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했어요. 망했어…. 글쎄 어떤 날은 5개 회사 서류전형에서 모두 ´폭탄(탈락)´ 맞은 거 있죠?"
지난달 28일 오전 서울 신촌 연세대 취업정보실. 취업정보 벽보판 앞에서 서성이는 학생들의 표정은 이날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웠다. 올 8월 졸업하고 서류전형에 서만 10여 차례 떨어졌다는 김 모씨(25ㆍ여ㆍ영어영문학과)는 ´취업´이라는 말에 " 이럴 때 물으면 당신 같으면 기분 좋겠어요?"라고 되물었다. 그는 "학원강사라도 하는 것이 나은 게 아닌가 고민하느라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진다"고 불만을 쏟아냈 다.
취업시즌을 맞아 대학가가 혹독한 ´취업한파´로 몸서리치고 있다. 찬바람 부는 이 맘때면 찾아오는 ´연례행사´. 97년 외환위기 이후 벌써 8년여째다. 통계청에 따르 면 20대 실업률은 9월 현재 7.1%로 30대 3.8%나 40대 2.5%보다 2배 이상 높다. 이 런 와중에 올 하반기 취업경쟁률 200대1을 넘긴 회사도 적지 않다.
- ´이미 죽은 인문계´=정부의 이공계 우대정책 이후 서류전형 문턱도 넘지 못하 는 인기 학과 인문계 학생도 늘고 있다.
이들 중에는 취업 확률을 높이기 위해 졸업 후 인기 학과로 편입까지 했어도 일자 리를 구하지 못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고민 끝에 중소기업 취업정보를 구하고 왔다는 박 모씨(28ㆍ정치외교학과)는 "언론 에서 이공계가 죽어간다고 아우성이지만 인문계 취업시장은 이미 아예 죽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오동출 연세대 취업정보실 부실장은 "일부 기업이 이공계 학생들은 ´입도선매´하고 있지만 인문계의 체감 취업경기는 정말 ´한겨울´인 것 같다"고 말했다.
- 고3 때보다 더 공부해야=전공과 영어 실력이 우수한 일부 졸업생마저 예상보다 훨씬 큰 혼란에 빠진 채 취업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학과 4학년인 신 모 씨(26)는 두 달 전부터 한자 자격시험 공부를 시작했다. 그의 학점과 토익 점수는 각각 4.3(만점 4.5)에 975점.
그는 "성적은 좋은데 대기업 지원에서는 번번이 떨어졌어요. 탈락 이유도 모르겠고 요. 그런데 최근 언론에서 토익 성적은 우수한데 한자ㆍ국어실력이 떨어지는 게 문 제라고 해서…"라고 말했다.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이 모씨(24ㆍ여ㆍ문헌정보학과)는 "일부 기업(가령 외환은행 )은 학교 성적이 중요하지 않다고 하는데 취업 앞둔 학생들의 심정은 모르는 이야 기"라며 "취업한 선배들을 비교해봐도 공통점이 없어 결국 고3 때보다 공부할 것이 많다는 느낌"이라고 했다.
- 1학년부터 취업준비=취업정보실 관계자들도 절박하다. 기업들이 보내오는 지원 서는 해를 넘길수록 줄어가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연세대가 상위권대 자존심을 접고 지난 9월 사상 처음으로 대규모 야외 취업박람회 를 연 것도 이 같은 고민이 녹아 있다.
표석은 연세대 취업정보실장은 "1~2학년에게 명문대 졸업장이 더 이상 취업 보증수 표가 아니라는 현실을 알려주자는 게 박람회 주 목적이었다"고 말했다.