지만 B대학원의 경우 진학률 2.6%를 제외하고 117명 졸업생 중 81.7%가 취직을 했지만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 중 44명은 비정규직으로 채용됐다.

대학 5학년, 해외연수, 취업전쟁 회피를 위한 대학원 진학은 이미 대학가의 굳어진 풍속도다. 그렇지만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받아도 10명 중 2명은 실업자가 된다. 이것 역시 각 대학원이 제출한 숫자에 따르면 그렇다는 얘기다. 교육부는 대학원 취업률이 81.9%, 정규직 취업률은 62.8%라고 발표했다. 대기업 취업률은 13.8%라고 했다.

그런데 본지 분석 결과 졸업생이 100명 미만인 전국 75개 일반대학원의 실제 대기업 취업률은 3%에 불과했다. 그나마 대기업 취업률이 높은 한동대 대학원(40%), 한국항공대학교 대학원(35.2%), 한국기술교육대학교 대학원(22.2%) 세 곳을 빼면 이들 대학원 졸업자 중 대기업으로 가는 비율은 불과 1.7%에 지나지 않는다.

졸업생이 100명 이상인 64개 대학원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 대학원 전체 취업률은 82%로 높은 편이지만 상위 20위 이내 대학원을 빼면 70%대(78.9%)로 떨어진다. 대기업에 들어가는 비율의 경우 취업률이 20%를 넘는 12개 대학원을 제외한 나머지 52개 일반대학원의 대기업 취업률은 불과 6.3%에 머문다.

희비 엇갈린 대학들

이번 조사 결과 대학 간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지난 2004년과 비교해 봤을 때 ‘성적’이 좋아진 대학은 건국대와 연세대 등이다. 건국대는 두 해 전에는 평균 50%대의 취업률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해는 77.2%의 취업률을 보였다. 정규직 취업률도 62.6%까지 올라 1500명 이상 대학 중 11위를 차지했다.

학교 측에서는 “건국 엘리트 프로그램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국 엘리트 프로그램이란 4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모의 면접, 이력서 경시대회 등을 실시하는 것을 말한다. 건국대 취업지원팀 권용석 주임은 “1000명의 학생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다”고 말해 취업에 대한 학생들의 호응을 대변했다.

연세대 역시 2004년 64%의 취업률에서 올해 77.4%로 13.4%포인트의 상승을 보였다. 또 서울시립대 같은 경우 2년 전에는 38%의 취업률을 기록했지만 올해는 취업률을 무려 30%포인트 이상 끌어올렸다. 서울시립대 취업경력개발센터 측은 “2004년에는 취업준비생들의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지 않아 이러한 수치가 나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서강대는 손병두 전 전경련 부회장이 총장에 취임한 후 추진한 ‘기업형 대학’ 프로젝트가 성공했다는 평을 받으면서 올해 취업률 조사에서 최대의 파란을 일으켰다. 서강대는 대기업 취업률 1위를 기록했다.

한편 서울여대, 경기대 등은 울상을 짓고 있다. 2004년과 비교해 10%포인트 이상씩 취업률 하락을 보였기 때문이다. 서울여대는 2년 전만 하더라도 78%를 기록했지만 올해는 67.9%의 취업률을 보였다. 경기대 역시 2004년과 비교해 약 9%포인트가 떨어졌다.

전문대의 경우 2년 전과 비교해 동강대학이 78.7%에서 91.4%로, 인하공업전문대학이 80.8%에서 90.1%로 약진했다. 하지만 창원대학은 91.9%에서 10%포인트, 재능대학이 91.2%에서 86.3%로 하락해 낙폭이 큰 곳으로 꼽혔다.

출처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